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ment in Europe]시멘트 탄소중립 로드맵 다진 EU, 변화 시작한 미국④EU, 1990년 기반 5C 전략 수립…미국, 성능 중심 시멘트 표준 제정
비엔나(오스트리아)=김동현 기자공개 2024-05-28 10:44:36
[편집자주]
과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던 시멘트업계가 변화하고 있다. 국내 탄소중립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설비 구축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저탄소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수치로 나타나는 지표를 살펴보면 여전히 갈길이 멀다. 더벨이 시멘트 탄소중립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유럽 사업자의 생산 현장을 살펴보며 국내와의 차이점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연합(EU)은 중국(21억톤)과 인도(3억7000만톤)에 이어 글로벌 3위(1억8250만톤) 수준의 시멘트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은 과거 시멘트 산업의 발상지로 EU 생산량의 약 40%는 과거 글로벌 생산순위 상위권에 자리하던 독일(3500만톤), 이탈리아(2060만톤), 프랑스(1750만톤)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개별 국가의 생산량은 5000만톤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다만 EU 역내 시멘트 회사들은 나라에 맞춘 사업구조 형태를 띠고 있다. 해안을 낀 그리스의 타이탄이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는 반면 내륙지역인 오스트리아 홀심은 내수로 물량을 소화하는 등 국가에 따라 특색 있는 사업전략을 보유했다.
각기 다른 이들 지역별 회사는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공통된 목표로 묶인다. EU는 이미 1990년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 지표로 여겨진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국이 탄소중립 원료전환의 신호탄을 쏠 정책 변화를 시도하는 등 글로벌 산업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EU, 탄소중립 전략 선점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홀심의 매너스도프 공장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선 국내 시멘트 업계가 앞으로 글로벌 산업 정책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탄소중립이라는 과제가 전세계 시멘트 업계의 공통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시멘트 선도국의 변화가 국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 탄소중립 '모범 사례'로 여겨지던 EU는 지속해서 추진하던 대체원료·연료 전환을 통해 역내 개별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오스트리아 홀심은 이미 대체연료·원료 전환 투자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고 그리스 타이탄은 빠르면 2~3년 내에 순환자원 활용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유럽시멘트협회(CEMBUREAU)를 중심으로 EU 사업자들이 수립한 탄소중립 로드맵이 자리하고 있다. EU 사업자들은 1990년 시멘트 1톤당 783㎏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로드맵을 수립했다.
5C 탄소중립 전략으로 불리는 이 로드맵은 구체적으로 클링커(Clinker), 시멘트(Cement), 콘크리트(Concrete), 건설(Construction),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으로 구성됐다. 이중 시멘트 업계의 직접적 과제인 클링커(24%), 시멘트(18%) 분야에서 탄소중립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CCUS(42%)는 장기 과제로 남아있다.
EU의 로드맵을 설명한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교수(시멘트 그린뉴딜위원회 공동위원장)는 "국내는 시멘트 공정에서 해결할 과제가 훨씬 많다"며 "이후 콘크리트와 건설 분야 사업자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대체연료나 대체원료 등이 활성화하지 않아 이러한 분야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멘트 산업 표준 변화, 성분 대신 성능으로
EU에 이어 글로벌 최대 시멘트 생산국가인 미국(생산량 9500만톤)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국내로 치면 한국산업표준과 같은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 표준에서 시멘트 재료 구성에 대한 기준이 변경됐다.
그동안 시멘트 생산자는 각국 표준에 맞춰 화학·물리적 성분치를 충족하도록 클링커와 혼합재의 비율을 유지했다. 그러다 미국에서 지난해 화학적 조성에 관한 제한을 없애 구성물 규정을 성능 중심으로 바꿨다. 쉽게 말해 기존 콘크리트의 물리적 성능만 발휘한다면 재료 구성은 시멘트 사업자가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전세계 시멘트 업계가 클링커를 대신할 새로운 화학물질을 찾고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멘트 구성 규정상 새로운 화학물질 도입이 허락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1년 전 미국에서 최초로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한 기준이 성과 기준으로 제정되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호디노트 전 협회장은 1988년 영국 시멘트사 블루서클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해 글로벌 최대 시멘트사인 프랑스 라파즈시멘트 부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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