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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계열사 세대 교체]포스코는 반세기 넘은 간판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④미약한 출발 음극재 사업이 씨앗…통합 포스코인터도 영업이익 30% 책임

조은아 기자공개 2024-03-11 09:15:56

[편집자주]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룹을 대표하는 간판 계열사 역시 달라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태동기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들이 맨 앞에서 그룹의 성장을 홀로 이끌었다면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해진 뒤 국민 삶의 질과 국내 산업의 질 모두를 끌어올린 건 전자 사업이었다. 여전히 이들 사업이 주요 그룹의 주력이자 핵심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곳곳에선 형들을 단번에 뛰어넘는 슈퍼 루키들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그룹 간판 계열사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그룹에 '그룹'이 붙은 건 사실 그리 오래 전의 일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룹이라고 하기엔 포스코의 존재감이 독보적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오너도 아니고 여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포스코의 대표이사일 뿐인데 그룹 회장으로 불린 데서도 포스코의 막강한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포스코그룹에게 '비철강 강화'는 숙원이었다. 그룹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여전히 철강을 빼놓을 수 없지만 미래에도 그럴 것인지를 놓고는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요 증가엔 한계가 있었고 점차 중국 등 외부 변수에 흔들리는 강도는 강해졌다.

철강을 가장 잘 알고, 철강업을 가장 오래 해왔던 만큼 비철강 강화로 시선을 돌린 것 역시 예견된 수순이었다. 위기의식 속에 틈틈이 다른 사업을 눈여겨봤다.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대한통운 등 재계를 흔든 조단위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2010년, 소박했던 출발

성과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시작은 소박했다. 내화물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던 포스코켐텍은 2010년 음극재 생산 계획을 밝히고 이듬해부터 제철소에서 나온 부산물인 타르를 이용해 음극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차전지 소재 산업의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사업이긴하지만 이미 다른 주력 사업이 있었던 만큼 그리 '기대주'는 아니었다.

2년 뒤인 2012년 포스코는 보광그룹 계열사 휘닉스소재와 손잡고 이차전지 소재 합작법인 '포스코ESM'을 출범시켰다. 양극재 사업의 시작이다. 당시엔 정준양 전 회장이 직접 양극재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등 어느 정도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두 회사 모두 변방에 머물렀다. 이때만 해도 전기차 시장의 개화는 먼 미래로 여겨졌다. 규모도 워낙 작았다. 포스코ESM의 경우 출범 이듬해인 2013년 매출이 57억원에 그쳤다.

두 회사가 합병해 지금 포스코퓨처엠의 외형을 갖춘 건 2019년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때마침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열릴 것으로 전망되며 포스코퓨처엠의 성장세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우연도 있었지만 필연도 있었다. 비철강 강화라는 숙원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일찌감치 발을 들이게 만들었다. 시장을 선점했던 만큼 경쟁자도 없었다. 광물을 이용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철강업과 어느 정도 공통점도 있었다. '타이밍'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를 등에 업어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만큼 시장의 성장 속도에 맞춰 적재적소에 투자할 수 있었다.

2019년 1조4838억원이었던 포스코퓨처엠 매출은 지난해 4조7599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899억원에서 2022년 165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포스코퓨처엠을 둘러싼 기대감은 여전하다. 최근 그룹 차기 회장을 뽑는 과정에서도 이 점은 명확히 드러났다. 이차전지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처음부터 막판까지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포스코퓨처엠의 위상 변화는 가장 쉽게는 임원 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3분기 말 포스코퓨처엠의 미등기임원은 23명이다. 정확히 3년 전인 2020년 3분기 미등기임원은 11명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3년 만에 2배로 늘어난 셈인데 이같은 추세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 상당수도 포스코퓨처엠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당장의 실적과는 무관하게 포스코퓨처엠을 다르게 대하는 분위기"라며 "포스코홀딩스 고위급 임원이 직접 회의에서 '앞으로 포스코퓨처엠으로 이동하는 직원은 있어도 나오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축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그룹은 2010년의 3조3700억원을 써내 롯데그룹을 제치고 국내 1위 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품었다. 그룹 역사상 가장 큰 투자였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영업력을 해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상사라는 사업의 경쟁력이 영업력, 즉 사람에게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영업 관련 조직과 인력들을 적극 우대했다. 국내 1위라는 자부심 강한 대우맨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초창기 이동희 전 부회장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모든 대표이사(CEO)가 대우그룹 출신이다. 최근 이뤄진 인사에서도 이 기조는 지켜졌다. 2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새 수장으로 낙점된 이계인 사장은 1989년 대우인터내셔널(전 ㈜대우)에 입사한 '대우맨' 출신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3년 포스코에너지를 품고 통합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출범했다. 외형을 한층 확대하며 전통 종합상사의 역할을 넘어 식량·에너지·소재를 3각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포스코퓨처엠과 함께 그룹을 대표하는 주력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3조5000억원)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엔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본업인 트레이딩 사업을 통해 그룹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의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하는 데 이어 원료의 직접 생산 가능성도 검토한다. 지난해 하반기 회사에 이차전지 소재 및 원료 사업을 담당하는 '친환경본부'도 신설했다.


포스코는 물론 예나 지금이나 규모나 위상 면에서 포스코그룹의 간판 계열사다. 다만 존재감은 다소 흐려지고 있다. 특히 2022년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업회사 포스코는 비상장사로 남았다. 앞으로도 상장할 계획은 전혀 없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비상장사를 유지하겠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상장사가 갖는 여러 번거로움 없이 사업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룹 내 철강 사업의 존재감이 옅어지던 상황에서 관심에서 한층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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