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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비즈니스 2.0]P21의 승부욕 "색다름 추구, 한국 최초 '리스테' 간다"⑦박여숙화랑 2세 최수연 P21 대표 "장기 비전 중심 작가 발굴, 작가 관리 전문성 높일 것"

서은내 기자공개 2024-03-13 14:28:21

[편집자주]

화랑업계가 2세 경영을 통해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부모 세대 갤러리스트들이 이뤄온 고미술, 근대미술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탈피, 현대미술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컬렉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3040의 젊은 갤러리스트들은 디지털, 글로벌 등을 키워드로 정보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2세 갤러리스트들을 인터뷰하고 한국 미술 유통업계 비즈니스의 새 모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갤러리 P21(P Two One)이 한국 화랑으로는 처음으로 오는 6월 스위스 '아트바젤'의 위성 아트페어 '리스테'에 참가한다. 리스테는 아트바젤에 입성하기 전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미술품 전시 판매 행사로 아트바젤 기간에 함께 진행된다. 떠오르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프로그램을 집중해 보여주는 행사로 손꼽힌다.

P21은 2세대 갤러리스트가 문을 연 차세대 화랑으로서 국내 메이저 갤러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2022년부터 매해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는 자격도 부여받은 것이 그 증거다. 대형 갤러리들 위주로 참가하는 프리즈 서울에 두 해 연속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올해도 9월 '프리즈 서울 2024'의 참가가 확정됐다.


최수연 P21갤러리 대표. P21에서 'Xiyadie & Jorinde Voigt' 2인전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최수연 P21 대표(39)는 2세 갤러리스트들 중에서 비교적 자립을 이룬 지 오래된 편에 속한 이다. 최 대표는 모친이 운영하는 박여숙화랑에서 독립해 2017년 P21 사업을 시작했다. P21의 이름엔 21세기 동시대 미술을 담겠다는 최 대표의 의지가 담겨있다. 2021년부터는 독일 갤러리 쾨닉의 서울 지점 대표도 겸하고 있다. 갤러리업계는 최 대표의 감각적인 성향, 색다른 전시 구성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 대표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1세대 갤러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그 후 2세대 갤러리로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낸 곳이 드물다"라며 "남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색다른 전시로 2세대 갤러리의 우수성을 입증해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장르·연령·지역 불문 장기 비전 중심 작가 발굴

최 대표는 P21을 통해 장르나 연령,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현재 미술 신에서 가장 흥미롭고 뛰어난 작업 보여주는 작가를 선보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비전이 있는 작가 엄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 그는 "작품 구매 손님이나 작가들에게 P21이 공신력 있는 브랜드로 평가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갤러리마다 성향이 다르고 미술의 가치는 주관적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지지만 미술이라는 영역 자체는 우수함을 추구하는 산업이라 생각한다"며 "한국 시장에서 색다른, 남이 보여주지 못한 것을 개척하고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할 수 있다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고 덧붙였다.

P21은 전속작가 관리에 있어서도 타 갤러리들과 차별성을 추구한다. 최 대표는 "작가 관리를 프로페셔널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작가들과 밀착 소통하고 전시가 없는 기간에도 해외 전시 등 작업을 서포트하며 커리어를 관리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P21에서 전시가 진행 중인 중국 작가 시야디에의 작품.

최 대표가 두 개의 갤러리를 운영 중인 것도 갤러리스트로 그를 주목하게 하는 또다른 배경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독일 쾨닉갤러리의 요한 쾨닉과 소통하게 되면서 쾨닉의 서울 사업 파트너로 자리했다. 쾨닉은 2000년대 초 베를린에 설립된 갤러리로 1982년생 젊은 오너인 요한 쾨닉이 공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 단기간 명성을 확보한 곳이다.

겸직에 따른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 최 대표는 현재 쾨닉서울의 대표이자 오너십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P21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여 밖에 안된 시점에 쾨닉서울 대표직을 제안받았다"며 "국제 메가갤러리들이 중소갤러리들을 흡수하는 흐름이 많이 나타나는데, 한국 작가의 공간이 사라질 수 있겠다 싶어 두 사업을 동시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쾨닉과 P21은 성격이 서로 다른 공간으로 각각에 맞는 작가들이 다르다"며 "두 곳을 함께 운영하면서 보다 폭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쾨닉서울 전경 <사진:쾨닉서울 제공>

◇ 무일푼으로 시작한 P21, 박여숙화랑과 독자색 전개

박여숙 화랑은 1983년 설립된 화랑으로 유수의 단색화 거장들이 이 곳을 거쳐갔다. 박여숙 사장은 전통공예, 골동 작품에 조예가 깊어 공예 작가들이 현대미술의 범주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인물로 회자된다.

최 대표는 미국 뱁슨칼리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자연스레 모친을 도와 갤러리 사업에 참여했다. 최 대표는 "박여숙 화랑에 남아있기보다는 서브브랜드 형태로 독립하는 편을 선택했다"며 "일찍이 독자적인 색깔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갤러리는 고객이나 작가 리스트를 쉽게 이어받을 수 없어 다음 세대로 이전이 쉽지 않은 비즈니스"라며 "인적 관계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성향도 다르다보니 P21을 시작할 때는 무일푼으로 맨바닥부터 일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최근 P21은 최근 이태원에서 전시 공간을 추가로 오픈했다. 그동안 한국 작가를 위주로 다뤄왔다면 신관 오픈 후로는 해외 작가도 주기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개인전뿐 아니라 기획전을 다수 개최하기로 했다.

새로운 공간의 개관전도 해외 작가 2인의 전시로 시작했다. 'Xiyadie & Jorinde Voigt' 2인전 전시가 2월 24일부터 진행 중이다. 독일 작가 요린데 포그트(b.1977)와 중국 작가 시야디에(b.1963)의 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두 작가 모두 이번 전시에서 종이를 재료로 사용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Xiyadie & Jorinde Voigt' 2인전이 진행 중인 갤러리 P21 전시 전경. <사진:P2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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