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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변신, 브라이언을 지워라]'MZ' 부각된 박새롬 사외이사, AI 열풍 속 커지는 역할③부임 후 ESG 활동 집중, AI 윤리 등 '전공 분야' 방향 제시 역할 대두

노윤주 기자공개 2024-04-25 09:36:30

[편집자주]

카카오가 인적쇄신을 단행하며 새로운 경영진을 꾸렸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김범수 전 의장의 색깔 지우기다. 그간 카카오의 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브라이언(김 의장 영문명)'이었다. 창업주 측근 중심으로 본사와 그룹사 경영진을 꾸려 '회전문 인사'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그 관례를 끊으려는 시도에 나선 상황이다. '비 브라이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다수 등용한 것이다. 그룹 위기 속 쇄신과 혁신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새 얼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는 국민 SNS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성장한 '젊은 기업'이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시니어급 인력들을 영입하면서 회사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신규채용 연령 분포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임직원 연령 비중을 보면 2020년에는 30세 미만이 71.5%에 달했지만 2022년엔 53.6%로 떨어졌다. 창업 기조대로면 젊은피 수혈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격적으로 MZ세대 사외이사를 기용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새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조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카카오와 접점이 없고 이제 막 박사를 취득하고 강단에 선 인물이다. 업계 이목이 집중될만한 인선이었다.

다만 그가 맡은 역할에 대한 조명은 부족했다. 박 교수는 '역대 국내 최연소 사외이사'라는 타이틀로 외부에 소개되는 정도다. 연임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는 홍보 포인트도 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사업 방향 등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사회 다양성 차원, 90년대생 조교수 사외이사 발탁

박새롬 교수는 산업이 아닌 학계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2018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같은 학교 수학기반산업데이터해석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이듬해 9월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로 부임했다. 현재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업공학과에서 AI를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카카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019년 말 이제 막 조교수로 부임했던 박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으나 평소 카카오에 대한 인상이 좋았던 박 교수는 흔쾌히 직을 수락했다.

당시 카카오는 대기업으로서 이사회 구성원 다양화, 여성 사외이사 비율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또 자사 서비스는 젊은 고객을 타깃하지만 이사회 구성 연령대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산업 경력은 없지만 젊고 IT 기술에 다식한 박 교수가 사외이사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박 교수가 카카오와 접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굳이 꼽자면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서울대 산업공학과 동문이라는 점이 기존 경영진과 공통 분모다. 김 위원장은 서울대에서 산업공학 학·석사 과정을 밟았다.

두 사람의 학번은 20년 차이난다. 재학 시절 김 위원장의 주 분야는 PC 통신이었고 박 교수는 AI를 연구했다. 두 사람의 세대차이가 체감되는 대목이다. 사외이사 선임 전에는 카카오 경영진과는 소통이 없던 비(非) 브라이언계 인사라고 봐야 한다.


◇AI 입는 카카오, 박 교수 '전문 분야'

현재 박 교수는 최세정 사외이사(위원장), 권대열 사내이사와 함께 ESG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의 ESG 중장기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이다.

합류 후 박 교수는 카카오의 포용성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이 카카오의 서비스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사측에 건의했다. 일상생활을 하며 직접 목격한 대중의 디지털 격차를 이사회에 가감 없이 전달했다. 키오스크 도입에 따른 노년층의 불편함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에 2020년 카카오는 노년층도 포용할 수 있는 국민 플랫폼이 되겠다는 사업 방향성을 공유한 바 있다. 또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이 카카오톡 채널로 단골을 확보하고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디지털전환 작업도 돕고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카카오T 등 호출 앱이 없는 노인들이 길에서 택시를 잡아타기 힘들어지면서 역차별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사외이사는 전문성을 강화해주는 존재임과 동시에 사측의 사업 방향을 검토하고, 견제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의 포용성 개선 성과가 있는지, 방향은 올바른지 등 끊임없이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사회공헌 뿐 아니라 카카오의 AI 사업 방향 수립에 있어서도 박 교수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는 전사 역량을 AI에 쏟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AI를 도입할 땐 '윤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시 ESG의 한 부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직접 △인간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 등 AI 윤리 3대 기본원칙을 만들기도 했다. 인간은 AI와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으며 AI는 인류의 삶에 필요한 도구라는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게 주 골자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개발 및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박 교수의 전공분야는 AI 보안이다. UNIST에서 '세이프랩 AI' 연구실을 이끌며 개인정보 보호 머신러닝, 공정성 검증, 보안강화 머신러닝 등 AI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AI를 만들어야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가치관이다. 대기업인 카카오가 지켜나가야 할 윤리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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