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의 부활]인력 영입 '총력전'…1차 타깃 대우 출신 '미래에셋맨'②10여년 미래에셋 채용 본부장 영입…IB·디지털 파트, 인재 충원 1순위
양정우 기자공개 2024-05-14 08:07:53
[편집자주]
우리금융그룹이 증권 계열사의 부활을 선언했다. 임종룡 그룹 회장과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옛 우리투자증권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겠다는 큰 그림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포스증권 인수는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신호탄일 뿐 금융업의 핵심인 사람을 찾는 일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맨파워를 갖춘 뒤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영역으로 IB 파트를 낙점했다. 이미 대형사 입지를 굳힌 하우스도 영업 전쟁을 벌이는 증권업계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더벨이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 비즈니스의 핵심은 단연 사람이다. 단순한 여신 기능에 국한한다면 덩치 싸움이 본질이겠으나 좀더 고도화된 금융업에서는 맨파워를 빼놓고 경쟁력을 논하기 어렵다.우리금융그룹이 우리투자증권의 부활을 꿈꾸면서 선결 과제로 꼽고 있는 것도 역시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한국포스증권과 합병을 앞둔 우리종합금융은 이 초석을 닦는 작업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키맨을 포섭하고자 총대를 메고 있는 건 바로 미래에셋증권 출신의 인사 파트 베테랑이다.
◇홍순만 상무, 미래에셋 HR본부장 역임…대우·미래 전현직 '타깃'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종금은 올해 초를 전후해 홍순만 상무를 인사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미래에셋증권 출신인 홍 상무는 마지막 보직 탓에 대외적으로는 법인 영업이 전문 영역인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도 사내에서는 오랜 기간 인사 파트를 쥐락펴락했던 인물로 평가한다.
그는 미래에셋증권에서 HR본부장까지 역임했다. 옛 대우증권 시절과 통합 과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사부장과 본부장으로서 10여 년 간 공채 입사 절차와 인력 관리를 총괄했던 인물인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우리종금이 미래에셋증권에서 고위직 인사를 영입한 것보다 홍 상무를 확보한 데 더 주목하기도 한다.
한 금융사 임원은 "홍 상무는 아직도 미래에셋증권의 현직 선후배에게 한결같이 덕망이 높은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며 "오랫동안 인사 파트에서 리더 역할을 소화했기에 담당 조직을 대표하는 맏형으로 여겨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종금에서 그를 영입해 인사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단연 전략적 스카우트를 벌이기 위한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종금이 양완규 IB총괄 부사장과 김진수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영입한 건 이들 개개인의 역량을 활용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인사본부장에게 부여된 임무는 대대적 인력 영입에 나서 대형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초기 조직과 구성원의 짜임새를 갖춰야 하는 만큼 어느 인사보다 무거운 중책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자리를 홍 상무에게 맡긴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미래에셋증권의 임직원 풀(pool)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공채 과정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개별 인물에 대한 각종 데이터는 모두 인사 파트 쪽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미래에셋증권의 전현직 임직원, 그 중에서도 옛 대우증권 출신 인사가 스카우트의 최대 타깃으로 설정돼있다.
우리종금측의 인재 영입 범주는 전방위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IB 파트는 물론 IT 인프라(디지털), 최고리스크책임자(CRO) 등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이다. 근래 들어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WM) 파트에서 실력파 임원으로 불렸던 인사에도 영입을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홍 상무는 소통 측면에서 특유의 신뢰감을 갖고 있는 데다 옛 대우증권과 통합 미래에셋증권 주요 인사의 면면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여기에 오랜 기간 인사 파트를 책임지면서 쌓아온 네트워크로 최근 동향과 평판 확인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증권 내부에서도 조직의 인사 경향에 불만을 토로하는 대우증권 출신 임직원을 중심으로 우리종금이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부사장 등도 핵심 인력 확보에 동참하면서 스카우트 총력전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과거 미래에셋증권 시절 인연을 맺었던 전직 동료를 중심으로 영입을 위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우리종금의 인사 파트에서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출신만 선호하는 스탠스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경쟁사로 이직이 비일비재한 증권가에서는 하우스의 간판을 놓고 로열티를 간직하는 임직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이력을 떠나 비즈니스에 기여도가 높을 인사라면 영입에서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게 당연하다. 그보다 이들 풀이 스카우트의 확률이 높은 데다 영입 후 성과에 대한 리스크가 낮기에 전략적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법인 초대형 IB '톱10' 목표…IB 비즈니스, 초기 성장 동력 낙점
한국포스증권과 합병해 통합법인(우리투자증권)으로 거듭날 우리종금은 스카우트 일순위로 IB와 디지털 파트의 임직원을 꼽고 있다. 전통 IB 사업의 경우 통합법인 출범 이후 곧바로 뛰어드는 게 법규상 가능하지만 기업공개(IPO) 주관의 경우 일반 공모를 소화하려면 실질적으로 디지털 인프라가 확충돼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금융그룹은 메이저 증권 계열사를 확보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일단 IB를 중심으로 성장에 속도를 낸 뒤 리테일, S&T 등 주요 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통합법인의 자체 성장과 함께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추가로 시도해 10년 내 업계 '톱10'의 초대형 IB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종금은 기업여신 등 기업금융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고 포스증권은 펀드슈퍼마켓 플랫폼을 중심으로 디지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약 6조5000억원의 예탁자산과 28만명의 리테일 고객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사업 기반은 향후 통합법인이 증권사로서 전통 IB 사업에 뛰어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리테일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데도 한몫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그룹은 증권업 진출에 따라 '벤처캐피탈→캐피탈→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PE→F&I' 등으로 이어지는 계열사 라인업을 확보했다. 이제 기업 생애주기에 따라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 기업금융 명가를 재건한다는 그룹의 전략적 목표에도 한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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