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리뷰]자사주 소각에 급반등한 금융지주 PBR '1' 도전[총론]적극적 자본 재분배·수익성 제고 등 근본 체질 변화도 필요
김소라 기자공개 2024-03-15 07:40:11
[편집자주]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11: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BR, 주당순자산비율, 기업의 주식가치를 순자산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PBR이 1배란 것은 한 기업의 주식가치가 순자산과 같다는 뜻이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 수준이 기업의 자산 가치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미다.한국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PBR이 1배는 커녕 0.5배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0.3~0.4배 수준의 PBR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맞춰 다양한 주식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일제히 자기주식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에 불이 붙었다. 여전히 PBR 1배엔 못 미치지만 이번 기회로 만성 저평가 종목이란 꼬리표를 뗄 지 주목된다.
다만 이번 주식 재평가가 장기적으로 유효하려면 주요 지표 및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꾸준히 재투자를 통해 영업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더불어 글로벌 금융사 대비 낮은 주주환원율을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금융 지주 시가총액(밸류에이션)은 근래 급격히 확대됐다. 올해 1~2월에 걸쳐 주가는 뚜렷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기주식 소각 계획을 발표한 하나금융·KB금융·신한지주'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를 꾀하고 있다.
주가 흐름에 맞춰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전년 대비 상승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본총계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신한지주 모두 PBR이 소폭 올랐다. 하나금융지주는 작년 반기 말 0.3배에서 이달 0.43배로 상승했다. 같은 시기 KB금융은 0.33배에서 0.48배, 신한지주는 0.33배에서 0.42배로 올랐다. 현재 3사 시가총액 역시 지난해 말 대비 10~40% 더 확대된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기업설명회(IR) 업무 담당자는 "워낙 저평가 상태이다 보니 보다 효과적인 밸류에이션 확대를 위해 자사주 매입, 소각분을 유의미하게 늘렸다"며 "주주 가치 증대 차원에서 이 방법이 타 주주 환원책 대비 좀더 유리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지주들의 저평가 상황은 해외 주요 은행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 6대 은행 (골드만삭스, JP모간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모간스탠리, 씨티그룹)은 이달 기준 씨티그룹을 제외하고 모두 PBR 1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JP모간 체이스가 1.8배로 가장 높다. 앞서 지난 2022년 '시장체제 개편'을 통해 주가를 고려한 경영 등을 주문해 온 일본 시장도 비슷하다. 미쓰비시, 스미토모 미쓰이 등 현지 주요 은행들 모두 PBR이 1배에 근접한 상황이다.
밸류에이션 면에서 해외 금융사들이 국내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배경으론 적극적인 주주 정책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배당 정책을 보면 상대적으로 큰 몫을 주주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일례로 모간스탠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배당성향은 63.2%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4대 금융 지주의 배당성향이 23~27%에 머무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6대 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은 40%에 근접한다.
국내 증권, 보험 섹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PBR은 만성적으로 1배 미만이다. 시가총액 기준 가장 큰 생명·손해보험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0.4배, 0.8배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 역시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이보다 작은 규모의 업체 모두 줄줄이 PBR 0.3~0.6배에 머물러 있다. 이와 달리 미국 대형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PBR은 5배가 넘는다.
최근 금융지주 주식이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건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덕이다. 하나금융지주가 3000억원, KB금융은 3200억원, 신한지주는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아직 발표하기 전이다.
업계에선 효과적인 밸류업을 위해선 보다 공격적인 수익성 확보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영업이익 등으로 확보한 유보금을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금융지주들의 이익 확대는 쉽지만은 않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약탈적 금융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가 나온 바 있다. 상생 금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이익원을 창출하는 묘수가 필요하다. 해외 비즈니스 강화 및 비은행 수익 강화 등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
금융사의 주주친화 정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순이익 증가율에 맞춰 배당성향을 늘려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의 배당성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해외 투자자를 만나면 국내 기업의 ROE(자기자본이익률) 제고 시도가 소극적이란 의견을 자주 접한다"며 "금융권 역시 현금을 쌓아두지만 말고 배당에 사용하거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식의 자본 재분배를 통해 ROE를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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