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IB]'반도체 IPO' 붐, 존재감 드러내는 삼성증권퓨리오사AI·포인투테크놀로지 등 빅딜 줄줄이 수임, 삼성전자 후광효과
손현지 기자공개 2024-04-29 13:23:55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은 과거 LG, SK그룹 딜 주관사 선정때마다 배제되던 하우스다.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인식 때문에 여타 경쟁관계에 놓인 대기업 그룹 딜 커버리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발행사들마다 삼성증권과 손을 잡음으로써 회사의 경영 비밀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등으로 새어나갈 것을 우려한 것이다.하지만 최근엔 삼성전자 계열사라는 꼬리표가 '반도체 섹터' 커버리지 경쟁력 관리 측면에서 득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반도체 관련 IPO가 늘어난 가운데 주력 거래처인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삼성증권을 파트너로 선정하려는 발행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빅딜 트랙레코드 착착, '삼성전자 후광'
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반도체 섹터 IPO 주관 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세미파이브, 퓨리오사AI, 포인투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기업들의 IPO 파트너 지위를 따내면서 트랙레코드를 추가로 쌓았다.
꿰찬 딜 대부분이 '조 단위' 였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주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한 반도체 팹리스 회사 포인투테크놀로지의 상장 기업가치는 IB업계에서 조단위로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력제품으로 광통신용 반도체 칩 '레인지 익스텐더' 등이다.
퓨리오사AI 역시 증권업계에서 핫딜로 회자됐던 딜이다. IB업계에서 예상한 기업가치는 3조~4조원대 수준이다. 정부가 AI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업계 내 선두주자로서 기대를 모았다.
세미파이브는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회사다. 파운드리 생태계 내 주력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기업이기도 하다. 작년 3월 시리즈B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5000억원 수준으로, IB업계에선 상장시 몸값이 조단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증권이 반도체 섹터 주관경쟁에서 승기를 쥘 수 있었던 배경으론 삼성전자의 '후광 효과'라는 평가가 자자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회사이며,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에도 박차를 가하는 회사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세미파이브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국내 디자인솔루션 파트너 중 파이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다.
IB업계 관계자는 "후방산업에 있는 반도체 소부장 입장에선 삼성전자와의 관계형성 차원에서라도 삼성증권과 파트너를 맺는게 유리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와의 접근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란 계산이 깔려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LG엔솔·LG CNS 등 주관사 제외 설움 씻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LG그룹 등 대기업 발행사들로부터 배제돼 왔던 하우스다. 일례로 지난 2022년 시스템통합(SI)업체 LG CNS가 IPO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할 당시에도 제외됐으며, 그해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단에서도 빠졌다.
SK, 현대차, 두산그룹, 한화그룹 등의 IPO딜에도 불리한 입지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AI, IoT, 통신 등 재계에서 중복되는 경쟁 분야가 많아서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산업군의 IPO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일명 삼성전자 커버리지 수혜를 입고 있다. 201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 속에서 스타트업들이 속속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앞서 삼성증권이 쌓아온 반도체 IPO 레코드도 한 몫했다. 최근까지 에이직랜드와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기업들의 상장을 성공시키며 반도체 섹터 전망이나 핵심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기덕 캐피탈마켓본부장 체제 하에 반도체 섹터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계사 출신으로 재무제표 분석능력도 탁월할 뿐 아니라 테크기업별 맞춤형 솔루션이 IPO 준비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트랙레코드를 쌓으면서 추후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삼성증권은 작년 말 IPO그룹을 기존 3개에서 4개로 확대개편했다. 커버리지를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딜 수임에는 이재현 IB1부문 부사장의 인적 네트워크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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