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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재무 점검]CJ CGV, 외형은 불렸는데…'양날의 검' 해외사업③튀르키예 MARS, 리라화 환율 이슈 지속…홍콩 CGI홀딩스, FI 투자회수 난항

고진영 기자공개 2024-04-17 10:37:00

[편집자주]

팬데믹 이후 영화관업계는 바싹 타는 가뭄이 무던히 길었다. 엔데믹 선언, 천만영화 등장과 함께 회복세에 들어서긴 했지만 메마른 건기를 보낸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다. 멀티플렉스의 시대가 이제 저무는 게 아니냐는 우려 역시 숨통을 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의 재무적 현황과 생존 전략을 더벨이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CGV는 국내 극장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자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영화관람객 수가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이제 국내와 해외사업 매출 비중이 비등할 정도가 됐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수익기반이 확대된 만큼 외부 여건이나 국가별 경제상황에 흔들리는 변동성 역시 높아졌다. 특히 수천억원을 투자했던 튀르키예 법인이 재무적 부담을 안기고있다.

◇MARS 기업가치 5년간 8000억→1000억

CJ CGV는 2011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2014년 인도네시아, 2016년 튀르키예 등에 차례로 진출해 외형을 불렸다. 지난해 말 매출 구성을 보면 국내가 7733억원, 해외 매출이 7725억원으로 50대 50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중국 매출이 3090억원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1849억원), 튀르키예(1171억원)가 뒤를 따랐다. 스크린 수를 따질 경우 한국이 35%, 중국 25%, 튀르키예 18%, 베트남이 1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리스크도 커졌다. 특히 튀르키예는 2016년 6월 CJ CGV가 현지 1위 멀티플렉스기업인 마르스(MARS ENTERTAINMENT GROUP)를 8046억원에 인수하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는데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 오래 이어졌다.



당시 CJ CGV는 재무적투자자(FI)인 메리츠종금증권이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라는 SPC(특수목적법인)를 세워 6039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CJ ENM과 IMM PE가 각각 1000억원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CJ CGV가 SPC에 출자한 금액은 약 3100억원으로 절반 수준, 나머지 2900억원은 메리츠증권이 채웠다. 이때 CJ CGV가 메리츠종금증권을 FI로 끌어들이기 위해 꺼냈던 카드가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왑) 계약이다.

계약은 마르스의 실질 기업가치가 메리츠증권 투자원금에 이자를 더한 규모보다 적으면 CJ CGV가 그만큼을 현금으로 정산해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만기(2021년 6월)가 돼서 메리츠증권이 마르스 보유지분을 팔 때 생길 수 있는 차액을 CJ CGV가 보전해주는 취지다. 이에 따라 CJ CGV는 매분기 환율변동에 따른 공정가치 등락을 파생상품평가손익으로 인식했다.

문제는 CJ CGV가 마르스를 인수한 이후 정국 불안으로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이다. 2016년 6월 TRS계약 당시 리라당 400원을 넘었던 환율이 2017년말 약 280원대로 하락, 2018년에도 200원대가 계속됐다.

CJ CGV가 2018년 19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낸 것도 그 해 TRS 관련 평가손실이 1766억원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평가손실만 3046억원. TRS 계약의 기초자산금액인 2900억원보다 오히려 컸다.

이 때까지만 해도 현금유출은 없는 장부상 손실일 뿐이었지만 2021년 메리츠증권과 약속한 만기가 다가오면서 실제로 정산금을 줘야 했다. CJ CGV는 대규모 자금을 한 번에 지출해야 하는 부담을 막기 위해 정산 연장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불발에 그쳤다.

결국 CJ CGV는 3500억원의 유동성이 TRS 정산금으로 한 번에 빠져나갔다. 8000억원에 달했던 마르스의 기업가치 역시 5년 만에 1000억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메리츠증권은 투자금 대부분을 날렸고 그 돈을 CJ CGV가 고스란히 물어준 셈이다.

지난해 CJ CGV의 가이던스 달성 실패에도 해외법인 변동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CJ CGV는 영업이익 723억원 목표로 제시했는데 실제 영업이익은 491억원에 머물렀다. 튀르키예 초인플레이션 효과로 추가적 비용이 발생했던 탓이다.


◇CGI홀딩스, FI 엑시트 '사면초가'

해외법인 CGI홀딩스도 만만치 않은 골칫덩이다. CGI홀딩스는 홍콩 중간지주사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법인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2019년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이 FI로 나서 이 회사 지분 29%를 3336억원에 인수했으며 당시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 드래그얼롱) 권리를 가져갔다.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여겨질 경우 FI들이 CJ CGV에 동반 매도를 요구, 보유 지분을 제 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계약이다. 또 CGI홀딩스를 2023년까지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조건에도 합의했다. 동반매도청구권이 행사된다면 CJ CGV는 아시아지역 사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드래그얼롱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 보인다. 하지만 극장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 보니 소수지분 매각이 쉽지 않을 뿐더러 새로운 FI 물색이나 투자금 상환도 사정상 여의치 않다. 홍콩증시 상장 기한을 올 상반기까지로 연장했으나 기업공개를 통한 투자회수가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것도 마찬가지다.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선 2개년 누적 순이익이 4500만 홍콩달러, 3개년 누적 영업이익이 8000만 홍콩달러를 넘어야하는데 CGI 홀딩스는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2023년 말 기준 CGI홀딩스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193억원이다. 2022년 100억원에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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