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쯤되면 한국거래소도 머쓱할 것 같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가장 진보된 버전(초격차 기술특례)을 내놓고도 금융당국 눈치보기 바빠서다. 기업공개(IPO) 기업에 대한 거래소 심사 수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신생 제도와 금융당국 규제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거래소가 첨단·전략기술기업의 특례상장 문호를 넓히겠다고 약속한 게 1년전이다. 혁신기업 성장, 모험자본의 선순환 등 좋은 명분들을 모두 넣었다. 기대도 안했던 '초격차 기술특례' 상장제도까지 내놨다.
금융당국의 최근 행보를 보면 거래소의 초격차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올스톱' 됐다고 보는게 맞다. 있어도 감히 추진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기존의 기술특례상장 트랙조차 허들을 넘기가 쉽지 않다.
시장 이슈 이후 금융당국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IPO 주관업무 혁신 작업반을 꾸리고 규제책을 예고했다. 발행사가 상장에 실패해도 주관사 수수료를 물릴 계획이고 아예 공모가 산정방식을 표준화하겠다고 밝혔다. 2분기에 발표해서 4분기에는 실태조사까지 나갈 생각이다.
공모가 산정 표준안은 옛날 얘기다. 10여년전부터 표준안, 모범기준안, 체크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녔다. 기업공개 선진화 명분을 붙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제완화로 돌아섰다. 지금은 다시 과거로 회귀하자는 식이다. 증권사 IPO부서에서 업무 의욕이 생길리 만무하다. IPO 서류 작성시 요즘 PM 담당자한테 떨어진 오더는 '무조건 길게' 라고 한다.
규제책을 들여다보면 금융당국이 모험자본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시니컬하게 느껴진다. 밸류에이션 산정방식을 표준화하겠다는 발상만 봐도 그렇다. 당장 실적이 잘 나오지 않는 기업이 타깃이 될 게 뻔하다. IPO 시장에선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저격대상이 되는 꼴이다.
애초에 기술패권 시대 운운하며 미래 먹거리가 될 핵심기술을 선정하겠다고 약속한 장본인이 정부였다. 국가전략기술육성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금융당국 스탠스가 저런데 기술을 가진 기업이 자본시장에 발붙이기 쉽지 않다. 기술특례 기업에 마중물을 댈 곳이 일단 줄어들고 있다. 상장 전 단계에서 어느정도 투자자금이 유치되어야 하는데 기대하기 어려운 섹터가 많아지고 있다. 분위기상 될성 싶지 않아보인다는 논리다.
이렇다할 실탄없이 IPO에 도전하는 것은 무리수에 가깝다. 어렵사리 상장에 성공해도 1, 2년 공모자금으로 버티다가 좀비기업으로 전락하기 쉽다. 상장 전 단계에서 어느정도 자금이 모여야 하고 IPO 단계에서 공모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그나마 버틸 여력이 생긴다.
최근 한 증권사는 발행사가 상장예비심사에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청구서를 넣었다. 해당 기업 입장에선 자금유치를 위해 상장 시도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요즘 심사문턱을 넘지 못한 발행사 상당수가 같은 케이스로 관측된다.
기술특례 기업은 전체 IPO 시장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배제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졌다. 기술패권 경쟁에 살아남으려면 이들 기업이 빛을 봐야 한다. 10개 중에 한 곳만 유니콘으로 성장해도 국가 전략적으로는 성공하는 셈이다. 지금이 규제를 가해야 할 시점인지, 문을 열어야 할 시점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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