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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보상제도 톺아보기]가상 주식 활용하는 비상장 SK온, IPO에 달린 성과보상⑤현금유출 없는 주식 보상제도 운영, IPO 못하면 휴지조각

김위수 기자공개 2024-04-18 07:25:03

[편집자주]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경영진 및 임직원이 낸 성과에 대한 보상을 지급할 때 주로 현금을 활용한다. 한때 성과와 보상을 강력하게 연동하기 위한 차원에서 '스톡옵션' 붐이 일기도 했지만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도 현금성 보상이 대세이기는 하나 주식을 직접 지급하는 형태의 보상제도의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더벨이 변화하는 대기업들의 성과 보상제도를 면밀히 분석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은 SK그룹에서도 가장 성과가 급한 계열사로 지목된다. 우선적으로는 흑자전환을, 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켜야 한다.

필요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한정적으로 운영하고 있기는 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경훈 부사장은 사이닝보너스로 5억7500만원을, 리텐션보너스로 1억5700만원을 지난해 수령했다.

사이닝보너스는 회사에 새로 합류하는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일회성 인센티브다. 리텐션보너스는 임직원을 계속 회사에 다니게 하기 위해 지급하는 인센티브다.

아직까지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만큼 현금성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현금유출이 없고 그룹의 보상 시스템과도 들어맞는 주식 연계 보상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비상장 SK온도 스톡옵션 대신 주식보상

SK온은 현재 비상장 기업이다. 통상 비상장사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주식 연계 보상제도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다. 상장하지 않은 시점에 받은 스톡옵션은 IPO 이후 주가흐름에 따라 상당한 시세차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SK온은 과거에도 지금도 스톡옵션 제도를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 2017~2018년 중 SK그룹에 재도입된 스톡옵션 제도는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성과보다는 거시경제 및 증시 흐름에 따라 보상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스톡옵션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SK온은 지난해부터 SK그룹이 스톡옵션 대신 도입한 성과조건부주식(PSU·Performance Shared Unit)을 운영 중이다. 매년 부여대상자 연봉의 0~100% 가치에 상응하는 주식을 부여하기로 약정한 뒤 3년 후 SK온의 기업가치에 따라 최종적인 수량을 확정하는 구조다. 주가 증감률에 따라 3년 후 연봉의 최대 200%에 해당하는 주식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PSU 제도의 경우 SK그룹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SK온 임원들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문제는 일반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이다. 국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40~380%를 책정했고, 삼성SDI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은 전지 부문 기준 연봉의 32%로 나타났다.

적자를 지속 중인 SK온 입장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을 대대적으로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성과급 없이 기업을 운영하자니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인재이탈이 걱정이다. 이에 SK온은 주식을 성과급 재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SK온은 연봉의 약 30%에 상응하는 가상주식(VS·Value Sharing)을 지난해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임원들은 연봉의 약 40%에 해당하는 VS를 받았다. 기본적으로 임직원들이 VS를 SK온의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3년간의 재직기간 △SK온의 IPO 성공 등이다. 여기에 연단위 개인별 성과 평가결과에 따라 최종 주식 수량이 확정된다. 사실상 PSU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IPO 위해 '전력투구'

지난해 지급받은 PSU와 VS는 3년 후인 2026년 SK온이 IPO에 성공했을 경우 주식으로 받게 된다. SK온이 이 시점에도 IPO를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의무 재직기간이 1년 연장된다. 단 2027년 말까지도 SK온이 상장하지 못했다면 임직원들이 주식을 받을 권리가 사라진다.

당초 SK온이 외부 투자자들을 유치하며 약속한 IPO 시점은 2026년 말이다.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IPO 시점에 대한 조정이 가능하지만 아무리 늦어져도 2028년까지는 IPO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데드라인을 2028년으로 두되 SK온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계획이다. 바꿔 말하자면 2028년이 돼서야 IPO를 실시하는 일은 최후의 최후까지 시장에서 SK온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SK온은 IPO의 성공에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한다. IPO를 조건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고 대규모 자금조달로 인해 재무건전성에 금이 가기도 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지난달 투기 등급으로 조정됐다. SK온을 살리기 위해 다른 계열사들을 희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K온이 성과급의 조건으로 IPO 여부를 걸어둔 것은 이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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