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돌아온 OCI 바이오]실적 '안정' 원했던 이우현 회장의 결단①대규모 투자 필요한 장치산업에 회의…한미 통합 무산에도 '재도전' 의지
정명섭 기자공개 2024-04-08 09:34:38
[편집자주]
OCI는 1959년 창업한 이래 화학에서 신재생 에너지, 소재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해 온 기업이다. 개척하지 않은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게 OCI의 DNA다. 태양광 다음 먹거리는 제약·바이오.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으로 퀀텀점프를 노린 이우현 회장의 전략이 무위로 돌아갔지만 제약·바이오는 여전히 미래 성장동력이다. 더벨은 글로벌 빅파마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는 OCI그룹의 현황과 사업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 오너 일가가 세대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바로 새 성장동력 찾기다. 그룹 후계자는 경영 능력을 입증하거나 본인 만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는 경우가 많다.OCI그룹 오너가 3세 이우현 회장이 선택한 신사업은 제약·바이오였다. 이 회장이 바라는 건 안정적인 수익이다. 본업인 화학과 태양광 사업 부문이 경기 변동성에 취약한 탓이다.
OCI그룹 입장에서 제약·바이오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보니 사업 전략이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에 국한된다. 이 회장은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이 무산된 후에도 제약·바이오 기업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태양광 사업에 실적 요동…제약·바이오로 '안정' 찾기
이 회장이 OCI 경영 전면에 나선 시기는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2013년이다. 2005년 OCI(당시 동양제철화학) 전략기획본부장(전무)으로 입사한 이 회장은 8년 만에 승진했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대표에 취임한 첫해에 OCI는 적자(-1061억원)를 기록했다. 33년 만의 적자였다.
OCI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키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의 호조로 2010년에 8932억원, 2011년에는 1조11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당시 태양광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중국 태양광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OCI SNF와 OCI케미칼, OCI머티리얼즈 등 알짜 자회사들을 매각한 대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태양광 사업을 이어왔다. 소다회 사업을 접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도 병행했다.
덕분에 OCI는 2016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은 안정적인 실적을 안겨줄 사업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나 화학 사업은 경기 변동성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특히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OCI 실적, 주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이 회장은 설비 투자비가 많이 들고 치열하게 원가 경쟁을 해야 하는 장치산업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이는 그가 제약·바이오라는 신사업으로 시선을 돌린 계기가 됐다. 세계 각국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가 진행되면 제약·바이오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2018년부터 투자 시작...한미와 '큰 꿈' 그렸으나 제자리로
첫걸음은 2018년 부광약품과의 합작사(JV) 비앤오바이오 설립이었다. OCI는 제약·바이오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M&A와 지분 투자 등을 택했다. 이후 SN바이오사이언스(50억원),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50억원), 미국 에이디셋(780만 달러) 등에 투자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가장 큰 투자 건은 2022년 1461억원을 들여 부광약품 지분 10.9%를 확보한 것이었다. 부광약품은 OCI에 편입 첫해와 지난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장은 부광약품을 경영하면서 규모의 아쉬움을 느꼈다. 신약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연간 R&D에 1000억~2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연매출이 1조원 넘는 제약사나 가능한 얘기였다. 부광약품의 연매출은 1909억원(2022년 기준)이다.
OCI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마친 작년 말, 한미약품그룹으로부터 통합 제의가 들어왔다. 한미약품그룹은 회사 규모(2023년 기준 1조4909억원)와 신약개발 역량 면에서 이 회장의 조건에 부합하는 플레이어였다.
지난 1월 양사 이사회가 공동 경영을 의결하면서 이 회장이 '글로벌 빅파마'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가는듯 했다. 그러나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한미 측 주주들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다. 이 회장은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입장이 회사와 크게 다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회장의 제약·바이오 기업 인수 의지는 여전하다. 이번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시선을 넓혔다. OCI가 공들여 진출한 말레이시아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인수 후보군이 될 전망이다. OCI홀딩스는 작년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별도 본부를 신설했다. 신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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