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MZ 리더가 온다]새 DNA 장착한 세대교체 기수 '앙팡 테리블'이 온다CEO 중 15% 차지, 세제 리스크 불구 체질개선 '드라이브'
조영갑 기자공개 2024-04-17 11:42:23
[편집자주]
1996년 개장한 코스닥이 세대교체를 맞이하고 있다. 초기 상장사는 1세대 '파운더(founder)' 시기를 지나 2세대 승계단계로 진입했다. 새로 입성한 회사에는 이른바 MZ 세대 리더들이 포진하고 있다. 더벨이 이전 세대와는 다른 DNA를 지닌 코스닥 뉴 제너레이션 리더를 조명해보고 기회요인과 리스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스몰캡 단위에서 회사의 경영권 매각을 의뢰하는 잠재 클라이언트가 꽤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목소리가 잦아든 상황이다. 일단 증여, 상속세 개정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게 가장 큰 동력이고 승계인들의 마인드도 비교적 변했다. 가업의 토대 위에서 변화를 일궈내겠다는 2세 경영인들이 많다."최근 만난 국내 주요 회계법인의 이사는 매각 자문의 트렌드 변화를 설명하면서 '사명감'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경영권을 물려 받는 MZ(1980~2004년 출생) 세대의 경영인들이 얼핏보면 사명감이 떨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요지였다.
그는 '케바케(case by case)'의 편차를 전제하면서도 "물론 증여나 상속세, 분할의 리스크 때문에 매각을 택하는 사례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종결합을 통해 가업의 진화를 꾀하는 2세 경영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창업주의 정신과 희생은 계승하면서 가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명감에 투철하다는 이야기다.
승계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영입된 MZ 경영인(C레벨)은 해당 영역에서 고도의 커리어를 압축적으로 쌓거나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 회사의 체질 개선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일부는 차기 전문 경영인으로 육성되는 케이스도 있다.
물론 MZ 개념 이전에도 이런 사례들은 자주 관측됐지만, 최근에는 해외 자본시장을 경험한 후 회사의 시스템 자체를 주도적으로 개혁하는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이 많다. 단순히 창업주의 하명을 받는 존재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세부담 완화 · 재투자 독려' 상증세법 개정안 변수
사실 'MZ 세대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2022년 <그런 세대는 없다>는 책을 출간한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일단 MZ 세대의 광범위함이 꼽힌다. 20대와 40대, 20년 이상을 포함하는 세대론은 전례가 없는 구분이라는 이야기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동질성, 대표성을 특정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시켜 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논지다. 세대 내 편차도 너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 개장 28년 째를 맞는 코스닥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특정 세대의 약진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코스닥협회가 매년 집계하는 '코스닥상장법인 경영인 현황'에 따르면, MZ 세대가 걸쳐 있는 20대~40대 CEO 비중은 전체 15% 수준인 281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 아직 지난해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다. 50대가 전체의 40.7%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젊은 MZ 경영인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전체 경영인의 고령화 추세는 더 빠르다는 점이다. 2022년 코스닥 CEO의 평균 나이는 58.2세로 전년 대비 1.3세 증가했다. 또 60세 이상이 CEO의 비중도 44.7%로 1년 새 8%p(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역시 이 구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데이터연구소에서 조사한 500대 기업의 대표이사 연령을 봐도 마찬가지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00대 기업의 대표이사 670명의 평균 연령은 59.7세로, 60대의 비중이 49.0%(328명)로 가장 컸다. 3년 전과 비교해 13.1%p 증가한 수치다. 코스닥만 특정한 통계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노쇠화 속도가 빠르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경영 연속성을 담보할 증여, 상속세법(상증세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50%다. 대주주 할증이 붙으면 60%에 이른다. 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을 할 경우 300억원, 30년 이상일 경우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공제의 허들이 높아 실제 활용도는 낮은 수준이다. 연 평균 70건 수준이다. △업종 변경 제한 △근로자수(총급여) 5년 평균 90% 유지 △자산 40% 이상 처분 금지 △상속받은 지분 유지 등의 요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격은 매출액 5000억원 미만(3년 평균) 기업이다.
지난해 8월 마련된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는 가업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상증세율 10% 적용 대상을 가액의 3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상증세의 연부연납의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늘리는 안을 포함했다. 더불어 승계 기업의 이종사업 투자를 가로막는 허들이었던 '업종변경 범위'를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확대하는 안도 마련했다. 세부담은 낮추고, 재투자를 독려한다는 취지다. 현재 기재위 소위에 계류돼 있어 총선 이후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가업승계와 관련 활발하게 정책 제언을 진행하고 있는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자본이득세' 도입을 제안한다.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스웨덴은 상속 개시 시점에 상속세를 물리는 제도를 없애고, 상속인이 상속 자본을 매각할 때에만 30%의 세금을 물리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한 나라다. 중견련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사전 증여가 확대돼야 하지만, 가업상속에 관해서는 자본이득세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마인드 장착, 회사 체질개선 선도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최종 관문이 남았지만, 이와 무관하게 MZ 2세들의 보폭은 커지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고 있는 한 MZ세대 대표이사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설정하고, 상속세를 연부연납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보다 재투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안타까웠다"면서 "개정안대로 현 중분류에서 업종 대분류로 완화되면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비 관련 사업에서 소재 사업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상속 케이스가 아닌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창업주 임화섭 회장에 이어 2022년 사장에 취임한 임동연 대표(1997년 생)는 취임 이후 사명을 가온미디어에서 가온그룹으로 바꾸고, 기존 축이었던 네트워크 솔루션 사업을 넘어 AI(인공지능)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모큐라텍(2차전지 솔루션), 제이에이치바이오파머(애그테크) 등의 벤처에 투자를 하는 등 타법인 출자를 지휘하고 있다.
1987년 생인 동아엘텍 박진균 부사장, 1985년 진승언 엔시스 부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박 부사장은 서울대, 카이스트를 거쳐 동아엘텍과 자회사 선익시스템에 합류, 현재 동아엘텍 부사장과 선익시스템 전략기획부문장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부친이 박재규 회장의 주식 100만주도 사전 증여 받았다.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영 승계가 예상된다. 진 부사장은 한국외대, NH증권을 거쳐 2017년 회사에 합류, 부친 진기수 대표에 이어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2차전지 유관사업 출자와 BD(사업개발)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평산그룹의 '막내아들' 신진용 대표(1993년 생) 역시 눈에 띈다. 신동수 회장의 아들인 신 대표는 존스홉킨스대학을 졸업하고, 평산파트너스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강원에너지를 인수해 2022년부터 이끌고 있다. 인수 이후 기존 플랜트 사업에서 2차전지(양극재 공정 설계, 리튬 및 첨가제)등으로 축을 옮겨 체질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1392억원의 매출액, 영업이익 69억원을 기록하는 등 큰 폭의 성장도 시현했다.
2세가 아닌 그룹 중에서는 안보근 에코마케팅 대표(1983년 생)가 이목을 끈다. 안 대표는 2008년 에코마케팅 인턴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전주대를 졸업한 뒤 합류, 마케팅 본부장, 마케팅테크 본부장, 데이터사이언스 그룹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신규 비즈니스 부스팅에 특화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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