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퓨리오사AI, 주관사 선정…축소되는 리벨리온 후보군미래에셋·삼성증권 최종 낙점…상대방 파트너사 배제 유력
양정우 기자공개 2024-04-16 07:16:2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퓨리오사AI가 상장주관사를 발빠르게 선정하면서 리벨리온이 선택할 기업공개(IPO) 파트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국내 AI반도체 '투톱'으로서 모두 조 단위 상장 밸류가 책정되고 있는 상장예비기업이다.다만 퓨리오사AI가 선제적으로 주관사를 확정한 탓에 리벨리온의 선택지는 크게 줄어든 형국이다. 라이벌 업체인 터라 내부 실사와 미래 청사진 등을 공유하는 상장주관사를 겹치게 선정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파두 사태 탓에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선뜻 뽑기 어려운 것도 후보군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퓨리오사AI 이어 리벨리온 영업 타깃…라이벌 기업 상장주관사 '글쎄'
IB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3조~4조원 대 몸값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증권사 IPO 파트마다 주관사 자리를 확보하고자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 최종 승자가 결정되면서 이제 IB의 영업 타깃은 리벨리온에 맞춰져 있다.
리벨리온의 상장주관사 선정은 셈법이 간단하지 않다. 두 기업은 AI 전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로서 사업 모델이 유사하다. IPO 파트너는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상 기밀까지 낱낱이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보안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해상충 이슈를 막고자 상장 시기가 엇비슷한 라이벌 업체의 주관사는 파트너 후보에서 빼는 게 일반적 수순이다.
증권사가 사업 모델이 비슷한 기업의 상장주관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게 법규상 불가능한 건 아니다. 증권사별로 IPO 파트의 부서가 나눠져 있기에 각각 다른 팀에서 IPO를 맡으면 업무상 기밀이 공유되는 것도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상장예비기업 입장에서는 IPO 파트너가 경쟁사의 주관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입찰제안요청서에 이해상충 이슈에 대한 리스크 관리 의무가 기재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퓨리오사AI에 이어 리벨리온의 상장 주관 자리까지 꿰차는 게 녹록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리벨리온의 상장주관사 선택지는 한층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파두의 어닝 쇼크 사태에 따른 여진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대표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과 공동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수사를 받고 있다.
향후 IPO 파트너가 징계를 받을 여지가 있는 건 물론 공모주 시장에 각인된 이미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파두 사태 이후에도 빅딜의 주관 업무를 수임해왔고 상장을 맡은 딜을 성공적으로 소화해왔다. 하지만 리벨리온과 파두가 동일한 반도체 섹터 기업인 데다 미래 수익을 토대로 밸류에이션에 나서야 하기에 시장에서는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이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IPO 메이저 하우스로 분류되는 건 KB증권이다. KB증권의 경우 리벨리온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퓨리오사AI는 당초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를 아예 KB증권에 발송하지 않기도 했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은 서로 견제하는 스탠스까지 취하고 있다"며 "리벨리온이 다른 증권사를 중심으로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히려 퓨리오사AI의 주관사가 자발적으로 리벨리온의 파트너 콘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파두의 상장주관사였던 하우스를 뽑는 것도 리스크를 부담하는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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