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창투는 지금]영화 아닌 게임 명가?…시프트업 그 다음 스텝은?⑥유니콘 게임사 발굴한 허윤석 본부장 건재…'메타버스 펀드'서 투자 여력
유정화 기자공개 2024-04-09 07:59:28
[편집자주]
1987년 설립돼 1세대 벤처캐피탈(VC)로 꼽히는 대성창투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GP로 선정됐지만 출자자(LP) 확보에 실패하면서 잇따라 자격을 반납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회사를 오랫동안 이끌어 온 수장이 사의를 표하고, 핵심 인력마저 이탈하면서 후폭풍도 거세다. 그간 대성창투의 '특기'로 꼽혔던 문화 컨텐츠 투자 명가 이미지도 퇴색되고 있다. 대성그룹 오너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VC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퇴색될까 후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더벨은 대성창투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대성창업투자가 투자한 게임 포트폴리오 회수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크래프톤, 펄어비스를 초기에 발굴해 투자한 허윤석 대성창투 벤처투자2본부 본부장(이사)가 건재한 만큼, 그간 많은 성과보수를 안겨준 게임 분야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대성창투는 당분간 펀드레이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수의 중요성이 훨씬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성창투는 한국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 정책금융 출자사업에서 연이어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반납하면서 각 출자사업에 1년, 최대 3년까지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프트업 몸값 따라 멀티플 성과 최대 10배
대성창투가 보유한 게임업계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기업은 시프트업이다. 지난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기업공개(IPO)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거래소 상장 규정상 심사 신청을 받으면 45영업일 안에 결과를 통지해야 하나 통상 추가 자료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시일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시프트업은 2013년 12월 일러스트레이터 출신 김형태 대표가 주축이 돼 창업한 게임 개발사다. 김 대표는 ‘창세기전’ 시리즈, ‘블레이드앤소울’의 아트 총괄 디렉터를 담당했다. 특히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로 대박을 내면서 가파른 기업 성장을 이끌었다.
니케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시프트업을 단숨에 턴어라운드 하게 해준 효자 IP(지적재산권)다. 시프트업은 니케 출시 이전인 2019년(영업손실 26억)부터 2021년(영업손실 191억)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에서 2022년 183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영입이익은 1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이렇다 보니 대성창투의 투자금 회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가 총액이 2조~3조원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대성창투가 구주를 매각할 경우 10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대성창투는 앞서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투자를 단행했는데 당시 기업가치는 각각 2300억원과 3000억원 수준이었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여기에 신작 출시까지 앞두고 있어 흥행 여부에 따라 시프트업의 기업 가치는 높아질 개연도 크다. 신작 콘솔 액션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는 내달 정식 출시 준비를 앞두고 있다. 이미 스텔라 블레이드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각국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예약 구매 1, 2위를 다투고 있다.
대성창투가 현재 시프트업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위메이드가 보유하고 있던 시프트업 지분 전량을 텐센트 산하 에이스빌에 약 800억원에 매각할 당시 대성창투도 지분 일부를 매각해 초기 투자금만큼을 회수 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2018년 시프트업에 100억원을 투자해 5년만에 8배의 차익을 냈다. 당시 시프트업이 당시 평가 받은 기업가치는 1조9456억원 수준이었다.
대성창투 관계자는 "시프트업에 투자한 건 맞지만 투자한 금액이나, 회수 여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펄어비스 흥행…프로젝트투자도 활발
대성창투의 게임 투자 포트폴리오 이력은 화려하다. 대표적으로 크래프톤, 펄어비스, 시프트업이 있다. 이외에도 빅픽처인터랙티브, 엔젤게임즈, 유티플러스인터랙티브, 어비스컴퍼니, 앤유 등 30개가 넘는 게임·콘텐츠 업체에 투자해 왔다. 이들 포트폴리오 투자를 주도한 건 허윤석 대성창투 본부장이다.
허윤석 본부장이 벤처투자 2본부 그룹장을 맡아 게임개발사, 콘텐츠, E-스포츠, 인공지능(AI) 등 분야 투자를 이끌고 있다. 게임빌과 KB국민은행에서 근무하다 2015년 대성창투로 합류했다. 심사역이 되고 가장 먼저 투자한 회사가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옛 블루홀스튜디오)이었다.
허 본부장은 2015년 대성창투에 입사한 이래 8년간 굵직한 트렉레코드를 쌓았다. 크래프톤 투자는 100배(지분 희석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의 수익을 냈다. 게임 분야는 아니지만 소프트뱅크 펀드로부터 투자받은 인공지능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에 모두 초기 투자했다. 지분 희석을 배제하면 투자 수익이 각각 약 40~50배, 10배에 달한다.
대성창투는 지난달 종합 E-스포츠 기업 빅픽처인터렉티브에 팔로우온(후속투자)을 단행했다. 133억원 규모 시리즈C 라운드에 참여해 하나벤처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대신증권 등 기관과 LP로 참여했다. 앞서 2021년 대성창투는 '대성 따뜻한 임팩트 투자조합'에서 비목적 투자처로 빅픽처인터렉티브를 투자한 바 있다.
2015년 설립된 빅픽처인터렉티브는 e스포츠 교육과 온·오프라인 대회 개최, 데이터 플랫폼, 게임 영상 콘텐츠, 커뮤니티, PC방 등 게이머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e스포츠 교육사업 '게임코치아카데미'를 시작으로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게임미디어 콘텐츠사업 ‘GCL’, e스포츠 대회 플랫폼 '레벨업지지'를 서비스하고 있다.
프로젝트투자 현황을 보더라도 대성창투가 게임 분야에 거는 기대감을 알 수 있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총 9개의 프로젝트 투자 가운데 8개가 게임 분야다. 게임사 탑픽의 비행슈팅 게임 나나이모에 4억2000만원을 투자했다. 이외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엔제이인터넷(네이처에이지) △GnP엔터테인먼트(부비부비) △GnP엔터테인먼트(온에어) 등에도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성창투의 투자 여력은 1397억원 수준이다. 이중 가장 많은 재원이 남아 있는 펀드가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이다. 지난 2022년 11월 결성된 이 펀드의 규모는 1100억원이다. '스마트 씨제이-대성 메타버스 투자조합'은 지난 2021년 모태펀드 멘토매칭 수시출자 GP로 선정되면서 15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메타버스는 게임과 밀접한 키워드다. 확장현실(XR), 블록체인과 융합된 게임 분야 투자처로의 확대도 가능한 상황이다. 가령 대성창투가 지난해 5월 투자한 가상현실(VR) 게임 전문 개발사 컴투스로카도 메타버스펀드의 주목적 투자 대상이다.
대성창투 한 관계자는 "VR 게임 같은 경우 메타버스 펀드에서 투자할 수 있다"며 "펀드에서 20~30%는 비주목적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 포트폴리오라도 충분히 좋은 게 있으면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이름 탓에 메타버스에만 투자할 수 있는 것 같아도 구현 기술이 다양해 사실상 딥테크 펀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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