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MZ 리더가 온다]'사전증여' 제일엠앤에스, 안정적 승계 '주춧돌'②이영진 대표 2017년 대주주 등극, 두 누나 동일 지분 수증…"승계 모범 케이스"
조영갑 기자공개 2024-04-23 14:05:16
[편집자주]
1996년 개장한 코스닥이 세대교체를 맞이하고 있다. 초기 상장사는 1세대 '파운더(founder)' 시기를 지나 2세대 승계단계로 진입했다. 새로 입성한 회사에는 이른바 MZ 세대 리더들이 포진하고 있다. 더벨이 이전 세대와는 다른 DNA를 지닌 코스닥 뉴 제너레이션 리더를 조명해보고 기회요인과 리스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믹싱 전문 제조사이자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을 표방하는 '제일엠앤에스'가 코스닥 상장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 회사의 경영권 승계 과정도 이목을 끌고 있다. 많은 가업승계 회사가 지분 승계를 선제적으로 하지 못해 상장 후 부담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제일엠앤에스는 지분 증여를 완료, 안정적인 승계구도를 다졌다. 남매 간 지분율의 차이는 있지만, 협력을 이어가면서 가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도 모범적이라는 평가다.19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엠앤에스는 4월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앞서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국내외 2164개 기관이 참여, 645.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 화제를 모았던 공모주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이긴 하지만, 최근 2차전지 시장의 리밸류에이션(재평가) 흐름에 비춰보면 적정한 투심이 몰렸다는 평가다. 공모가는 밴드 상단을 뚫고, 2만2000원을 확정했다. 공모자금은 528억원으로 늘어났다.
제일엠앤에스는 1981년 제일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믹싱 장비 설계,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식품, 제약, 방산 부문에서 두터운 업력을 다져온 기업이다. 2010년대부터 2차전지 고객사향 믹싱 장비 공급을 늘리면서 '배터리 관련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조와 엔지니어링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설비 능력도 갖췄다. 독일, 일본 등이 장악하고 있던 믹싱 장비 시장을 국산화한 선도기업이다.
2014년 회사에 입성한 이영진 대표(1985년 생)가 2021년부터 부친 이효원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다. 이 대표가 사업 및 경영기획, IR 등을 총괄하고 이 회장이 믹싱 관련 매뉴팩쳐링을 총괄하는 구도다. 올해 만 39세인 이 대표는 200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게임 제작 및 기획, 홍보대행업, 공연기획, 엔터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나름의 경영 능력을 갈고 닦은 인물이다.
스스로를 '지르는 스타일'로 정의한다. 일단 부딪치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캐릭터다. 2014년 회사에 합류한 후 전면적인 세대 교체와 재무건전성 제고를 이끌었다. 입사 당시 1000%를 바라보던 부채비율을 4년 만에 150% 수준으로 내려놨다.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를 끌어온 것도 이 대표다. 북유럽 최대 메이커인 노스볼트의 매출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이 대표는 "당시 국내 배터리사들이 믹싱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출혈 경쟁이 너무 심했다"면서 "특정 고객사에 갇혀 있는 구조를 벗어나려고 혼자 스웨덴으로 가 노스볼트의 COO(파울로 셀로티)를 만났고, 결과적으로 1년 뒤에 노스볼트발 대형 PO(550억원 가량)를 따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노스볼트를 고객사로 편입한 것은 제일엠앤에스의 터닝 포인트로 평가된다.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주요한 팩터(factor)라는 분석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제일엠앤에스의 가업 구조다. 부친과 막내아들이 경영의 전면에서 회사를 이끌고 있고, 두 딸은 안팎에서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 대표에게는 두 누나(이혜리, 이윤진)가 있다. 큰 누나 이혜리 상무는 2019년 회사 감사로 입사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영관리담당을 하다가 현재는 제일엠앤에스 해외사업부문장으로 해외법인을 총괄하고 있다. 작은 누나 이윤진 씨 역시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걸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작은 누님이 제일 먼저 회사일을 시작했었고, 큰 누님은 10년 간 개인사업을 한 분이라 디테일에 매우 강하다"면서 "나는 공격적인 스타일이지만, 누님들은 꼼꼼해 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녀들을 회사로 불러들이면서 비교적 일찍 지분을 나눠줬다. 현재 안정적인 승계 구도를 만든 원동력이다. 2017년 전까지 이 회장이 71.59%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였으나 이 회장이 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하면서 2017년 말 기준 이 대표가 49.66%의 지분을 확보, 새 대주주로 등극했다. 증자 등을 거쳐 현재 이 대표의 지분율은 29.21%(530만3253주)다.
아들에게 전격적으로 대주주 지위를 내준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선 고령(1948년 생)이었고, 이 대표가 경영에 재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두 딸도 같은 시기 고르게 지분을 받은 걸로 파악된다. 이혜리 상무와 이윤진 씨의 지분율은 12.02%(218만주)로 동일하다. 상장 후 이 대표의 지분율은 25.74%, 두 누나는 각 10.60%다. 이 회장도 4.33%의 지분을 유지한다.
만약 현재의 임원 구도에서 사전증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면, 제일엠앤에스의 향후 리스크는 '승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최대주주 지분(특수관계인 포함)은 총 1058만5914주(51.39%)인데, 공모가(2만2000원)를 대입해 환산하면 2330억원 가량이다. 이 액수를 기준으로 상증세를 붙인다면 가액만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상장 후 증여를 진행하는 회사들이 과세 평가가액을 낮추기 위해 주가 부양을 억누르는 관행을 감안하면, 이 대표는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에만 집중하면 된다. 본인의 지분가치도 동반 상승하는 것을 물론이다. 이 회장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상장으로 단번에 1000억원 대의 자산가(지분가치 기준)가 되지만, 회사와 구성원의 성장을 넘어 제조업 섹터의 재조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의 믹싱 기술이 아시아에는 탑티어라고 자부하는데, 제조업 엔지니어들의 처우와 인식은 아직도 열악한 편"이라면서 "뿌리 산업이 결국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같은 회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유사한 제조업 장비사들이 가치를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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