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유동성 점검]태광산업, 현금성자산 '2조' 첫 돌파…재무 체력 '튼튼'⑦영업손실 불구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 '현금흐름 플러스'
박완준 기자공개 2024-12-24 07:57:55
[편집자주]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재계에 퍼지면서 재무 위험성의 경종을 울렸다. 특히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큰 타격을 입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에 관심이 쏠린다. 부진한 실적에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재무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석유화학 업계가 연일 자산 매각설에 휩싸이며 재무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을 점검하는 이유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은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불황에도 꾸준히 현금성자산을 늘리고 있는 기업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영업손실에도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둔 덕분에 튼튼한 재무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지난달에는 SK브로드밴드 지분(16.75%) 전량을 SK텔레콤에 양도하며 약 900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한 태광산업의 자금활용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적자에도 현금흐름 개선…운전자본 효율화 '성공'
태광산업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66억원으로 집계됐다. 폴리에스터와 아크릴 등의 주력 사업이 수요 부진을 겪으며 화학섬유를 중심으로 구축한 기존 사업 구조의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태광산업은 2022년 1054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후 3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태광산업은 누적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현금성자산이 반등한 점이 눈에 띈다. 앞서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은 2021년 1조4542억원에서 2022년 1조2413억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은 1조2656억원으로 반등한 데 이어 올 3분기 1조3402억원으로 늘어났다.
재고자산과 매입채무 등 운전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현금흐름을 개선한 부분이 현금성자산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운전자본은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태광산업의 운전자본은 전년 동기 대비 986억원 줄어든 2929억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재고자산 304억원, 매출채권 822억원을 줄였다.
운전자본 효율화에 따라 현금흐름도 개선됐다. 올 3분기 태광산업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10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NCF 1069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현금 유출이 줄어들며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축적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견조한 현금흐름에 배당금과 자본적지출(CAPEX)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도 흑자를 거뒀다. 태광산업은 올 3분기 말 CAPEX로 493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547억원) 대비 54억원을 줄이며 투자를 축소했다. 이에 FCF는 올 3분기 누적 57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FCF인 253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현금창출력이 개선되면서 유동비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 3분기 태광산업의 유동비율은 458%로 집계됐다. 이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포함해 1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이 단기차입금을 포함한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유동부채)보다 4.58배 많다는 의미다.
◇현금성자산 2조 첫 돌파…활용 방안은
태광산업은 올 4분기도 현금 확보에 힘을 쏟았다. SK브로드밴드 지분 16.75%를 전량 SK텔레콤에 양도해 내년 5월 양도대금 7776억원을 받을 계획이다. 특히 태광산업은 대금을 받기 전 SK브로드밴드로부터 1200억원의 배당금까지 수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8976억원의 현금 유입이 예정된 상황이다.
이에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은 내년 2조원을 처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체 자산에서 현금성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처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말 기준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이 전체 자산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2%로 집계됐다.
태광산업은 두둑한 현금에 무차입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태광산업의 총차입금은 962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조2440억원을 기록하며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꾸준히 유지했다. 차입금이 없기 때문에 차입금에 대해 담보로 제공된 자산도 없다.
태광산업은 확보한 현금을 이호진 전 회장 복귀 시점에 맞춰 투자활동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이달 초 13년 만에 사무실로 출근해 임직원들과 소통했다는 후문이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 복귀에 발맞춰 2022년부터 계획한 총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경영인의 지휘 아래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투자 및 인수합병(M&A) 등 활동 가능성이 점쳐진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되면서 현금을 쌓아둔 것이 오히려 저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며 "화학섬유와 금융 외 새로운 사업 발굴을 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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