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인적분할·배당축소에 흔들린 ㈜효성 주가한달 새 6만원 밑으로...지주사보다 사업회사 주가 부양 가능성
정명섭 기자공개 2024-02-29 11:40:42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7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효성그룹의 지주회사인 ㈜효성의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지난 23일 장마감 이후 지주회사를 하나 더 만드는 기업분할 계획을 공시한 것이 기점입니다. 효성첨단소재 등 6개사를 산하에 두는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신설하는 게 핵심이죠.
공시 당일 오후 4시 이후에는 한국거래소의 시간 외 매매거래 정지 조치로 주가 변동이 없었습니다.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26일부터 주가 하락이 시작됐습니다.
6만1800원(전일 종가 대비 2.22%↓)에 시가를 형성한 주가는 하락을 거듭하다 장중 한때 5만85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효성 주가는 6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3일 종가보다 5.06% 내렸죠.
이날 ㈜효성 주식 거래량은 13만3949건이었습니다. 전일 대비 562%나 증가한 수준입니다. 평소 거래량이 3만건이 채 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매량이 3346주였던 데 비해 기관 투자자의 순매매량은 이에 10배인 3만3912주였습니다.
27일에도 ㈜효성 주가에 드리운 파란불은 여전했습니다. 6만원선이 깨진 후 5만9000원대에서 움직이다가 5만9300원에 장마감했습니다. 전일 종가보다 1.17% 줄었습니다.
㈜효성은 지난 1월 말부터 이달 초에 저PBR주로 묶여 주가가 6만원에서 6만5900원까지 올랐었는데요. 현재 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입니다.
◇Industry & Event
주가 하락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지주사 신설이고 다른 하나는 배당 축소입니다.
오는 7월 효성그룹은 2개 지주사 체제가 됩니다. 기존 지주사인 ㈜효성 외에 ㈜효성신설지주가 추가됩니다. ㈜효성신설지주는 효성첨단소재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지배합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3남 조현상 부회장이 신설 지주사를 이끕니다. 재계와 투자업계는 이번 지주사 신설을 계열분리를 위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죠.
이 과정에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 부회장간 지분 교환이 예상됩니다. 현재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효성 지분을 각각 21.94%, 21.42% 보유하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이 신설 지주사를 이끌게 되면 ㈜효성 지분을 굳이 많이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죠. 조 부회장이 ㈜효성 산하 계열사인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지분도 정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각자의 지주사 주가는 낮추고 핵심 계열사 주가는 높여야 지배력 확보에 더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인적분할 이후에 대주주는 자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바꾸는 현물출자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지배력을 높이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재계에선 이같은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효성 주가가 의도적으로 눌릴 수 있다는 건 주주 입장에서 달가운 소식이 아니죠.
지주사 신설과 함께 공시된 결산 배당도 주가 하락을 야기했죠. ㈜효성은 작년 결산 배당금을 주당 3000원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2018~2020년 주당 배당금은 5000원이었습니다. 2020년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배당에 나섰죠.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1년 주당 배당금은 6500원이었습니다. 주요 계열사 실적이 악화한 2022년에는 4500원이었습니다. 2018년 8.4%였던 배당수익률은 2022년부터 5%대로 내려왔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의 시선은 어땠을까요. 효성그룹의 지주회사 신설 공시가 발표된 후 목표 주가를 재점검한 곳은 두 곳이었습니다.
대신증권은 배당 축소가 ㈜효성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 결산 배당에 대해 "각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과 효성화학에 대한 증자 참여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목표 주가는 7만9000원을 유지했습니다.
삼성증권은 ㈜효성의 목표 주가를 9만원에서 8만5000원으로 내렸는데요. 삼성증권은 향후 효성그룹이 자회사 주가를 부양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근간에는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장기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지주사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깔려있죠.
삼성증권은 특히 효성중공업의 건설 부문이 떨어져 나올 수 있다고 봤습니다. 효성중공업은 중공업과 건설 부문 등 2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 중 건설 부문은 경쟁사 대비 기업가치를 하락시킨 요인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효성중공업의 주력인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기기 사업과 이질적인 데다 최근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죠.
양일우 삼성증권 팀장은 "효성중공업은 시장에서 디스카운트(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여겨진 건설 부문 분할을 검토하는 등 주가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하락한 순자산가치(NAV) 반영률 0.5를 적용해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효성의 재무 총괄은 김광오 재무본부장(부사장, 사진)입니다. 삼일PwC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2016년 효성그룹에 합류했습니다. 삼일PwC 근무 당시 효성그룹 관련 자문 업무를 맡은 인연이 이직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김 본부장에게 기업분할과 배당 정책, 주가 흐름 전반에 대해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답변하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효성그룹이 이제 막 지주사 신설 작업을 시작한 상황이라 시장에 영향을 주는 언급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이번 기업분할이 조 회장과 조 부회장 등 오너 경영인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이긴 하나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임원은 아닙니다. 회사를 대표해 발언할 위치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신 IR부서 관계자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업분할과 배당 축소를 모두 주가 하락 요인으로 지목했고 이 중 배당 축소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주요 계열사 실적 악화로 당기순이익이 감소해 주당 배당금 감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효성이 실적 대비 고배당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2022년 ㈜효성의 현금배당성향은 570%였죠. 지난해 현금배당성향도 500%를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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