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케이알벤처스는 지금]설립 3년만 '염가 매각', 통신업체 CVC 변신 성공할까①DS네트웍스 계열 신기사, 에치에프알로 '손바뀜'…전략적 투자 밑그림 예고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20 08:44:51

[편집자주]

대주주 손바뀜을 겪은 케이알벤처스가 새 출발을 알렸다. 새 주인을 맞은 이후 여러 변화가 수반되면서 케이알벤처스를 바라보는 시각에 응원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 두달 새 대표이사가 두 번이나 교체됐고, 유일한 수익원인 펀드는 앵커 출자자(LP)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페널티를 받았다. 악재는 투자 및 관리 인력 이탈로 이어졌고, 케이알벤처스는 부랴부랴 정비에 나섰다. 숨가쁜 행보 속 케이알벤처스 변화의 '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명 변경 및 리브랜딩을 완료한 케이알벤처스의 전신은 DSN인베스트먼트이다. 2021년 법인설립 후 3년만에 주인이 바뀌며 변화를 맞았다. 부동산 디벨로퍼 DS네트웍스의 투자사업 확대를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통신장비 업체 에치에프알(HFR) 인수 후 기업형벤처캐피탈(CVC)로 탈바꿈했다.

업계에서는 DSN인베스트먼트 매각이 비교적 '염가'에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자본금(200억원)보다 낮은 금액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유동성이 메마른 어려운 업황이 지속되자 밸류에이션 갭을 줄이고 딜을 성사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DS네트웍스는 금융투자지주회사 DSN홀딩스의 유동성 확보가 급했고, 에치에프알은 통신업황 정체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했다는 분석이다.

새주인을 맞은 케이알벤처스는 전략적투자자(SI) 기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에치에프알 측은 케이알벤처스를 통해 저궤도 위성, 5G 특화망을 비롯해 통신업과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투자처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급변하는 통신 시장 환경에 발맞춰 해외 수주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출범부터 우여곡절, 3년 만에 매각 테이블 올라

DNS인베스트먼트(현 케이알벤처스)는 2021년 1월에 설립됐다. DS네트웍스 계열사로 출항했다. 자본금은 200억원이다. DS네트웍스가 설립자본금 과반 이상(65%)을 직접 출자했다. 당시 DS네트웍스는 부동산 호황으로 곳간이 넉넉했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이 4214억원에 달했다.

'매출 1조 클럽' 디벨로퍼로 승승장구한 DS네트웍스는 부동산으로 번 돈을 투자금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한다. DSN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배경이다. 이후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부동산 시행 부문과 금융투자 부문을 분리했다. DSN홀딩스가 금융지주 역할을 맡고, DSN인베스트먼트가 그 산하로 편입됐다.

하우스는 출발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벤처캐피탈(VC) 라이선스 취득이 예정보다 늦어졌다. 설립 후 3개월 만에 DSN인베스트먼트는 금융위원회에 신기사 등록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후 변수가 생겼다. 같은 계열사였던 DS투자증권이 DSN인베스트먼트보다 먼저 신기사 등록을 하면서다.

신기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의 적용을 받는다. 여전법에 의하면 신기사 감독기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다. 이들의 심사를 거쳐 라이선스 등록을 하는 구조인데, 금융당국은 같은 계열사 내 신기사를 복수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DS투자증권 매각이 속도를 내면서 상황이 변했다. DS자산운용이 인수자로 전격 나서기로 하면서다. DS자산운용은 DS네트웍스와 이름이 유사하지만 지분관계가 없는 별도 회사다. 은둔의 주식투자 고수로 알려진 장덕수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2022년 초 DS투자증권 매각이 종결되면서 신기사 라이선스 확보 길이 열렸다. 같은해 7월 DSN인베스트먼트는 신기사 등록을 마무리하고 본격 VC로 활동하게 된다. 신기사를 택한 배경은 투자처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보험업 지분 취득이 가능하고 해외 투자에도 제약이 없어 운신의 폭이 넓다.

모기업을 '펀딩 우군' 삼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DSN인베스트먼트는 컨소시엄을 이뤄 출자사업에 도전하는 것으로 펀딩 전략을 선회했다. 다행히 결실을 맺었다. 한국성장금융이 주관한 기술혁신전문펀드 3차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다.

지난해 7월 SGC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500억원 규모로 '넷제로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펀딩 시장 상황을 고려해 최소 결성액 정도로 결성을 매듭지었다. 다만 비슷한 시기 고금리·고물가, 부동산시장 침체 등 악재가 쌓이면서 유동성이 메마르자 DSN홀딩스 측은 DSN인베스트먼트 매각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DSN홀딩스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8억원이다. 1년 만에(438억원) 66.21% 감소했다. DS네트웍스 실적도 좋지 않았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56억원으로 1년 전(1135억원)에 비해 59.87% 감소했다. 매출액은 8184억원으로 1년 전(1조2443억원)에 비해 34.23%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765억원을 기록했다.

◇에치에프알, '미래 먹거리' SI 투자 방점

DSN인베스트먼트는 5개월가량 매각 테이블에 올라와있던 중 원매자를 찾게된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치에프알이다. 에치에프알은 2000년 설립된 유무선 통신장비 회사다. 기지국에 연결하는 모바일 프론트홀 장비와 초고속인터넷용(브로드밴드) 전송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선 DSN인베스트먼트 매각이 비교적 염가에 이뤄진 것으로 평가한다. 설립 자본금(200억원)보다도 낮은 금액으로 지분 100%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VC 매각 사례를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15~2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거래를 마친다.

올해 1월 에치에프알은 DSN홀딩스가 보유한 DSN인베스트먼트 보통주 200만주(100%)를 160억원에 전량 현금 취득했다. 지난해 말 DSN인베스트먼트의 순자산은 약 197억원이었다. 벤처펀드(에스지씨-디에스엔 넷제로 투자조합)를 통해 관리보수를 수취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매각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DS네트웍스의 금융투자지주사인 DSN홀딩스가 계열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취지였다. DSN홀딩스는 산하 DSN인베스트먼트와 DS네트웍스자산운용을 두고 있었는 데 비슷한 시기에 모두 매각했다. 이로써 약 3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현금이 급했던' DSN홀딩스와 '신사업이 절실했던' 에치에프알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딜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에치에프알은 급격한 수익성 악화로 고민이 깊었다. 지난해 162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나, 당기순손실 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일본과 북미향 공급계약이 대부분 만료돼 고객사 재고 정리에 따른 수주 물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케이알벤처스는 CVC로 거듭나게 됐다. 에치에프알은 벤처투자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회사의 전략 사업을 확장하는 등 두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에치에프알은 주목적 투자 분야로 △5G 관련 글로벌 전략 프로젝트 △인공지능(AI) 보안 △양자 센싱과 통신 분야 원천기술 등을 강조했다.

5G는 에치에프알의 주력 사업 분야다. 회사 측은 5G 프런트홀 공급계약, 5G솔루션 총판 계약 등을 차례로 성사하며 글로벌 매출을 다각화해왔다. 5G 특화망은 보안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기 때문에 AI 보안과 엮어 신사업 진출 기회도 모색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리브랜딩과 사명변경도 진행됐다. 손바뀜 한달 만에 케이알벤처스로 사명변경을 완료했다. 동시에 정종민 에치에프알 대표는 케이알벤처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정 대표는 SK텔레콤 선임 연구원 출신으로 에치에프알 창업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