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경영진 바뀌고 신사업 낙점한 율호, 실적 '주춤'본업 부진에 조달 지연, 대주주 변동 '과도기'
서하나 기자공개 2024-02-27 08:57:1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6일 1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율호가 지난해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말 이엔플러스로 최대 주주가 바뀐 율호는 서버·스토리지 솔루션 중심이던 사업의 무게추를 2차전지 재활용 사업으로 옮기고 있다. 경영진과 신사업 모두가 '과도기'를 겪는 동안 본업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이탈하면서 실적이 주춤했던 것으로 보인다.27일 전자공시시스템 잠정 실적 발표에 따르면 율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97억원을 기록해 직전연도 1120억원보다 무려 223억원이 줄었다. 또 이 기간 약 34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2억원의 영업손실로 전환했고, 1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 규모는 9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스토리지, 서버, 백업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IT 기업이었던 율호는 지난해 2차전지 재활용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연말엔 대주주가 이엔플러스로 변동되는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우선 외형이 쪼그라든 주요 원인은 본업에서 대형 프로젝트의 지연이 지목된다. 1998년 설립된 율호는 글로벌 컴퓨팅 기업인 델(Dell)의 티타니움(TITANIUM) 고객사다. 티타니움 등급은 세계에서 손 꼽히는 소수 기업에만 부여되는 최우수 파트너사 자격으로 그만큼 안정적인 데이터 관리가 가능한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율호는 이런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공공기관·대기업 등으로 고객사를 확장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율호는 지난해 매출로 인식 예정이었던 200억대 프로젝트의 계약을 연내 성사하지 못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해 큰 폭의 매출 감소를 피하지는 못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고객사의 원가율 인상이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 악화마저 뒤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율호는 지난해 2차전지 재활용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우선 자회사 율호머트리얼즈를 통해 2차전지 전처리 분야로 진출하고, 또 다른 계열사 아쿠아메탈스를 통해 후처리 분야로 진출하면서 동시에 탄자니아 지역에 자회사를 설립해 원자재 확보까지 나서겠단 복안이었다.
우선 율호머트리얼즈를 통해 고순도 블랙매스(black mass)를 생산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블랙매스는 폐배터리를 파·분쇄해 제조되는 검은 분말을 말한다. 니켈과 코발트, 리튬 등 주요 양극재부터 음극재인 흑연과 희토류 등을 추출할 수 있다. 또 율호머트리얼즈 산하에 지분 100% 자회사 율호탄자니아(Yulho Tanzania)를 설립해 니켈, 리튬, 흑연 등 광산개발과 원소재 트레이딩 사업을 신규 추진키로 했다.
동시에 나스닥 상장사인 아쿠아메탈스에 약 67억원(500만 달러)로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아쿠아메탈스가 보유 중인 친환경 후처리 기술 등을 이전해 2차전지 후처리 분야로도 손을 뻗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전환사채(CB)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었지만 불발됐다. 지난해 4월 200억원 규모의 9회차 CB 발행 결정을 공시했으나 배정 대상자(투자자)의 납입 지연에 따라 올해 1월 이를 최종 철회했다.
율호는 경영진과 신사업 모두에서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 이엔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율호가 발생한 1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을 완료하면서 새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엔플러스는 2차전지 완제품과 소재 등을 개발 및 생산하는 코스피 상장사다. 올해 1월 이엔플러스측 최용인 대표가 신규 선임되면서 기존 이정남 단독대표 체제에서 이정남·최용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율호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고객사들의 원가율 회복 움직임이 수익성에 일부 타격을 줬다"며 "이엔플러스로 대주주가 변경되면서 2차전지 재활용 분야에서 원소재 공급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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