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농협생명, 부실한 자본관리 새 제도서도 취약성 드러났다②'IFRS17·K-ICS' 도입 후 반짝 개선세…하반기 들어서며 다시 리스크 노출
고설봉 기자공개 2024-04-16 12:52:47
[편집자주]
보험업은 호황기를 맞은 것일까. 최근 저PBR주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보험사 주가가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보험사 자본과 순이익 극대화로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질 자본이 늘고 수익이 불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 도입에 따른 K-ICS 비율 개선 결과라는 평가다. 오히려 미래 이익은 당겨 쓰고 리스크는 이연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킥스비율 개선과 맞물린 각 보험사별 자본 이슈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09:4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생명의 기초체력은 업권 내 최하위권을 형성할 정도로 보강이 시급하다. 2022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자본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지원이란 임시방편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경영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여전하다.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제도 도입에 맞춰 농형생명은 금융감독원에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새 제도 하에서 일부 평가 방식이 바뀌고 리스크 요인을 세분화해 미래로 이연시키면서 표면적으로 안정적인 수치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펀더멘털 자체가 높아지지 않은만큼 향후 자본관리 역량을 끌어올릴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특히 투자자산에서의 대규모 평가손실로 인해 자본잠식에 빠졌던 만큼 새로운 자산운용 및 치밀한 자본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2019년부터 2022년 말까지 농협생명의 자본총액은 지속적인 저하를 겪었다. 자본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이 분기마다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다.
농협생명의 자본금은 거듭된 부실로 인한 유상증자 결과 규모가 늘었다. 2019년 말 5740억원에서 2020년 말 6052억원으로 한 차례 커졌다. 이후 2022년 말 6990억원으로 불어났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우선주 없이 100% 보통주로 구성됐다.
증자에 따른 주식발행초과금이 계상되면서 자본잉여금 규모가 늘었다. 2019년 말 2조5921억원에서 2020년 말 2조7607억원을 거쳐 2022년 말 3조2665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2022년 농협생명은 자본잠식을 피하지 못했다. 2022년 3분기 말 자본잠식 규모가 4820억원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농협생명은 급격하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항목을 보강했다. 2022년 3분기 총 2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잠식에 대응했다.
그럼에도 농협생명의 자본잠식은 종식되지 못했다. 2022년 말 1451억원 규모 자본잠식에 빠졌다. IFRS17과 킥스 제도 도입 직전 분기였던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농협생명은 2023년 들어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늘렸다. 기존 2500억원에 추가로 2500억원을 발행했다. 농형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전략 NH농협금융지주가 인수했다. 이외 농협금융은 농협생명이 발행한 후순위채 8300억원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추가로 자본확충을 거들었다.
IFRS17과 킥스 제도 도입과 맞물려 농협생명은 표면적으로 자본총액을 늘리며 적정성 이슈를 해소했다. 2023년 1분기 말 자본총액은 5조3986억운으로 불어났다. 결과적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다만 이러한 표면적인 적정성 개선세는 새 회계기준 도입과 맞물린 경과조치 덕분이다. 농협생명은 자산과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가용자본의 감소에 대한 경과조치는 신청하지 않았다. 신규 보험위험 측정 및 금리·주식위험 측정기준 강화에 의한 요구자본 증가에 대한 리스크 이연을 우선순위에 놓았다.
근본적으로 농협생명의 자본력 저하는 자산운용 부실에 따른 결과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의 평가손실이 수조원 규모로 불어나면서 자본에 악영향을 미쳤다. 급격한 금리인상 등으로 채권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손을 쓸 수 없을만큼 리스크가 커졌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의 평가손익은 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계상돼 자본항목에 포함된다. 특히 농협생명 자본총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의 규모가 곧 자본적정성을 좌우할 만큼 영향이 세다.
농협생명은 자산운용 과정에서 취득한 지분증권 등 금융자산을 매년 평가한다. 이 때 당기 중 인식한 순이익 외에는 모두 기타포괄손익으로 계상해 자본항목에 채운다. 통상 보험사는 국채와 주식 등 상품으로 자산을 운용하는데 매년 누계액이 발생한다.
농협생명의 경우 매년 이 투자자산의 평가손익이 크게 휘청였다.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한 바로다음해 평가이익 수준이 100분의 1 이하로 줄어드는 등 편차가 컸다. 자산운용 전략이 정교하지 못해 자본관리에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 반복됐다.
실제 농협생명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2019년 말 478억원에서 2020년 1조1119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다 2021년 다시 123억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2022년엔 마이너스(-)로 5조182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농협생명은 IFRS17 및 킥스 도입에 맞춰 금감원에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자산과 부채의 시가평가를 통해 보다 정교한 펀더멘털 측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농협생명의 자본항목은 한층 더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에 대응해 농협생명은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측정기준이 강화되는 신규 보험위험과 금리, 주식 등 리스크가 일부 유예됐다. 농협생명이 관련 항목에 대해 인식해야 하는 리스크에 따른 자본항목 감축을 최대 10년에 나눠 매년 일정 수준만 인식한다.
경과조치가 적용된 지난해 1분기 농협생명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마이너스(-) 1조1802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대비 회계기준 변경과 리스크 평가 이연 등으로 약 4조원 가까운 손실이 줄어들면서 자본항목이 개선됐다.
하지만 표면적인 개선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계속된 투자자산 평가손실 발생으로 지난해 말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1조4422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새 제도 도입으로 일시적으로 적정성을 회복한 농협생명이 근본적인 먼더멘털 위협을 해소하지 못한채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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