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우리은행이 올해 자산 포트폴리오 구조 조정 특명을 받았다. 핵심 고객인 삼성전자 예금이 5억달러(약 6900억원) 규모로 이탈하면서다. 이탈한 예금 재유치에 힘쓰는 동시에 특정 고객 자금 이탈로 실적에 영향을 받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고객 유치를 통한 리테일 영업 채널 강화가 해법으로 제시된다.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는 베트남우리은행은 리테일 고객 자산을 확대해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현재 77만명 수준인 디지털 고객을 연말 100만명까지 늘리고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기업금융·리테일' 균형잡힌 자산 포트폴리오 필요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베트남우리은행에서 예금 5억달러 가량을 인출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하노이 현지 법인을 통해 대규모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베트남우리은행의 핵심 고객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예금 이탈로 베트남우리은행의 지난 1~2월 순이자이익이 350만달러(48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지난해 박종일 법인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우고 있다. 우리은행의 유상증자 지원을 바탕으로 스물네번째 지점을 열고 기존 영업점 지원도 강화했다. 채널 확대로 인한 판매비와 관리비가 증가 영향으로 순이익이 2022년 632억원에서 2023년 59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수익은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2098억원에서 3006억원으로 908억원(43%) 증가했다.

올해 몸집 불리기를 이어가는 동시에 수익성을 개선하려 했으나 삼성전자 예금 인출이라는 변수에 직면한 것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현지에 탄탄한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연간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탈한 삼성전자 예금도 싱가포르 법인, 국내 기업그룹과 공조해 재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글로벌그룹 차원에서 베트남법인 사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 기업그룹과 협업을 바탕으로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기업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관리하고 있다.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영업은 추가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우리은행, 캄보디아 우리은행과 함께 동남아시아 3대 법인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이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표적인 해외 법인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2014년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과 현지에서 인수한 소다라은행 합병으로 탄생했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역량과 소다라은행의 현지 리테일 기반이 합처져 이상적인 자산 포트폴리오가 구축됐다. 이와 같은 포트폴리오 균형이 베트남우리은행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베트남우리은행에 특정 고객과 자산에 영향을 받는 사업 구조를 개선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테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점포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점포 재조정을 비롯해 유연한 전략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디지털 내세워 한국계 최강자 신한베트남 잡는다

베트남우리은행은 디지털 고객 기반을 강화해 리테일에서 활로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고객을 일반 고객, 기업 고객, 디지털 고객으로 분류해 추이를 관리하고 있다. 최근 집계한 일반 고객은 53만명, 기업 고객을 5300곳, 디지털 고객 수는 77만명 수준이다. 올해 연말까지 디지털 고객 수 100만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지에서 한국계 최강자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을 염두에 두고 디지털 전략을 수립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리테일 고객층을 강화해 꾸준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현지 고객과 접점을 늘린 게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연말 디지털 고객 100만명 달성을 위해 진도율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중장기 과제로 여겨지는 디지털 고객 확보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예금 이탈 여파를 최소화하고 자산 포트폴리오 구조 조정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올해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