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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 속 자동차 부품사]표정 어두워진 덕양산업, 타개책은 '추가 고객사 확보'②LG엔솔·현대차 등과 접촉 시도 중…다행히 본업 일감은 넉넉해

이호준 기자공개 2024-05-24 08:33:03

[편집자주]

밀려드는 주문에 활짝 웃으면서도 자동차 부품 업계는 생각한다. "방심은 금물이야." 일련의 호실적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인식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숫자가 많게는 40% 가까이 적은 전기차 시대에 대한 걱정을 반영한다. 그만큼 서둘러 전동화 전환에 나서야 할 상황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시간은 부품 업계의 편이다. 일시적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을 계기로 투자를 결정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캐즘' 속에서 부품 업계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은 무엇일까. 더벨이 자동차 부품사들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21년은 덕양산업에게 충분히 기억에 남을 해였다. 당시 이 회사는 미국 법인 덕양아메리카를 세우고 조지아주에 배터리 모듈부품 공장을 설립했다. 이전까지는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칵핏 모듈, 도어 트림 패널 모듈 등을 납품하는 업무가 주였는데 배터리 모듈부품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업계는 이 공장 설립에만 약 1000만달러(약 113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덕양산업 연평균 자본적지출(CAPEX)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덕양산업은 똑같이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 거점을 둔 SK온의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에 대한 납품을 염두에 두고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양산업의 신사업 의지는 배터리 부품 판매 자회사 설립으로도 이어졌다. 그해 서연이화, SJG세종과 손잡고 디에스에스에너셀을 세웠다. 디에스에스에너셀은 현대모비스 등에 이어 현대차의 배터리 모듈(BMA) 제작 2차 협력사로 선정된 상태다. 작년엔 국산 방열 특허를 보유한 씨지아이와 디엔씨배터리솔루션도 공동 설립했다.

덕양아메리카 배터리 모듈부품 생산공장 전경. 출처: 덕양산업

공장이 완공된 해부터 바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덕양아메리카는 SK온에 BMA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납품하면서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210억원, 5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공장 초기 운영 비용 등으로 아직 숫자 자체는 미미하지만 이 기간 순이익으로도 2억원, 1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순탄하게 굴러갈 것만 같던 덕양아메리카에 경고음이 들린 건 최근 들어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수요가 줄어들면서 SKBA가 작년 말 배터리 공장 사업 규모를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덕양아메리카 입장에서는 유일한 고객사의 주문량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라 한동안 매출 및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감산 여파는 이미 시작됐다. 덕양아메리카 역시 작년 말부터 배터리 모듈부품 생산량 조절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1분기에는 약 7억원의 순손실도 냈다.

덕양산업은 타개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HMGMA)과 미시간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 공장 등에서 추가 고객사를 발굴해 손익을 방어할 예정이다.

덕양산업 관계자는 "SKBA 감산에 따른 부정적인 결과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SK온만 보고 미국에 들어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LG나 현대차 쪽과도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성장 둔화기)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이상까지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언제 다시 주문이 늘어날지 점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다행스러운 건 본업에서 쌓아둔 일감이 넉넉하다는 점이다. 덕양산업은 지난해 8월과 11월에 기아와 현대차로부터 각각 5000억원대, 6000억원대 규모의 도어 트림(Door Trim)을 수주했다. 수주금액이 크고 기간이 각각 2035년, 2033년까지로 길게 정해졌다는 점에서 확보한 일감이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비할 힘이 될 전망이다.

덕양산업의 도어 트림 이미지. 출처: 덕양산업

보유해 둔 현금도 줄어든 배터리 수요 환경에서 든든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덕양산업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729억원이다.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이 호실적을 내고 있는 데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전년 대비 34%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선 관계자는 "우리 부품은 전기차에도 동일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제조 방식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전기차 전환 흐름에서도 이익 창출에 큰 무리가 없다"며 "오히려 제품 고급화 측면에서 볼 때 매출은 늘어나게 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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