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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더 현장투어]중후장대 'ESG' 바람탄 엔알텍넷제로·평형수 관리책 찾아나선 중공업계, 환경부품 제조사 협업

김해(경남)=허인혜 기자공개 2024-02-28 09:10:56

[편집자주]

기업은 홀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내 굴지의 제조기업들은 수백·수천 곳의 납품사와 공생하지 않으면 하나의 제품도 내놓기 어렵다. 완제품과 최종 제조사의 성과를 받치는 협력사들의 현황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벤더사의 주력 제품과 현황, 연구개발 방향은 곧 국내 제조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생생한 지표다. 더벨이 벤더사의 주요 현장을 직접 방문해 탐방하고 사람들을 만나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7일 09: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 도입은 대기업의 운명만 바꾸지 않았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사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ESG가 경제적 규제로 성장하기 전 도덕과 개념의 영역이던 시기도 있었다. 이때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많은 벤더사들은 도태됐다. 그 사이 친환경과 신소재 등 새로운 기술을 탐구한 벤더사들은 살아남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3대 환경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기술을 개발 중인 엔알텍이다. 2002년 설립 후 초기에는 소음저감에 천착했지만 대기 환경과 수질까지 발을 넓혔다. 탄소배출 저감과 수질 관리가 최근 집중하는 분야다. 변화하는 글로벌 규제에 따라 대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태평양부터 한국까지' 달리는 배들, 평형수 관리도 새 시장

글로벌 해운사들이 신경써야하는 것 중 하나는 바닷물 관리다. 단순히 운항 해역의 바닷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태평양을 달리던 배가 한국에도, 중국에도 정박하게 되는데 문제는 지역마다 다른 생태계다. 배는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바닷물로 평영수를 채운다. 이 물은 다른 지역의 바다에 처리 없이 풀면 안 된다. 바닷물 내 수중 생물이나 병원균 등 다른 생태계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아쿠아스타의 수질 정화 장치. 6분의 1 크기로, 원 제품은 시간당 3000톤(t)의 물을 깨끗하게 바꾼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년 전부터 선박평형수 관리 법안을 채택해 2015년말부터 실제 집행 중이다. 선박평형수처리시스템(BWMS)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한다는 게 골자다. 따라서 선박들은 이 시스템을 탑재해 배를 개조해야 한다. 개조선(Retrofit) 분야는 물론 신건조 단계에서도 BWMS 관련 시장이 활발해 졌다.

엔알텍이 거래 중인 선박 건조 협력사들은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등이다. 미국의 미쓰비시중공업과 스미토모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등 글로벌 협력사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엔알텍은 2019년 아쿠아스타 투자를 단행했다. BWMS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기술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아쿠아스타의 수질 관리 시스템은 시간당 800~3000톤(t)의 물을 정화한다. 엔알텍이 아쿠아스타에 더 집중한 건 정화 방식이다. 전기분해를 차용해 다른 방식 대비 전력 소모가 낮다. 그만큼 환경 규제에 자유롭다는 의미다.

계획대로만 본다면 투자는 실패한 케이스다. 공교롭게도 인수직후 팬데믹이 찾아왔다. 선박 실험을 해야하는데 모든 게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불가능해졌다. 본래 애프터서비스(AS) 마켓을 노렸지만 진입이 늦어졌다. 방향을 틀어 신건조 시장을 노리고 있다. 다행히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국제교역을 하는 모든 선박은 올해 9월까지 BWMS를 모두 설비해야 한다. 앞으로 나올 신 선박도 마찬가지다.

◇탄소배출 규제, 대기업·협력사 기회로…수소 개발중

탄소배출 규제는 이제 지키지 않으면 돈을 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 적용하고 있다. 대상은 철강과 알루미늄, 전력, 수소 등 중공업·제조 분야와 밀접하다. 모든 관련 물품의 탄소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했다. 보고서가 미진해도 과태료를 문다. 솔직하게 적더라도 규제에서 벗어나면 그 역시 수출을 제한하는 요소가 된다.
창원 액화수소 플랜트 조감도.
중공업계의 에너지 대안은 신재생 에너지다. 이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등의 대기업들이 한발 앞서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경남 창원에서 '액화수소 플랜트' 준공식을 연 바 있다. 하루 5톤, 연간 최대 1825톤의 액화수소를 생산해 인근 연구기관, 기업, 수소충전소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아직 이 기술을 갖춘 기업이 없었는데 두산에너빌리티가 프랑스 에어리퀴드사가 제공한 기술을 사용하는 한편 기술을 확보했다.

무탄소 발전기술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로 움직이는 터빈 등을 개발 중이다. 주요 협력사인 엔알텍도 신사업으로 수소 발생 장치와 저장 탱크 시스템 등을 낙점했다. 파장으로 페인트를 말리는 원적외선 복사파 건조설비도 탄소 배출량을 최소 30%에서 절반 이하로 줄인다.

◇'세계 최초' 노린 대기업들, 발맞춘 협력사

환경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기 까지는 협력사 공동개발이 중요한 기점이 됐다. 특히 '세계 최초'를 노려온 대기업들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등과 2000년대부터 협업을 이어왔는데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의 족적을 두루 찍었고 그때마다 엔알텍도 동행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LNG 운반선에는 세계 최초로 GCU(Gas Combustion Unit) 소음기가 설치됐다. 이 기술을 갖췄던 게 엔알텍이다. 선박 실증실험으로 여객선 전체 소음을 제어한 국내 첫 사례다.

두산에너빌리티와는 발전기 부품으로 맞손을 잡아왔다. 2016년 두산에너빌리티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Blade) 운송장치를 개발했다. 2017년부터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 국책과제에 참여해 왔다. 흡기와 배기 시스템, 소음 차폐 시스템 등을 제작했다.

2012년 HD현대중공업과 공동개발한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는 지금도 엔알텍 매출의 원천이다. 관련 규제가 발효된 2017년부터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남경훈 엔알텍 대표의 설명이다. 이밖에 미쓰비시파워, 가와사키중공업, IHI, 지멘스 등에 맞춰 개발한 제품과 기술로 연간 15~20%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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