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퓨리오사AI·리벨리온' 등판 예고…복잡해진 '셈법'인공지능 반도체 팹리스 '투톱'…상대방 파트너사 배제 유력
양정우 기자공개 2024-03-05 07:32:18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섹터의 '투톱'인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등판을 예고하고 있다. 모두 조 단위 밸류에 책정될 대어인 만큼 증권사 IPO 파트도 주관사 자리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다만 이들 기업은 AI 전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로서 사업 모델이 유사하다. 결국 비즈니스상 기밀의 보안을 유지하고자 상대방측의 IPO 파트너에 자사의 주관사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가장 유리한 자리를 확보하려는 증권사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주관사 선정 나선 퓨리오사AI…속내 복잡한 IB들 '고심'
IB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내달 초 상장주관사 입찰제안서의 접수를 마감할 계획이다. 이미 사전에 긴밀한 논의를 벌여온 증권사가 있으나 공식적으로 경쟁 프레젠테이션(PT)까지 거쳐 IPO 주관사단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증권사마다 상장주관사 자리에 사력을 다할 딜이지만 IPO 파트 내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무엇보다 라이벌 업체로 여겨지는 리벨리온도 국내 상장을 전향적으로 추진할 채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증권사 IB 입장에서는 대표 주관을 차지할 가능성이 더 높거나 잠재적 기업가치가 더 큰 기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 예를 들어 리벨리온의 성장 여력과 상장 가능성을 훨씬 높게 점친 와중에 퓨리오사AI의 주관사로 낙점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리벨리온측에서 곧바로 배제를 당해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셈이다.
일단 퓨리오사AI가 먼저 상장주관사 선정에 나선 만큼 증권사마다 대거 주관사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그간 사전 영업 과정에서 파악한 친밀도와 기여도 등을 감안해 강약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랜 기간 리벨리온와 파트너 격으로서 교감을 나눠왔는데 퓨리오사AI 콘테스트에 사력을 다해 반감을 일으킬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마치 비바리퍼블리카(계열사 토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관사 콘테스트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며 "퓨리오사AI에서 상장주관사로 확정된 하우스가 고객과 신뢰를 지키고자 리벨리온의 콘테스트엔 아예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AI 반도체의 기대주인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은 무엇보다 수익 구조와 성장 여력의 토대가 글로벌 시장인 게 강점이다. 단순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에 수혜를 누려온 국내 반도체 유망주와 결이 다른 기업들이다. 향후 조 단위 기업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퓨리오사AI는 자사 반도체인 '워보이'가 본격적 현금 창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만 컴퓨터 제조사인 에이수스가 워보이가 탑재된 서버를 데이터센터 기업들에 공급하기로 했다. 에이수스 서버를 구매할 때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사 제품과 함께 워보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내달엔 '빅 이벤트'도 예고돼있다. 미국 오픈AI 본사에서 2세대 AI반도체칩 '레니게이드'를 시연할 계획이다. 오픈AI는 챗GPT로 AI 광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중장기 전략상 '탈 엔비디아'를 시도할 예정이어서 퓨리오사AI의 시연 기회가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
리벨리온 역시 복수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과 사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실제 양산 제품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세대 자사 반도체인 '아톰'의 경우 지난해부터 IBM 데이터센터의 품질 검증을 받고 있다. 이 기업은 KT그룹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KT를 비롯한 계열사가 2022년 총 335억원, 올해 초 총 330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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