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못 해도 10년'IB가 이윤을 좀 남기면서 증권사의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자리잡기 위한 시간이다. 10년이란 긴 시간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그만큼 고단한 과정을 겪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도 도왔다. 2013년 한국형 IB를 육성하겠다며 장기 로드맵을 발표했고 2016년에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투사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중개(브로커리지) 비즈니스에 머물러 있던 국내 증권사가 자기자본 수조원을 갖추고 기업금융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초대형 IB에게 주어진 발행어음은 기업금융에 날개까지 달아줬다.
"최근에서야 IB 비즈니스가 대형사 위주로 자리를 좀 잡은 것 같습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업과의 관계도 그렇고, 실적 기여도도 그렇습니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IB 비즈니스에 소홀했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참전하기 시작했다. '돈이 된다'는 것을 봤다.
대형사들이 닦아 놓은 길이 있기에 후속주자들이 치러야 할 경제적·물리적 비용은 덜 할 것 같다. 외국계가 점령하고 있던 IB 비즈니스의 파이를 더 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대형사들이 걸어 온 지난 10년간의 험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기우일 수 있으나 몇가지 짚어볼 점이 있다.
첫째, 정말 IB 비즈니스를 갈구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브로커리지 영업의 한계, 그리고 사모펀드·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으로 막혀버린 WM 비즈니스의 대안 정도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 저것 둘러봐도 손 댈 게 없으니 IB 비즈니스에 기웃거리는 것이라면 재고할 일이다. 너도 나도 WM 비즈니스를 외치다 빈손으로 철수했던 과거 히스토리가 오버랩된다.
둘째, 영속성에 대한 회의감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IB 비즈니스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누구는 'IB 비즈니스는 시간의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기업의 희노애락을 겪은 이후 동지 수준으로 거듭나야 진짜 IB 비즈니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좋을 때나 어려울때 함께 하면서 기업과 IB간 갑과 을이 뒤바뀌는 정도의 히스토리 공유가 필요하다.
증권사 오너가 아니라면 이 긴 시간까지 비용만 축 내고 있을 직원들을 기다려줄까. 만약 당장 수익이 나는 딜(deal)이라면 지속성을 의심해야 할 것이고 시장을 흐리는 과당 경쟁의 산물이라면 경계해야 한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증권사 CEO의 마인드다. IB 비즈니스의 본질을 알고 실무 경험을 통해 디테일을 알아야 한다.
대기업 자금 담당은 증권사 실무진들과 잘 만나주지 않는다. 증권사 사장이 기업금융을 알고 세일즈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CEO가 IB 비즈니스를 잘 모르면 직원들도 제한된 영역에 안주할 수밖에 없다. 지금 IB 비즈니스가 잘 다듬어진 증권사 헤드들의 세일즈 파워를 벤치마킹하길 바란다.
IB의 개념을 제단할 수는 없으나 '관계와 신뢰의 비즈니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IB와 대척점에 있는 듯 하지만 WM 기반이 탄탄해야 하고 유관기관 혹은 정부와의 밀당에도 능해야 한다. 하우스의 모든 내공이 집결되는 비즈니스다.
그렇다고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좌절감을 안기려는 건 아니다. 한철 유행하는 비즈니스로 끝나지 않기 위해 IB의 본질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일 뿐이다. 우려와 함께 던지는 응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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