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2년 리뷰]'싱가포르·런던·뉴욕' 글로벌 IR 행보…'밸류업' 남은 과제는④'이자 장사' 비판 동시에 '해외 진출' 지원…주가 상승 단초 마련, 지속가능성 담보해야
최필우 기자공개 2024-06-13 12:50:03
[편집자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금감원장은 보통 2년 안팎의 임기를 소화하고 교체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 원장은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원장이 취임 후 여러 실효성 있는 아젠다를 던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 원장 체제 금감원이 이행한 중점 과제와 성과를 돌아보고 매듭지어야 할 현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0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재임 기간 은행권은 줄곧 '이자 장사'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수익 추구를 견제하는 기조를 이어가면서다. 공공재 성격을 가진 은행권이 별다른 노력 없이 이자 수익을 내는 것 만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게 당국의 문제 의식이다.이 원장은 해외 진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순이익 해외 비중을 높이면 은행권이 국내 이자 수익 극대화에 몰두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동시에 글로벌 비즈니스가 주요 금융지주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해 주가 저평가 해소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금융 선진국을 방문해 기업설명회(IR)에 동참한 것도 밸류업 작업의 일환이다.
◇신흥국 네트워크 강화하고 선진 시장 투자자 교류
금감원의 은행권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은 '투 트랙'으로 진행됐다. 신흥국과 선진국에 각기 다른 전략을 취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이 신흥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주가 관리를 위해서는 선진 금융시장 투자자와 교류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은행권의 주요 진출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를 핵심 공략지로 선정해 현지 법인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원장 체제 금감원은 은행권의 니즈(needs)를 감안해 신흥국 중심으로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의 국가를 대상으로 고위급 면담을 11회, 감독연수를 16회 진행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과는 직원을 상호 파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남은 임기 중에도 신흥국 금융 당국과의 교류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동유럽 신흥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기차, 베터리, 방산 분야 기업의 동유럽 진출이 늘어나면서 은행권도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은행권이 신흥국에서 올린 성과를 선진 금융시장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기회도 있었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사 CEO들과 함께 지난해 5월 싱가포르, 9월 영국 런던, 올해 5월 뉴욕에서 IR을 진행했다.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진출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지원 방안을 설명하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밸류업으로 살린 주가 상승 불씨, 지속가능성은
이 원장이 선진국 금융시장 IR에 나선 건 좀처럼 저평가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은행금융지주 주가를 부양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와 런던에서 기관투자가를 만나 국내 금융시장이 제도와 정책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음을 강조하고 각 금융회사에 IR 기회를 부여했지만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올해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되고 금융주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면서 그간 이 원장이 들인 노력이 빛을 발했다. 지난 7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이한 이 원장의 재임 기간 동안 KB금융은 36.8%, 하나금융지주는 26.9%, 신한지주는 11% 주가를 올리며 오랜 주가 부진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 원장은 여세를 몰아 지난달 진행된 미국 뉴욕 IR에서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웠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은행금융지주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60~80%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주가가 오르고 내릴 수 있는 구조다.
남은 재임 기간 동안 밸류업 프로그램에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게 이 원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원장은 뉴욕 IR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범정부적 추진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관련 정책과 제도 개선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주주 중심 경영문화를 정착시키고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비롯한 근본적 체질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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