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재벌집 막내아들' 이호진, M&A 통한 확장 '이미지 쇄신'①올 상반기 복귀 계획…12조원 투자로 옛 영광 되찾는다
박완준 기자공개 2024-05-07 09:11:16
[편집자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올 상반기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부에서도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 전 회장 복귀를 계기로 '은둔 기업' 이미지 탈피를 목표한다. 태광그룹의 승부수는 대규모 투자 계획 중심의 강화된 조직력이다. 올해 이 전 회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태광산업의 올해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취사선택. 태광산업이 앞둔 미래다. 여럿 존재하는 선택지 가운데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뜻으로 '기업 쇄신'과 의미가 상통한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은 취사선택에 대한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가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앞두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이유다.이 전 회장은 불법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공사비 부당 지원 등의 혐의를 털어내고, 올 상반기 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계획이다. 올해 초 임원정기 인사로 태광산업의 대표이사와 기획실장, 영업본부장을 교체한 부분도 내용의 일환이다.
◇예술의 꿈 포기한 이호진, 무거운 '태광의 어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3남 3녀 중 막내로 1962년 12월 8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소위 말하는 재벌집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위로 두 명의 형이 자리 잡고 있어 경영권 승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전 회장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대원고를 졸업했다. 1회 졸업생이다. 재벌 2세들이 많이 나온 명문고와는 거리가 먼 신생고였다. 이 전 회장은 학창 시절 음악과 예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창업주가 생전 별표전축으로 유명했던 천일사를 인수해 오디오 시장에 진출한 영향을 받았다. 새롭게 탄생한 태광 에로이카는 이 전 회장이 졸업한 대원고 인근에 자리해 이 전 회장이 학창 시절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을 마친 이 전 회장은 1993년 귀국해 흥국생명보험 이사로 그룹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가 그룹 경영에 참여한 다음 해인 1994년 둘째 형인 이영진 씨가 사고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1996년 아버지인 이 창업주도 명운을 달리했다.
빠른 기간 내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터지며 태광그룹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그래도 큰형 이식진 씨가 중심을 잡았다. 후계 구도는 장자승계를 중요시한 아버지의 뜻을 그대로 따랐다. 이 전 회장은 1997년 서른다섯의 나이에 태광산업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같은 해 대한화섬 대표이사 사장에도 올랐다.
하지만 2003년 변곡점을 맞았다. 장남인 이식진 씨마저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지배구조 판도가 바뀌었다. 맏형이 갖고 있던 지분은 전량 아들인 이원준 씨에게 상속됐다. 자연스럽게 최대주주도 이원준 씨 몫이 됐다. 다만 이듬해 5만주(4.49%)를 장내매도하면서 지분율이 11.08%까지 떨어졌다. 이 전 회장이 처음으로 태광산업 최대주주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는 젊은 나이를 의식해 다가오는 외부 인사들을 많이 경계했다. 어머니 이선애 씨의 남동생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가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시절에 강도 높은 세무사찰을 받은 기억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경영 기조를 갖게 된 계기다.
◇신사업 준비 속도…복귀 후 'M&A 전문가' 꿈꾼다
이 전 회장은 신사업 육성을 위한 키워드로 인수합병(M&A)을 꼽았다. 특히 태광산업은 사양 산업으로 꼽히는 섬유 부문이 아닌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위한 대규모 M&A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태광산업은 2022년 말 사업구조 개선과 신사업 발굴에 12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전 회장이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후 첫 대규모 투자다. 태광산업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한 투자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이 전 회장의 발자취와 맞닿아 있다. 그가 처음으로 그룹 회장으로 올라선 2004년 가장 먼저 풀었던 과제가 사업 체질 개선이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 성장을 추구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전자사업부를 정리하고 사후관리체계로 전환한 반면 쌍용화재(현 흥국화재해상보험),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 등을 인수하며 금융사업을 확장했다. 섬유화학을 넘어 금융산업까지 발을 넓혀 재벌그룹의 면모를 갖춘 순간이다.
미디어 사업에서도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케이블TV 티브로드 출범과 업계 1위 달성 모두를 이뤄냈다. 재판과 수감 생활로 10년간의 공백이 있음에도, 재임 기간에 보여준 경영 능력은 '비운의 오너'라는 별명을 만들 정도였다.
복귀 후의 행보도 일맥상통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23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적극적인 M&A와 기술 라이선스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신사업을 초기 육성하기보다는 M&A를 통한 진출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지난해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16.7%에 불과해 투자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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