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0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재조명되며 최근 한 달간 관련 투자상품들이 순항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정책을 분석해 저평가 주식에 투자하는 '트러스톤 주주가치액티브'는 4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7.7%의 수익률을, 'BNK주주가치액티브'는 5.0%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2.2%)을 훌쩍 웃도는 성과다.그런데 동일한 투자전략의 'KB주주가치포커스'는 이상하게 성적이 저조하다. 저PBR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펀드 성과는 코스피지수와 비슷한 2.4%에 불과하다. 유사상품인 KB밸류포커스 또한 2.0%의 성과를 기록하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지 못한 모습이다.
두 펀드는 원래 KB자산운용 밸류운용실에서 관리하던 투자상품이다. 다만 최근 들어 주식운용1실, 주식운용2실 등으로 펀드가 뿔뿔이 흩어졌다. 지난 3~4월에는 운용역 교체가 이뤄졌는데 기존에 KB ESG성장리더, 그로스포커스, 업종 대표주, 코리아스타, 차이나펀드 등을 책임지던 매니저들이 돌연 밸류운용 상품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별도 조직으로 있던 밸류운용실은 올해 초 주식운용본부에 흡수, 주식운용2실로 아예 명칭이 바뀌면서 명맥이 희미해졌다. 조직관리 효율화 차원의 통폐합이자 부서 명칭만 바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밸류운용실 임직원 4명 중 3명은 퇴직·휴직 등으로 대부분 회사를 떠난 상황이다.
올해로 10년된 밸류운용실은 KB자산운용 공모펀드 흥행에 기여했던 조직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투자활동 덕분에 KB밸류포커스 펀드의 운용규모는 한때 조 단위를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은 밸류운용실을 밸류운용본부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그런 조직에 칼을 대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성장주 랠리로 가치주 펀드가 소외되며 쪼그라든 운용규모, 공모펀드 대신 ETF로 쏠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 금융지주 계열사 특성상 공격적인 주주행동주의 전개의 어려움 등 여러 부분들이 영향을 끼쳤다.
조직개편이야 늘상 있는 일이지만 내부 인력이 줄줄이 퇴사하고 펀드 운용역이 대거 교체되는 일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훈풍으로 이제야 투자 적기를 맞이했음에도 KB밸류포커스가 기록 중인 저조한 최근 성과를 보자면 더욱 그렇다.
밸류운용실 해체와 대규모 인력이탈이 KB자산운용의 가치주펀드 운용성과에도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가치주펀드가 주목받고 있는 지금 하루빨리 운용성과를 제고해 밸류운용의 명맥이 끊기지 않았음을 증명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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