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혼자만 레벨업' 테크윙, 어디까지 갈까6000원서 3만원 돌파, 1년째 우상향 그래프…HBM 후공정 대장주 등극
조영갑 기자공개 2024-03-26 10:37:2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3:5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하단에 첨부한 테크윙의 주가(3개월 추이)를 보십시오. 근래 코스닥 섹터에서 보기 힘든 '아름다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1년 추이를 보면 더 드라마틱합니다. 1만원 하단에서 시작한 주가가 특정 '특이점'을 지나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1월 중순 경입니다. 1월에 테크윙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시총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정확히 1년 전인 2023년 3월 22일 테크윙은 52주 최저점인 6200원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시가총액은 23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1년 구간 그래프의 첫 점이 최저점이고, 종결점이 최고점인 상황. 1년 동안 우상향으로 치달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는 1조2000억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단숨에 코스닥 TOP 50위 권으로 진입했습니다. 1년 새 5배가 올랐군요. 22일 오전 10시 30분 현재도 2% 오른 3만12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HTS를 통해 120일 간 누적 매매량을 체크해 본 결과, 개인은 120일 간 누적 443만주를 내다 판 반면, 외국인은 총 170만주를 담았습니다. 기관 역시 264만주를 담으면서 테크윙의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개인이 차익 실현을 위해 내다판 물량을 고스란히 외국인과 기관이 담은 모양새입니다.
거래량도 당연히 많습니다. 주가 상승 이전 약 10만~40만주를 오가던 테크윙의 주식은 단번에 인기주가 됐습니다. 1월 중순 이후 300만주를 넘긴 날이 다수이고, 최대 700만주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해당 거래일에는 약 20%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구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기가 없던 반도체 후공정 핸들러 제조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Industry & Event
2002년 설립된 테크윙은 국내 반도체 메모리 핸들러의 발전사와 호흡을 함께 한 기업입니다. 2008년 세계 최초로 128para 테스트 핸들러를 개발, 출시한 데 이어 512para, 768para, SSD 테스트 핸들러 등을 잇따라 시장에 선보이며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명가의 지위를 다져왔죠. para는 핸들러에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의 갯수를 말합니다. para 수가 높을 수록 고성능이죠. 테크윙의 핸들러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의 para 수와 속도를 자랑합니다.
2022년 글로벌 고객사의 테스트 핸들러 입고가 늘면서 매출액 2675억원, 영업이익 577억원의 호실적을 거뒀습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등 글로벌 IDM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수요처가 다양한 것이 테크윙의 강점입니다. 특히 마이크론의 비중이 큽니다.
하지만 지난해 고객사들이 잇따라 D램, 낸드 캐파를 줄이면서 후공정 전문기업에도 한파가 닥쳤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1336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액은 50%, 영업이익은 90% 가량 빠졌습니다.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111억원을 기록했구요.
올해 테크윙은 칼을 갈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반적인 반도체 불황 탓에 PO(구매주문)을 받는 밴더사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옵션이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선제적으로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결기가 가득합니다.
우선 비메모리 후공정 시장을 겨냥, EDS(Electrical Die Sorting), 번인 테스트(Burn-in test), 파이널 테스트(핸들러) 등 모든 라인업을 구축하고, 신규 전략 장비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등극한 HBM(고대역폭메모리) 관련 '큐브프로버(Cube prober)'입니다. 테크윙에서는 큐브프로버를 단순 테스트 핸들러로 부르기를 거부합니다. EDS와 패키지 테스트를 겸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검사 장비로 명명합니다. 보통 반도체는 다이를 쌓은 후 패키지 단계에서 개별 칩의 전기적 특성을 검사하는데, 큐브프로버는 다이를 쌓는 과정에서 테스트를 진행, 고적층 반도체의 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큐브프로버의 개발 소식이 알려진 시기와 주가가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시점은 거의 일치합니다. 최대 고객사인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더해 그동안 테크윙과 거래가 없었던 삼성전자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지난해 실적과 관계 없이 테크윙의 주가가 치솟기 시작한 거죠.
현재 HBM 메이커들의 최대 이슈는 '수율'인데, 이 큐브프로버가 HBM 칩의 수율을 대폭 향상시켜 줄 수 있는 후공정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진 까닭입니다. 현재 HBM의 수율은 약 70% 가량으로 평가됩니다. 많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폐기율이 높은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큐브프로버가 양산에 도입되면, HBM 단가를 안정화하는 데에도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Market View
뜨거운 주가에 비해 증권가 리포트 수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눈에 띄는 리포트 몇 개를 살펴보면, 테크윙이 지난해 고난을 헤치고 올해 비상하리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2024 리바운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썼습니다. 권 연구원은 해당 리포트에서 올해 테크윙의 성장 모멘텀을 3개로 꼽았습니다. △HBM 테스트 핸들러 △SoC 핸들러 △소모품 등입니다. HBM 테스트 핸들러는 앞서 소개한 큐브프로버입니다. 테크윙에서는 핸들러의 일종으로 분류하기를 거부합니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편의상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권 연구원은 큐브프로버와 관련, "HBM 수요 증가→생산 증가→테스트 물량 증가→테스트 속도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고속 핸들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기존 메모리 핸들러 대비 ASP(평균단가) 개선도 기대된다"고 적었습니다. 협의 중인 걸로 파악되지만, 실제 큐브프로버의 ASP는 기존 메모리 핸들러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의 단가가 책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례가 없던 장비라 공급자 입지가 더 유리한 상황이죠.
가장 최근에 나온 대신증권(한송협 연구원) 리포트에서도 큐브프로버를 주목합니다. 한 연구원은 'HBM 테스트 핸들러 신사업으로 폭발적 매출 성장'이라는 리포트에서 "기존 HBM 테스트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해 고객사 입장에서 비용 절감 및 수율 개선이 가능하다"면서 "경쟁사 A사 대비 단가와 검사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으며, 확보한 주요 고객사(글로벌 대형 IDM 업체) 외 추가 고객사를 유치한다면 매출 퀀텀 점프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쟁사 A는 일본 아드반테스트입니다.
◇Keyman & Comments
더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테크윙의 변모를 지속적으로 취재해 왔습니다. 주가가 움직이기 전이죠. 2022년 3월 나윤성 기존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에 취임한 장남 대표가 IR을 총괄하면서 테크윙의 대외 접촉도 활발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에 대외 활동을 꺼리는 나 대표 대신 장 대표가 대외 창구 역할을 도맡으면서 시장에서 테크윙의 지명도도 올라갔습니다.
지난해 10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장 대표는 "그동안 테크윙은 단순히 테스트 핸들러 제조사 정도로 스탠스가 잡혀 있었지만, 앞으로는 SoC 시스템 반도체 핸들러, EDS 솔루션, 테스트 관련 부품 등을 아우르는 후공정 토탈 프로바이더로 변모해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둔의 밴더사 이미지를 지우고, 시장과 활발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습니다.
실제 장 대표가 시장을 누비고 다닌 만큼 테크윙의 의지가 기관에 효과적으로 전달됐다는 평입니다. 기관설명회에서 만난 한 기관투자자는 "지난해까지 테크윙은 시장 소통에 매우 소극적인 회사였는데, 올해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1969년 생인 장 대표는 테크윙 재무파트로 입사해 착실하게 계단을 밟고 올라온 경영인입니다. 동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알루미늄 전해콘덴서 전문생산업체인 삼영전자공업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05년 테크윙에 합류해 재무팀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입니다. 총괄부사장을 거쳐 2022년 각자대표에 올랐습니다. 나윤성 대표가 가장 신임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 대표는 한참 주가가 탄력을 받고 있을 당시 기자에게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테크윙은 아직도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고 보라. 올해 말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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