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은 지금]볕드는 현지 생산 전략, 해외 부문 수익성 기지개 켜나②현지 연착륙 위한 투자 효과 본격화, 지난해 미국 법인 적자폭 축소
정유현 기자공개 2024-03-20 07:33:59
[편집자주]
'바른 먹거리'를 내세우며 성장해온 풀무원이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유기농 두부가게'에서 시작해 식품뿐 아니라 급식, 컨세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며 국내 대표 친환경 기업으로 우뚝 섰다. 식물성 단백질 식품군을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화에 앞장서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있다. 더벨은 백년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풀무원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성장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풀무원은 주력 계열사 풀무원식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깃발을 꽂고 있다. 1991년 포장 두부를 들고 한국 식품의 불모지였던 미국 시장으로 향했다. 30여 년간 미국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현지 공장을 증설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2010년 중국, 2014년 일본으로 무대를 넓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중·일 삼각편대를 완성한 후 2019년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해외 법인은 내실보다는 외형 중심의 성장 전략을 짰다. 오랜 기간 손실이 쌓인 것은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기 위해서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동안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던 해외 법인의 성과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법인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법인이 적자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창립 40주년을 기점으로 해외 부문의 영업이익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A나 현지 공장 증설 통한 확장 전략, 베트남 진출 후 K간식 시장 공략
풀무원은 해외 진출 전략을 살펴보면 법인을 설립한 후 생산 공장을 세워 운영하는 방식이다. 생산 기지를 구축해 유통망을 넓히고 물류비를 줄여 수익을 내는 구조를 구상한 것이다. 베트남은 초기 단계로 법인 설립 후 공장을 세우지는 않은 상태다.
2015년 미국의 아시안 누들 시장에도 진출했다. 레스토랑 수준의 맛과 조리 편의성을 갖춘 '프리미엄 냉장 생면'을 출시하며 현지 시장을 개척했다. 아시안 누들 매출은 2016년 110억원 규모에서 2022년 약 970억원까지 확대됐다.
미국 시장에서 두부 강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2016년 이후다. 미국 두부 사업 1위인 비타소이로부터 두부 브랜드인 나소야를 인수하며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미 대륙 전역 유통망을 확보하면서 사업을 본격 확장하기 시작했다.
'두부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유통기한을 내세워 우위를 점했다. 중국의 현지 두부 제품의 유통기한이 5일 내외지만 풀무원 두부는 30일이기 때문에 중국 전역에 유통이 가능하다. 성장세에 발맞춰 2022년 300억원을 투자해 베이징 2공장을 신축했다. 연간 두부 생산량이 8배 이상 가했다. 베이징 1공장은 신선 HMR(가정 간편식) 전용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신선편의식품 시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현지 법인 아사히코는 2014년 일본 유부 1위, 두부 4위의 현지 식품기업을 인수해 설립했다.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을 합작해 식물성 단백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20년 11월 신규로 론칭한 '두부바(Tofu Bar)'는 출시 1년여 만에 편의점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선정됐고 1000만개 이상을 판매했다. 두부바를 비롯한 식물성 지향 식품 확산을 위해 현지 공장에 2개의 라인을 증설하고 판매 채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롯데마트를 비롯한 베트남 내 대형 유통채널에 풀무원 존(Zone)을 운영,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핫도그, 호떡 등 'K-간식'에 대한 인기가 커지고 있어 냉동 스낵류를 판매하고 있다. 간식류로 베트남 식품 시장을 선점하면서 향후 두부 등의 식물성 대체식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물류비 안정화 효과 본격화, 해외 부문 적자 행진 멈추나
해외 법인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적자가 지속되는 것은 부담이다. 해외 법인의 실적이 포함되는 해외 부문은 10년 이상 영업이익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10년 흑자를 냈지만 이듬해부터 계속 적자 상태다. 가장 비중이 큰 미국 법인의 부진이 성과에 발목을 잡았다.
2015년 400억원대 적자를 낸 이후 2020년 손실폭을 42억원 수준까지 줄였다. 하지만 2021년부터 265억원대 손실을 내더니 2022년에는 450억원대 손실을 냈다.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아시안 누들 제품의 매출도 빠르게 늘었다. 2022년 해외부문 매출이 5574억4500만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 방증이다.
아시안 누들은 면과 소스를 한국에서 수입한 뒤 미국에서 포장해 납품하는 구조다. 현지 공장에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시기 물류비 등이 급등하며 지출 규모가 커지며 적자가 확대됐다. 손실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중단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종결 후에도 거래선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최근 들어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길로이 공장의 증설이 완료되면서 원가절감과 해상운송 비용 등이 대폭 줄어들며 연결 기준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작년 3분기말 기준 해외 부문의 매출은 4279억9600만원, 영업손실 152억8100만원을 기록했다. 길로이 공장 효과가 4분기에 반영되기 때문에 연간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폭이 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공장 증설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에 있는 두부 생산기지인 아이어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해외 부문의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에 무게가 실린다.
풀무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쟁 등 글로벌 시장에서 리스크를 겪는 과정에서 현지 생산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추가로 공장을 오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작년에 물류가 안정화됐고 해외 부문의 적자폭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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