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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 규제는 그저 악(惡)일까 [thebell note]

강용규 기자공개 2024-02-19 11:24:34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올 초 생명보험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다. 생보사들이 앞다퉈 환급률 경쟁에 나선 가운데 무심사 상품을 내놓는 곳까지 나왔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환급률 상한선을 제한하고 불완전 판매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지침을 내놓자 연달아 환급률을 낮췄다. 상품 판매를 중단한 곳도 다수다. 이른바 '그림자 규제'다.

제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눈치다. 향후 환급 리스크에 따라 재무구조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생보사들이 분명 있다. 반면 제재의 방식에 대해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얼마 전 만난 한 생보사 관계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충분히 계산하고 내놓은 상품인데 규제 때문에 제대로 팔지 못해 아쉽다. 문제가 있는 보험사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면 되지 않을까."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재무건전성을 갖춘 보험사에까지 제재가 미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제재가 필요한 것이었다면 모든 생보사에 공통으로 제재가 내려지는 방식은 불가피하다. 당국으로서는 일부 생보사만을 점검하는 '핀셋 규제'가 생보사들 간의 경쟁력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할 수 밖에 없다. 반론은 꺼내지 않았다. 어차피 제재는 내려졌고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국내 보험산업은 당국의 규제에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규제가 내려질 때마다 업계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생명보험을 예로 들면 국내 가입률이 무려 97%에 이른다. 당국으로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보험업을 향한 규제가 때때로 필요 이상으로 엄격하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앞서 당국은 지난해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보험사들에 과도한 배당이나 성과급 지급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기관이 개별 기업의 이익잉여금 집행에 개입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당국이 항상 보험사를 옥죄기만 하는 것만도 아니다. 올해부터 해외 금융사 소유 절차가 간소화되며 해외은행 설립을 꿈꾸던 일부 보험사들에게 길이 넓어졌다. 당국은 보험사들의 요양사업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설 소유와 경영을 일원화하는 기존 규제의 완화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다. 보험사들이 규제 완화의 이득만을 취하고 규제에 따른 시장 안정화 효과는 무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아닐까.

때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규제마저도 감수해야 하는 보험사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당국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규제에 안정적으로 순응할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양새다. 보험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세상에 대다수 소시민의 기댈 곳이다. 규제는 그 기댈 곳을 안정화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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