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다리는 SK이노베이션]증자 계획 없다는데...투자재원 확보 전략은③올해 CAPEX 7.5조원, 포드-현대차 JV에 주로 투입...AMPC 권리 매각 첫 검토
정명섭 기자공개 2024-05-02 10:24:56
[편집자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을 키우고 있는 배터리 사업 이야기다. 공격적으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적자 터널의 끝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멈출 수는 없다. 배터리 사업에는 SK그룹 오너가의 의지가 담겨 있어 어떻게든 SK의 미래로 키워야 한다. 더벨은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배터리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1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올해 헝가리 3공장과 중국 옌청 공장, 내년에는 북미 포드 합작공장과 현대차 합작공장 신규 가동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선 2025년까지 서산공장 3동 증설이 추진된다. 조단위 자본적지출(CAPEX)이 최소 내년까지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다.올해 설비 신증설에 투입할 CAPEX는 7조5000억원이다. 보유 현금(2023년 말 3조455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음 시선이 투자재원 확보 방안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그간 추가 증자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정책자금 조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매각, 비주력자산 매각 등의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북미 JV에 주로 투자...정책자금·AMPC 유동화 등으로 대응
SK온이 올해 CAPEX 7조5000억원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할 프로젝트는 미국 블루오벌SK 합작공장 신설, 현대차 합작공장 신설 투자 2건이다. 투자 규모가 굵직한 것 외에도 2025년 상업가동이 목표라는 공통점이 있다.
블루오벌SK는 SK온이 포드와 2022년 7월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 생산법인이다. 이 법인은 현재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총 3개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2025년에, 켄터키 2공장은 2026년 이후 가동 예정이다. 3개 공장의 최대 생산능력은 연산 127GWh다. 양사가 투입할 자금은 10조2000억원으로 이 중 5조1000억원이 SK온의 몫(지분 50%)이다.
SK온은 중간지주사 성격의 SK배터리아메리카를 통해 블루오벌SK 등 여러 해외생산법인을 관리하고 자원을 배분한다. 재무제표상 이를 역추적해보면 SK온이 작년 말까지 블루오벌SK에 투입한 누적금액은 약 4조34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22년에 9261억원, 지난해 3조4185억원 가량이 들어갔다. 포드가 투입한 자금까지 고려하면 8조원 이상이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미국 에너지부(DOE) 정책자금으로 남은 투자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블루오벌SK는 DOE와 정책자금 지원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수준으로 최대 92억 달러(약 12조원)를 빌릴 수 있는 계약으로, 실제 지원금액은 소폭 내려갈 가능성은 있다.
현대차 합작 투자 건은 미국 조지아주에 6조5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35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협력이다. SK온의 투자 몫인 3조2500억원(지분 50%) 중 2조원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대여했다. 남은 1조2500억원은 외부 차입 등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은 올해 처음으로 AMPC를 유동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AMPC는 미국 정부가 역내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셀과 모듈 등에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배터리 기업은 셀 1kWh 생산 시 35달러를 받는다. 모듈까지 생산하면 45달러다. 수혜 기업은 세액 공제 또는 현금 수령 중 어떤 방식으로 혜택을 받을지 고를 수 있다.
그러나 AMPC가 실제 현금으로 유입되기까지 1년가량 걸려 이를 금융권에 매각해 현금을 손에 쥐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에 이 권리를 조기에 매각해 약 1900억원을 확보했다.
◇정유·화학 계열사 지분 매각은 요원
자산 매각도 여전히 고려할만한 카드로 언급된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SK엔무브(당시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매각해 1조1000억원을, 분리막 사업부문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로 분사한 이후 상장(총 2조2000억원 조달)해 배터리 투자에 대응했다. 경영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필요한 곳에 자금을 지원하는 전략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인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지오센트릭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어스온 등이 소수 지분 매각 후보군이다.
다만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 등 정유 계열사의 경우 항상 후보군으로 거론되나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낮은 업종이라 지분 매각 거래 자체가 성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쟁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2012년과 2017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가 철회한 게 대표적인 예다.
2021년에 소수지분 매각을 추진한 이력이 있는 석유화학 계열사 SK지오센트릭도 업황 둔화를 고려하면 실제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최대한 높은 몸값에 정유사 지분을 매각하고 싶어했지만 그에 응할 원매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래 SKIET 지분 추가 매각설도 돌았지만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경쟁력 제고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현실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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