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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외도 아니다" 은행업 진출 루닛의 전략 'AI 의료 확장'서범석 대표 "유뱅크, 루닛 인사이트·스코프 성장 위한 발판…브랜딩 강화"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07 10:03:14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인공지능(AI) 의료 기업 최초로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한 루닛. 이를 향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금융 분야에 발을 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10% 빠졌다. 이번 움직임을 본업과 무관한 투자로 시장은 '외도'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컨소시엄 참여 본질은 금융업 진출이 아니라는 게 루닛 입장이다. 이종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루닛이 구상한 큰 그림은 AI 의료 사업 확장이다. 제약바이오 및 신약개발 그리고 기술수출까지. 주력 제품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 접점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더벨은 서범석 대표(사진)로부터 성장 전략과 비전을 들어봤다.

◇유뱅크 컨소시엄 참여 발표 후 주가 뚝, 핵심은 'B2C'

루닛이 인터넷 전문은행 '유뱅크(U-Bank)'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건 꽤 상징적인 일이다. AI 의료 기업이 금융 분야에 직접적으로 뛰어든 국내 첫 사례다. 다양한 산업을 융합해 혁신과 수익 다각화를 추구하겠다는 포부다.

시장의 평가는 기대와 달랐다. 소식이 발표된 당일인 5일 주가가 떨어지더니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튿날 주가는 전날 대비 9.82% 하락해 장을 마쳤다.

본업인 AI 의료 사업과 금융업은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시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두 사업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컨소시엄 참여로 루닛이 얻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당연한 결과다.

서범석 루닛 대표

그런데 정말 외도일까는 짚어볼 문제다. 서 대표는 이번 참여 목적이 금융업 진출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AI 의료 사업을 키우기 위해 택한 신규 사업 모델 발굴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핵심은 소비자 접점 확대다. 루닛은 유뱅크가 출시할 여러 보험상품에 자사 제품을 포함할 예정이다. 은행 이용자에게 암 예방 및 치료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자연스럽게 대중과 스킨십을 늘리면서 루닛 브랜딩을 강화하겠다는 아이디어다.

루닛이 인지도 제고에 나선 배경엔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로 사업 영역이 넓어진 데 있다. 그동안 GE헬스케어, 후지필름 등이 판매하는 의료 장비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거나 면역항암제 개발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기업 간 거래(B2B) 위주 사업을 진행해 왔다.

최근 정부가 AI 의료 등 신기술에 대한 빗장을 풀면서 환자에게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암 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의 경우 최근 비급여 수가를 적용받게 됐다. 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는 올 3분기 중 국내 인허가를 앞뒀다. 신의료기술 트랙을 타고 있는 데 따라 무리 없이 비급여 수가 인정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건강보험권 진입 이후 비급여로 결정되면 환자가 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구조다. 주력 제품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사람이 루닛 브랜드를 이해하고 제품 사용을 요청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는 유뱅크 협업이 주력 제품 매출을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 대표는 "국내에서 비급여 수가를 인정받으면서 B2C 영역이 생겼고 해당 영역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이번 컨소시엄 참여는 루닛 인사이트 매출을 빠르게 늘리고 루닛 스코프의 국내 사업 확장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컨소시엄 참여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소액 투자"라면서 "루닛이 투자하는 금액은 전체 컨소시엄 투자 지분의 1% 남짓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볼파라 인수서도 드러난 확장전략..."지분희석 최소화 방안 고민"

결국 이종 산업에 뛰어든 루닛의 큰 그림은 AI 의료 사업 확장이다. 금융업은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발판일 뿐 메인은 AI 의료 사업이라는 얘기다.

이런 기조는 작년 말 인수를 결정한 AI 기반 유방암 진단 소프트웨어 기업 볼파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미국 내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다. 지난해 12월 루닛은 볼파라를 1억9307만달러(약 25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인수 추진과 함께 제시한 비전 역시 명확하다. 볼파라는 이미 미국 시장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유방 질환 분야에서 50%가량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루닛은 볼파라 유통망에 자체 개발 제품을 얹어 업셀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 외 지역에서 볼파라 제품을 판매한다. 이로써 루닛 전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볼파라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로 고도화한 제품 개발에도 나선다. 루닛이 미래로 보고 있는 자율형 AI 제품 개발을 위해선 100%에 가까운 수준 AI 판독 정확도가 요구된다. 볼파라가 가진 유방촬영 이미지 1억장 등을 해당 제품 개발에 활용해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겠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인수 무산이나 인수자금 확보 등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아직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데다 회사가 유상증자 및 메자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서 대표는 "볼파라 핵심 경영진 10여명이 이번주 루닛 본사를 방문해 3일간 강도 높은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적인 인수 마무리와 인수 후 조직화합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CEO로서 인수를 잘 마무리할 것을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시 전까지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지만 국내외 많은 투자자와 실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일부는 실사를 완료했고 일부는 과정 중에 있는 등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또 "실사 결과도 매우 긍정적"이라며 "4~5월경 딜 클로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볼파라 인수의 주안점을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 최소화에 뒀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이번 인수를 위해 2500억원 상당 전환사채(CB)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인수 자금 상당 부분을 부채금융을 활용하는 등 지분 희석을 방어하는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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