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기업 분석]재무부담 커진 KCC, 약점 상쇄하는 '유가증권'PBR 0.4배로 저PBR 테마 수혜, 삼성물산 지분가치만 환산해도 2.7조원에 달해
김위수 기자공개 2024-02-26 08:23:52
[편집자주]
정부가 주식시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이 타깃이 됐다. 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PBR 1배 미만 기업들은 '저평가'를 탈출하고 부상할 수 있을까. 더벨이 PBR 1배 미만인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고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에 대해 분석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10: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4배. KCC는 최근 증시의 저PBR 테마로 수혜를 본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지난 8일에는 장중 주가가 28만7000원까지 급상승,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최근들어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한 저PBR 기업들은 풍부한 자사주 물량을 보유한 데다가 재무구조가 견조하다는 특징이 있다.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고, 재무구조가 뒷받침되는 만큼 보다 전향적인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
KCC는 자사주 물량에서 다른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다. KCC가 들고 있는 자사주는 보통주 기준 발행 주식의 17.2%에 달한다. 2019년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한 이후 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늘어난 점은 약점이다. 단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등 유동화에 용이한 자산들이 이같은 약점을 상쇄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앞두고 KCC '고심'
KCC는 배당과 자사주 정책을 모두 활용하는 곳이다. 이중 더 적극적인 정책은 배당이다. 매년 결산배당은 물론 분기배당까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 규모에 큰 변동은 없다. 2019년 KCC와 KCC글라스의 분할 이후부터는 2020년을 제외하고는 실적과 관계없이 매년 500억원대의 배당을 집행해 왔다.
적자가 나도, 실적이 개선되도 비슷한 규모의 배당을 유지해왔다. 실적이 호조를 보일 때 고배당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자가 나도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얻을 수 있다.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배당정책이다.
자사주 정책의 경우 필요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간 자사주 정책은 2020년, 2022년 두 번 실시됐다. KCC가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각각 1000억원씩이었다. KCC가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2003년이 마지막이다.
KCC가 추가적인 자금을 들이지 않고 실시할 수 있는 주주환원 정책은 자사주 소각이다. 이미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데에는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치 않다. 보유 중인 자사주 153만2300주 대부분(152만5483주)이 장내 직접 취득 및 신탁계약에 의해 취득된 주식이다. 전량 소각을 한다고 해도 자본금 감소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KCC의 경우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백기사' 역할을 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를 인수한 경험이 있다. 자사주의 중요성을 직접 체감한 만큼 발행주식의 17.2%를 차지하는 자사주를 선뜻 소각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KCC는 일단 상황을 보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KCC 관계자는 "(저평가 해소 방안에 대해)내부적으로 스터디하고 있으나 정부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 (저PBR을 타개하기 위해)진행 중인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KCC의 유가증권, 주주환원 재원될까
자사주 소각 외에 KCC가 고려할 수 있는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 규모 확대,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신규 성장 비전 제시 등이 있다. 보유 중인 자사주를 소각하는 일과는 달리 자금의 소요가 필요하다.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는 KCC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KCC의 지난해 3분기 연결 순차입금은 3조935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조6558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이 4년만에 2조원 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6.7%에서 14%포인트(p) 상승해 40.9%가 됐다. 이에 따라 금융비용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641억원이었던 금융비용은 2023년 1~3분기를 합해도 이미 1883억원에 달하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KCC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떠오른 실리콘 부문의 수요 감소로 실적이 저하됐다. KCC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2년 4677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전년 대비 33.7% 빠진 31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실적까지 악화된 흐름이라 주주환원에 힘을 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KCC의 자산은 유가증권이다. KCC는 삼성물산의 지분 9.1%를 보유 중이다. 전일 종가(16만4100원) 기준 2조7913억원의 가치로 환산된다. 뿐만 아니라 HD한국조선해양 지분 3.91%, HDC 지분 1.79%,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2.37%, 현대코퍼레이션 및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 각각 12% 등을 보유하고 있다.
비중이 가장 큰 삼성물산의 경우 KCC와 마찬가지로 '저PBR주'로 최근 주가가 상승세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지난 1월 23일 주당 11만7600원에서 지난 22일 16만4100원으로 한 달 사이 39% 상승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역시 저PBR 기업으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라 추가적인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간접적인 기업가치 상승 효과는 물론 자산 유동화를 통한 재무지표 개선 혹은 주주환원 확대, 미래를 위한 투자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김위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LG그룹 인사 풍향계]위기의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역할 남았다
- [2024 이사회 평가]효성티앤씨, 영업이익 개선에도 아쉬운 '경영성과'
- [더벨 경영전략 포럼 2024]"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2% 안 될 수도…불황 장기화 대비"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입장료 지불한 한화솔루션, 위기와 기회 사이
- [LG그룹 인사 풍향계]트럼프 정책 직접 영향권, 대관 역량 강화할까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OCI그룹, 미국 태양광 시장 성장 가능성에 베팅
- [2024 이사회 평가]KCC, 참여도 제외한 평가항목 '아쉬운 평점'
- [2024 이사회 평가]견제기능 미흡한 한솔케미칼, 우수한 재무건전성 '눈길'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목표는 '에너지 가격 안정화', 태양광 미래는
- 송명준 사장, HD현대오일뱅크 재무건전성 확보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