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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마린솔루션, 최적 항해를 위한 '종합 솔루션' 안내서 [르포] HD현대 디지털융합·관제센터 가보니…선박에도 '생애주기' 서비스

성남(경기)=허인혜 기자공개 2024-04-08 09:33:52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는 바다에 잠기고 구조물을 부쉈다. 출렁거리는 배 앞 유리에 파도가 쉼없이 와 쏟아졌다. 배는 이리저리 흔들렸고 종종 교각이나 벽면에 부딪힐 듯 바투 닿았다. 함께 앞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배가 어딘가 가깝게 다가가면 '어, 어!'했고, 파도가 요동칠 때는 '아, 어지러워'라는 말을 뱉을 정도였다. 그래픽 체험이었음에도.

HD현대마린솔루션은 2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HD현대의 디지털융합·관제센터를 소개했다. 디지털융합센터 안내를 맡은 최봉준 디지털기술센터장·수석연구원은 "선박에 기술을 탑재하기 전 가상환경을 통해 시스템을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만(五萬) 테스트를 다 한다"는 농담 속에는 디지털융합센터가 얼마나 촘촘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랑도 묻어있다. 잠잠한 바다뿐만 아니라 비가 오고 안개가 끼는 극한 상황까지 구현하는 한편 별도의 시스템을 따로, 또 같이 운용할 수도 있다.

바다 풍경은 울산항을 모사해 만들었다. '이 배'의 항로를 미리 따라가보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의 스마트 선박이자 HD현대가 독자개발한 전기추진솔루션(Hi-EPS)인 울산 태화호다. 디지털융합·관제센터에서 HD현대그룹이 제작한 배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다는 건 HD현대마린솔루션이 내세우는 최장점 중 하나다.

◇파도의 움직임까지 미리 적용하는 디지털융합센터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부와 엔진기계사업부,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에서 선박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 부문을 분리해 설립한 전문 법인이다. 선박의 정비와 부품 판매, 수리, 개조, 성능개선 등 선박 애프터서비스(AS)에 주력해 왔다.
디지털융합센터. 사진=HD현대

현재는 선박 유지·보수의 애프터마켓(AM)과 친환경 선박 개조, 선박 연료유 공급의 벙커링 등의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네 가지 사업영역 중 이날 중점적으로 돌아본 곳이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지털융합·관제센터다. 최 수석은 "HD현대마린솔루션과 HD현대 계열사들이 개발한 선박 기술을 융합해 현실화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융합 센터에서는 검증 시스템뿐 아니라 HD현대의 힘센엔진을 포함해 선박의 도면을 3D로 구현한 진단 시스템, 자동으로 위기를 감지하는 CCTV 시스템 등이 배치돼 있다. 최 수석은 "최근 선박 사고에서 위험한 것이 암모니아 유출 사고인데, 눈으로 보이지 않는 사고라 쉽게 감지가 어렵지만 CCTV와 센서 등을 융합해 감지해 내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고 소개했다.

안전뿐 아니라 선박의 효율적인 운항까지 관제한다는 게 최 수석의 설명이다. 최 수석은 "같은 운항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선박 기술자들이 각기 다른 시스템들을 통합해 또 다른 기술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와이드 모니터로 한 눈에 보는 현황…디지털관제센터

R&D센터 6층으로 올라가면 정면 중앙에 디지털관제센터가 위치해 있다. 55인치 대형 모니터 12개를 연결해 300인치의 초대형 화면을 만들었다. 자리에 앉아 화면을 바라보면 HD현대마린솔루션에서 직접 공급한 스마트솔루션(ISS, HiEMS, DATS)이 장착된 430여척의 선박의 실시간 운항 정보가 한눈에 표시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스마트십 솔루션(ISS)으로 선박플랫폼 사업의 문을 열었다.

모니터링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수집한 운항 정보와 기기의 운전 정보는 바로 분석해 선박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선박에 경고 알림을 보낸다.

안내를 맡은 장민성 책임은 "150여명의 전문가들이 협업해 항차 별로 실제 운항 경로, 거리, 속도, 연료 소모량 등의 상세한 정보와 실제 운항과 최적 운항과 비교한 운항 분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선박 주요 기기의 정비 관리, 성능분석 및 운전 패턴 진단 등의 기기 분석기능도 제공한다. 웹 베이스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다.
디지털관제센터. 사진=HD현대

오션와이즈(OceanWise)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디지털 솔루션 기술 중 가장 최신식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해양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한다. 핵심은 탄소 배출량이다. AI 알고리즘으로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예측하고 최적의 운항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날 공개한 디지털 솔루션 외에도 HD현대마린솔루션의 핵심 사업이 적잖다. 근간인 AM 사업은 선박의 긴급·정기 설비를 도맡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캐시카우 사업으로 평가 받는다. 친환경 개조 사업은 선박의 선체 구조와 탑재 기기류를 친환경 중심으로 변경하는 사업이다. 육상전원 공급장치(AMP) 개조 등이 대표적이다.

◇정기선이 키운 HD현대마린솔루션…6년간 6배 성장, IPO '목전'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유가증권시장 출항은 HD현대그룹뿐 아니라 정기선 부회장에게도 의미가 깊다. 출범할 때만 해도 주류 취급을 받지 못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사업을 선박 시장의 브레이크스루(돌파구)로 예견하고 뛰어든 게 정 부회장이다.

2016년 12월 정 부회장은 HD현대마린솔루션(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출범을 주도한다. 정 부회장은 2017년말 대표에 선임됐다. 권오갑 당시 현대중공업 사장(현 HD현대 회장)이 이듬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 부회장의 주장으로 설립된 회사이니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기대처럼 잘 자란 회사다. 설립 초기였던 2017년 영업이익은 546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5억원으로 성장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2403억원에서 1조4305억원으로 6배 증가했다.

성장성과 마진율은 지표로 나타난다. 이 대표는 "핵심 사업인 애프터마켓과 친환경 리트로핏, SDV 사업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전사 기준 매출액 성장률은 7.2%,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2%"라며 "3가지 핵심 사업 기준으로 보면 전년대비 20% 가까운 매출성장률을 달성했고 EBITDA은 25%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내달 기업공개(IPO)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다. 이번 상장을 통해 890만주를 공모한다. 주당 희망 공모가액 범위는 7만3300∼8만3400원으로 공모 희망가 기준 예상 시가 총액은 3조2582억∼3조7071억원이다. 이 대표는 "솔직히 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향후 5년간 매출액을 2배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기동 대표는 "구체적인 매출 목표치를 밝히긴 어려우나 앞으로 5년 안에 현재 매출의 최소 2배 정도는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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