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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금융' 연합전선 구축에 쏠린 눈, 기대 반 우려 반 마크로젠·랩지노믹스 이어 루닛도 핀테크 협업, 소비자 접점 확대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23 08:49:02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업과 손잡는 국내 진단 업체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인공지능(AI) 의료,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등 새로운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한 상황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소비자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다.

다만 이를 향한 우려의 시각도 적잖다. 이종 산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업과 협업을 시작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랩지노믹스-뱅크샐러드, 루닛-유뱅크…진단·금융 시너지 발굴

AI 의료 기업 루닛은 이달 초 인터넷 전문은행 '유뱅크(U-Bank)' 컨소시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 렌딧, 세금 환급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외환송금 및 결제 스타트업 트레블 월렛, 의료 AI 스타트업 루닛 등 5개사가 모여 국내 네번째 인터넷 전문 은행 '유뱅크(U-Bank)' 예비 인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진단 업체와 핀테크 간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유전자 분석 업체 마크로젠이 온라인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와 맞손을 잡았다. 뱅크샐러드가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키트 제공 및 분석 등을 마크로젠이 담당하는 구조였다.

현재는 분자진단 헬스케어 전문 업체 랩지노믹스가 계약을 이어받아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22년 말 양사는 DTC 유전자 검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어 작년 상반기 후속 계약을 통해 구강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 검사 서비스도 출시했다.

◇규제 완화로 신시장 개화, 협업으로 '브랜딩 강화' 핵심

진단업체들이 금융업으로 손을 뻗은 배경엔 새로운 진단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점이 있다. 최근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데 따라 소비자 간 거래(B2C)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핵심이다. 의료 분야가 보수적이고도 제한적이었던 탓에 이들 기업 모두 그동안 기업 간 거래(B2B) 위주 사업을 진행했다.

루닛이 영위하는 AI 의료 사업의 경우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신의료기술에 대해 한시적으로 판매를 허용한 뒤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하도록 선진입-후평가 제도를 개선하면서 환자에게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소비자가 직접 인증 대상 기업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는 DTC 역시 검사 가격이 낮아지고 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등 정부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국내 DTC 인증 기업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B2C 시장으로 첫발을 뗀 시점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해 택한 방법이 바로 금융업과 협업이다. 이미 앱을 구축했거나 빠르게 마켓 지배력을 늘릴 역량을 갖춘 핀테크 사업에 진단 서비스를 얹는 방식으로 최대한 많은 신규 고객이 유입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일회성 아닌 지속가능 사업모델 필요, 데이터 활용 등 '고민'

차세대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시장의 개화 그리고 성장이 점쳐지는 이종 산업 간 협업이라는 점에서 진단 업체들의 금융업 진출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이를 향한 시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연관성이 크지 않은 두 사업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루닛은 유뱅크 컨소시엄 참여 소식 발표 당일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해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튿날 전날 대비 9.82% 하락한 채로 장을 마감했다. 뱅크샐러드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도 초기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평균 경쟁률이 30:1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화제성이 떨어지자 인기가 시들해졌다.

무엇보다 B2C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구든 쉽게 유전자 검사를 받고 질병까지 예측하겠다'는 아이디어 출발점은 좋지만 그 이후 오랜 기간 고객을 머무르게 하는 록인 전략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 번 DTC 유전자 검사를 받은 뒤 추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

결국 진단 업체가 금융업과 협업을 시작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관건으로 꼽힌다. 단순한 홍보 외 해당 서비스로 얻은 데이터를 향후 사업에 활용하는 등 중장기적인 차원의 사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2~3년 전 혈액이나 타액으로 질환 발병 위험도를 파악하는 유전자 분석 업체들이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지만 최근 파산 및 상장폐지 위기에 몰릴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전문 연구개발(R&D)을 통해 해당 서비스에서 얻은 데이터를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등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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