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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장인화의 시간]최정우의 포스코와 무엇이 다를까①본업 중시 기조 유지…이차전지 사업은 속도조절 가능성

조은아 기자공개 2024-02-16 07:36:52

[편집자주]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회장으로 돌아온다. 장 전 사장의 낙점은 어느 면에선 '이변'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면면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본업이 흔들릴 때 본업을 잘아는 백전노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닐 것. 더벨이 장인화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전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된 가장 큰 이유로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철강 산업이 변곡점을 지나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을 인물로 전통 '철강맨'이 낙점된 게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그간 포스코그룹은 회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의 '유산' 지우기에 바빴다. 권오준 전 회장이 정준양 전 회장의 사업 확대를 문어발로 규정하며 한동안 '칼질'에 집중했던 데서도 알 수 있다.

최정우 회장이 이차전지 사업을 심고 키운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언뜻 그룹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사실 내부에선 그리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 근간이 철강이라는 점에서 본질엔 변함이 없고, 비철강 확대라는 큰 흐름 역시 이제 와서 거스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정우 회장 시절에도 철강 투자 압도적

사실 예나 지금이나 그룹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철강이었다. 당장 지난해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에서도 이 점을 엿볼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7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8년 동안 모두 12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세부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바로 1년 전 발표한 다른 투자 계획을 보면 어느 정도 용처 추정이 가능하다.

2022년 포스코그룹은 5년간 33조원을 크게 4개 사업(국내 기준)에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철강 20조원 △친환경 미래소재 5조3000억원 △에너지·건축·인프라·식량 5조원 △벤처투자 및 연구개발이 2조7000억원이었다. 전체의 60% 이상이 철강에 투입된다. 지난해 발표한 121조원 규모의 투자에서도 철강의 비중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그룹은 당초 철강 사업을 등한시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룹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말할 것도 없다. 철강에서 돈을 벌어야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변곡점을 맞은 지금은 더욱 그렇다. 친환경 생산체제 전환을 위한 전기로 신설 및 친환경 설비 도입이 필수적인 만큼 대규모 투자가 한창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최근 광양에 신규 전기로 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수소환원제철(HyREX) 시험 설비 구축에도 착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장 전 사장을 선택한 건 그룹 전반의 방향 전환이라기보다는 내부 결속력 강화 그리고 여전히 그룹의 근간은 철강이고 철강이 뒷받침돼야 다른 사업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강하게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역량으론 업황 뒤집기엔 역부족…그룹 내 철강 전문가도 다수

철강업은 대표적 사이클 산업으로 꼽힌다. 사이클 산업은 일정 주기로 업황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그러기엔 또 외부 변수에 워낙 민감해 CEO(최고경영자)가 개인적 역량으로 업황을 이겨내기 힘든 산업이기도 하다.

실제 정준양 전 회장과 권오준 전 회장, 최정우 회장은 경력이나 이력만큼이나 철강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랐는데 3명의 재임과 포스코의 실적은 연결고리를 찾기가 어렵다. 포스코는 2021년 철강 사업에서만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당시는 오히려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뒤 이차전지 사업 확대에 한층 힘을 실어주던 시기였다.

포스코그룹 내부에 굳이 그룹 회장이 아니더라도 걸출한 철강 전문가가 많기도 하다. 그룹 최고의 현장통으로 손꼽히는 김학동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장인화 전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동시에 대외적 활동에 집중하고 사업회사 포스코는 철강 전문가가 대표이사로서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장 전 사장이 철강을 잘 아는 게 강점이긴 하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무리 백전노장이라고 하더라도 단번에 위기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이미 2010년대 중반 이후 철강 산업은 구조적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수요 증가세는 예전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신설 및 증설이 이뤄져 공급 과잉이 된 지도 오래다.

모든 사실이 의미하는 건 하나다. 최정우 회장에서 장인화 회장으로 리더십이 교체된 뒤에도 포스코그룹의 전체적 방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시절에도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철강은 그룹의 핵심이나 주력이었다.

마찬가지로 철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사업 확대 역시 기존과 비슷한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을 향한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다소 속도조절에 들어갈 순 있어도 방향 자체가 크게 바뀌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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