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2년 리뷰]레고랜드·흥국생명·태영건설까지…위기마다 전면 등판②언론 백브리핑만 70회, 시장 안정 소방수 자처…금감원 소통 문화 전기 마련
최필우 기자공개 2024-06-11 12:33:16
[편집자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금감원장은 보통 2년 안팎의 임기를 소화하고 교체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 원장은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원장이 취임 후 여러 실효성 있는 아젠다를 던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 원장 체제 금감원이 이행한 중점 과제와 성과를 돌아보고 매듭지어야 할 현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5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브리핑 70회'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재임 2년 동안 주요 행사 이후 언론과 마주한 기록이다. 공개석상에서 솔직한 화법을 구사하고 소통에 거리낌 없는 성격이 백브리핑 횟수에 영향을 미쳤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원장의 백프리핑 횟수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프리핑이 잦아진 건 이 원장의 소통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2년간 금융권에 위기가 끊이지 않았던 영향도 있다.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사태,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금융권을 뒤흔든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 원장은 매번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소방수를 자처했다. 이 원장의 광폭 행보에 이례적으로 금감원장의 존재감이 금융위원장보다 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달에 3번 꼴로 백브리핑…숨지 않는 금감원장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2022년 6월 취임 이후 2년 간 언론사 백브리핑을 70여차례 진행했다. 1달에 3회 꼴로 기자들을 만나 소통하고 질의응답을 소화한 것이다.
이 원장의 백브리핑 횟수가 늘어난 건 그의 임기 중 금융시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감원장에게 이목이 쏠렸고 이 원장은 전면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소통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소신이다.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시작이었다. 회사채, 단기자금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금감원을 비롯한 관계 기관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레고랜드 사태는 한달 뒤에는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발표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올해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슈에 직면했다. 태영건설 뿐만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업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금융 당국 차원의 대응 중요성이 커졌다. 이 원장은 금융권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와도 만남을 갖는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힘썼다.
이 원장은 위기 때마다 금감원 차원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기재부·금융위·한은과 공조하는 과정에서 언론 소통을 통해 시장 불안심리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금감원장이 주요 금융기관 수장을 대표해 언론 대응을 주도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기재부장관, 금융위원장, 한국은행장과 조율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답변해야 할 수도 있고 견해가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후배 검사 이력을 가진 '실세' 금감원장으로 불리는 이 원장이어서 가능했던 소통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금융기관장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본인의 소신을 밝힐 수 있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감독 당국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있을 때도 이 원장은 숨지 않는 선택을 하면서 금융권 이슈를 주도했다.
◇금융권 소통에 진심…조직 문화로 안착할까
이 원장은 언론 뿐만 아니라 금융업권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은행, 증권, 자산운용, 보험, 저축은행, 카드, 회계법인, 가상자산회사 CEO와의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했다. 투자자·소비자 간담회도 열었고 부산·대구·광주 등 지역 금융기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원장의 금융업권 간담회 횟수는 82차례에 달한다.
유관기관 간담회와 사회공헌 활동 측면에서도 뚜렷한 실적을 남겼다. 컨퍼런스, 세미나, 업무협약 등을 31회 주최했다. 사회공헌 활동에는 지난 2년 간 9번 나섰다. 백브리핑이 아닌 공식적인 기자 간담회는 12차례 진행됐다.
소통 강화는 이 원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금감원장이 소통에 미흡하면 업계 관계자 입장에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낮은 예측가능성을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는 게 이 원장의 지론이다. 이 원장의 소통 중시 기조를 이어가면서 금감원의 새로운 조직 문화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원장) 개인의 생각이 투영되는 만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했고 모든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적은 정보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식사를 하든 티타임을 하든 회의를 하든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꼭 하려고 했던 게 그간의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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