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반도체 생명수' 국산화 내건 한성크린텍, 밸류업 '이제부터'수처리 EPC → '반도체·디스플레이 초순수' 힘싣기, 해외진출 플랜
김혜란 기자공개 2024-05-27 08:50:52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10: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수처리 EPC(설계·조달·시공) 전문 기업 한성크린텍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는데요, 그래서 과거의 주가 흐름은 사실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성크린텍 지배구조나 사업내용이 지난해 하반기에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이엔코퍼레이션은 2021년 인수해 자회사로 뒀던 초순수·산업용 수처리 전문기업 한성크린텍을 흡수합병한 뒤 사명을 한성크린텍으로 확정했는데요. 이엔코퍼레이션은 기존 사업을 대거 정리하고 한성크린텍의 기존 주력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연관산업의 초순수 시설 공급, 폐수재이용, 자원회수 기술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우기로 했습니다. 초순수(ultrapure water)란 물을 구성하는 수소·산소만 남기고 무기질과 박테리아 등을 전부 제거한 것을 말합니다.
한성크린텍은 비상장이었고, 지난 10년간 주가는 이엔코퍼레이션의 역사니 사실상 지난해 10월부터 주가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아직은 신사업인 '반도체 초순수' 사업이 매출로 잡히지 않아서인지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22일 종가기준 한성크린텍은 2740원에 거래를 마쳤고 지난해 10월에도 2000원 중반대에 거래됐으니 주가가 소폭 오른 정도입니다.
최근 거래량을 보면 기관은 거의 움직임이 없거나 조금씩 순매도하고 있고요 외국인은 사고팔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한성크린텍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9배로 1배를 겨우 넘는 수준입니다. '반도체 초순수 국산화'가 진행 중이고 올해부터 첫 성과를 거둘 것을 보이는데요. 새 간판을 내건 한성크린텍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한성크린텍은 산업용 수처리 EPC 사업을 해왔습니다. 반도체 초순수 생산 설비 공급 사업은 지금까진 하지 않았던 신사업입니다. 다만 한성크린텍은 이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EPC 사업 수주 레퍼런스가 있었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에 환경부의 초순수 기술 국산화 국책과제에 선정되며 신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2025년까지 설계·시공 100%, 핵심 장비 70%, 운영 기술 개발 100%를 국산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반도체 제조에는 불순물을 제거한 깨끗한 물(초순수)이 필요한데요, 반도체의 시작점인 웨이퍼를 생산할 때부터 물로 세척하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초순수가 필수적입니다. 지금까지는 쿠리타(Kurita), 오르가노(Organo), 노무라(Nomura) 등 일본 기업이 초순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한성크린텍이 국산화하겠다고 뛰어든 것입니다. 이미 개발이 마무리돼 국내 반도체 기업 공장 내에 초순수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시운전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한성크린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초순수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입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 반도체 기업과 협력하며 'K-반도체' 밸류체인 내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또 한성크린텍은 최근엔 분기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으나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엔 11억원 영업손실을 냈는데, 올해 1분기는 약 30억원 이익을 올렸습니다.
이번 이익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준 건 액상 지정 폐기물 사업부문의 흑자전환이라고 합니다. 올해 1분기 연결회계기준 한성크린텍의 수처리 EPC 사업을 담당하는 환경설비 건설 사업부문이 7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설비 건설 사업부문에서 반도체 초순수 매출 기여도가 생기면 매출 비중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Market View
가장 최근 증권가 보고서는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와 한양증권에서 냈는데요. 한국IR협의회 김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수처리 인프라 회사로서 저평가 탈피 직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분야는 고순도 공업용수로 불리는 초순수 국산화 사업"이라며 "작년 기준 국내와 해외 시장 규모는 각각 1조원, 20조원 이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를 계기로 삼성전자가가 설비투자 규모를 빠르게 늘린다면 한성크린텍 실적은 크게 증가하고 ROE(자기자본이익률)도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양증권 이준석 연구원은 "산업용 수처리 분야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국책과제인 초순수의 국산화가 임박해 있다. 2021년부터 내년까지 초순수 국산화 기술개발 국책과제 기업으로 선정된 한성크린텍이 주목된다"며 "산업용 수처리 EPC 기업에서 글로벌 종합 환경기업으로 퀀텀 점프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한성크린텍의 키맨인 박종운 대표에게 올해 사업 목표와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물었습니다. 특히 반도체 초순수 사업 관련해 진척 사항을 점검했는데요. 앞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한성크린텍은 일본기업이 설계(Engineering)한 반도체 초순수 설비 시공(Construction) 실적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SK실트론은 설계, 기자재조달, 시공(EPC)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운전 분야까지 전공정을 수행하게 되면 대용량 시설의 전 과정의 역량과 노하우를 확보하게 된다"며 "올해 안에 초순수가 정상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선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지만 사업방향이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며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단계적으로 매출위주의 시공(C) 부분은 축소하고, 설계 및 기자재 조달(Engineering · Procurement)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으로의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큰 축에서 국산화 기술을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초순수, 폐수처리, 재이용, 기자재 공급 경쟁력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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