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자사주 점검]'양날의 검' 자사주, 변화의 바람 불까[총론]투자자금·상여 등 활용법 '천차만별'…금융당국 '의무 소각' 초점
서하나 기자공개 2024-05-20 14:58:50
[편집자주]
'자사주'는 양날의 검같은 존재다. 기업 입장에서 소각 전까지 든든한 재원이자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선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어 경계의 대상이다. 지배주주의 사적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사주를 쥐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더벨이 코스닥 기업의 자사주 활용 백태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09: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격 시행을 예고하면서 상장사들이 너도나도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재평가받겠다는 포부다. 증권업계를 필두로 게임, 바이오 등 여러 산업군에서도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문제는 자사주 매입 이후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언제든 시장에 유통될 수 있어 주가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다. 소각 대신 상여금이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먼 행위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사주 소각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다고 지적한다.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 '자사주 의무 소각제 시행' 예고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6개월(2023년 11월 14일부터 2024년 5월 14일) '자기주식취득결정'과 '자기주식처분결정'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체결결정' 등을 공시한 상장사는 540여곳에 이르렀다. 이 중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266곳의 기업이 정부의 '1차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2024년 2월 26일)' 발표 이후 집중적으로 자사주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건 메리츠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NH투자증권 등 현금여력이 풍부한 증권사였다. 이어 크래프톤이나 엔씨소프트 등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컸던 게임사들도 자사주를 사들였다. 셀트리온, 고려아연, 신세계, SK스퀘어, SNT모티브, 한미반도체, 금호석유화학 등도 움직였다.
시장에선 정부가 자사주 의무 소각 제도를 추진하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자사주 의무 소각 제도를 시행하면 기업이 발행 주식 수의 10% 이상을 보유할 경우 이사회에서 비중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자사주 보유 사유나 추가 매입 계획, 소각과 매각 계획 등을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내달 기업 밸류업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더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관련 공시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은 가치 제고에 중요한 핵심지표와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사업별 투자, 연구개발(R&D) 확대, 사업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비효율 자산 처분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자사주 제도 개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의 핵심은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이런 기조가 결국에는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고배당 등 주주환원정책 확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처분방식 제각각, 코스닥사 지배력 방어수단 활용
핵심은 자사주 소각에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만 하고 소각하지 않은 채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나 상여 등 '기업가치'와 무관한 활동을 벌이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자사주를 상여금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기업 가치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자사주 처분을 통해 상여금을 지급하는 경우 현금이 부족한 기업이란 부정적인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고 경영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자사주를 취득하는 즉시 소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에선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 자체를 불법 행위로 간주한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수단 등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를 지배주주의 사적 이득이라고 보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국내 일각에선 행동주의 펀드 공세에 맞서기 위해 자사주를 방어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우수한 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인센티브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6개월 내 코스닥 기업 '40곳' 소각 결정, 처분비중 여전히 많아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사주 소각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2023년 11월 14일부터 2024년 5월 14일)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은 총 99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는 에프앤가이드, 티사이언티픽, 유비쿼스홀딩스, 센코, 한솔아이원스, 에이디엠코리아, 감성코퍼레이션, 지아이이노베이션, 이베스트투자증권, 메가스터디교육, 에스앤디, 아바코, 윈스, APS, 상신이디피, 토비스, 토박스코리아, DSC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인화정공, 디에스케이, 스튜디오미르, 클래시스, 에코마케팅, 코나아이, 디케이앤디, 필옵틱스, 에스엠, 유니온커뮤니티, 유니테크노, 콜마비앤에이치, 휴젤, 중앙백신, 아난티, 한국선재, 아이윈플러스, 디지털대성, 도이치모터스, 컴투스 등 40곳이었다.
자사주를 처분한 기업들의 사유는 다양했다. 최근 두 달간(2024년 3월 15일부터 5월 14일)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자기주식 교부), 덕산테코피아(종속회사 유상증자 자금 조달), 대호특수강타법인(주식회사 이오이스 취득시 자기주식으로 지급), 동일기연(직원 포상을 위한 자기주식 교부), APS(우리사주조합에 자기주식 출연), 코나아이(타법인 주식 취득 대금 중 일부를 자기주식으로 지급), 젬백스(환경사업부 임직원 근로의욕 고취 및 성과보상)등을 여러가지 이유로 자사주 처분 결정을 내렸다.
또한 유진테크(근무조건부 상여금), 에이팩트(시설투자 및 운영자금 확보), 씨에스에이코스믹(임직원 상여), 와토스코리아(유동물량 증가를 통한 거래 활성화), 케이엘넷(창립기념일 임직원 포상), 브이엠(이사회 결의에 따른 자사주 사이닝 보너스 지급), 코윈테크(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주식매수선택권 행사), 한솔아이원스(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자기주식 교부), 코아스템켐온(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사모 교환사채의 발행), 유니트론텍(임직원에 대한 상여금 지급), 젬백스링크(투자자금 및 운영자금 확보) 등도 자사주를 소각 대신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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