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반도체 IPO 주관사 쟁탈전, 견제 1순위 '삼성증권'글로벌 톱티어 삼성전자 후광효과…달라진 맨파워, 테크 섹터 공략
양정우 기자공개 2024-03-04 17:17:2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반도체 기업의 상장에 불이 붙고 있다. 세미파이브를 비롯해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 조 단위 밸류를 인정받은 비상장 대어가 줄줄이 IPO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증권사 IPO 파트마다 격전을 예고한 가운데 IB업계에서 견제 1순위로 삼성증권이 부상하고 있다. IPO 터줏대감인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나 신흥 강호인 KB증권처럼 최상위 하우스는 아니지만 반도체 딜에서 유독 강력한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다.
◇불붙은 반도체 IPO, 삼성증권 급부상…반도체 톱티어 삼성전자 '계열 관계'
최근 IB업계는 반도체 기업의 상장주관사 콘테스트를 준비하는 데 한창이다. 퓨리오사AI가 주관사 선정을 공식화했고 리벨리온도 사전 채비에 나서고 있다. 포인투테크놀로지 등도 인공지능(AI) 광풍 덕에 증시 데뷔에 탄력을 받고 있다.
조 단위부터 수천억원 대 볼륨의 딜이 즐비한 만큼 증권사마다 격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뜻밖에도 삼성증권이 경계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근래 주관사 선정전을 끝낸 세미파이브 딜에서 이미 저력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 간 경합을 거친 끝에 단독 대표 주관(외국계 공동 대표 UBS) 지위를 확보했다.
삼성증권은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영역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글로벌 톱티어다. 반도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역시 대부분 삼성전자의 비즈니스를 각사 사업 모델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은 반도체 섹터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삼성전자와 계열사 관계이기에 접근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세부 영역별 시장 현황과 전망은 물론 기술 측면에서도 식견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IPO에서는 밸류에이션이 필수인데 톱다운(Top-Down)과 보텀업(Bottom-Up) 모두 경쟁사를 앞설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상장에 나서는 반도체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와의 접점을 기대하면서 삼성증권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자 애쓸 수 있다"며 "세미파이브도 디자인하우스로서 파운드리 생태계를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와 이미 협력 관계를 구축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의 주관사 콘테스트에서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라고 관측했다.
여기에 IPO 파트의 달라진 '맨파워'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과거 하우스의 IPO 키맨이던 인사들이 퇴사하면서 주관 역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오히려 이기덕 캐피탈마켓본부장의 지휘 아래 주관사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올들어 가장 큰 콘테스트였던 비바리퍼블리카 딜에서도 주관사단에 합류하는 성과를 냈다.
◇삼성증권, 조단위 세미파이브 대표 주관…테크 잡고 최상위 도약 기대
세미파이브는 내년 상장 시점까지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만일 수조원 대 밸류를 인정받으면 1조원 규모에 가까운 공모에 나설 수도 있다.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잭팟에 가까운 주관 실적을 쌓아 전체 순위를 단숨에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포인투테크놀로지 등도 많게든 수조원 대, 적게는 수천억원 대의 몸값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기업뿐 아니라 근래 들어 IPO를 증권사에 사전 문의하는 반도체 기업도 부쩍 늘었다. AI가 글로벌 투자 시장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덕이다. 삼성증권이 이런 IPO의 주관 자리를 줄줄이 확보하면 주관순위가 단번에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증권의 IPO 파트는 한때 바이오 섹터에서 강자로 부상했었다. 향후 반도체를 필두로 테크 산업 전반에서 최강자의 입지를 구축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기업인 그룹사 IPO에서는 아무래도 은행 계열이나 커버리지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일단 특정 섹터를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을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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