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 탄' 사피온·리벨리온, 삼성·SK '공급망' 촉각 파운드리·HBM 등 변동 가능성, AI 반도체 로드맵 주목
김도현 기자공개 2024-06-14 07:45:37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간 합병이 전격 성사됐다. 외산 업체가 AI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이번 결정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AI 반도체를 제조할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짝을 이루는 메모리 제조사 등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반도체 양강 동상이몽, 고객 '이탈 또는 추가'
12일 사피온과 리벨리온의 합병 소식이 전해졌다. 양사는 퓨리오사AI와 함께 우리나라 3대 AI반도체 설계(팹리스)사로 꼽힌다. 각각 SK텔레콤, KT라는 통신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도 분명하다. 그동안 사피온은 TSMC,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에 AI 반도체 양산을 맡겨왔다. 다른 파운드리 협력사를 둔 만큼 두 기업이 합치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여러 시나리오가 그려질 수 있다. 우선 합병법인은 리벨리온이 경영을 책임질 예정으로 삼성 파운드리 유지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사피온도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 제품에서 TSMC 대신 삼성전자와 협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AI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한국 기업이 전담한다는 상징성도 있다. 정부의 관련 과제에서도 삼성전자에 발을 걸치고 있다.
긍정적인 여건이긴 하나 삼성전자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앞서 퓨리오사AI가 삼성전자에서 TSMC로 파운드리를 변경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있는 딥엑스, 모빌린트 등은 일부 제품을 TSMC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단가, 공정 안정성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TSMC가 삼성전자에 우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추후 합병법인은 다양한 조건을 따져본 뒤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타사처럼 '투트랙'으로 갈 가능성도 농후하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도 관전 포인트다. 리벨리온은 올해 말 출시 예정인 AI 반도체에 삼성전자의 5세대 HBM(HBM3E) 적용을 예고했다. 사피온은 아직 특정 HBM을 선정하진 않았으나 SK하이닉스와 협업하고 있어 삼성전자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향후 SK텔레콤은 합병법인 전략적 투자자로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SK하이닉스 HBM 활용에 무게가 실린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와 진행 중인 '리벨' 프로젝트는 변동 없이 간다는 입장이나 다음 칩도 그대로 갈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양사는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논의 중으로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낀 스타트업 간 합병, 시너지날까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고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 중이었다. 한창 관련 생태계가 형성 중인 지금이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할 시점으로 여겨진다.
SKT와 리벨리온은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빠른 합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실사와 주주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사한 영역을 다뤄온 만큼 제품, 인력 등 중복이 우려되고 있다.
일단 양사는 개발 중인 제품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사피온은 'X430', 리벨리온은 '리벨 쿼드'를 차기작으로 내세운 상태다.
이후 로드맵은 합병 후 논의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파운드리, HBM 등 밸류체인 관련 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SKT와 리벨리온은 "합병법인에 어떤 제품을 어떻게 개발할지 등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면 공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사피온은 앞서 퓨리오사AI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병도 비밀리에 이뤄진 만큼 추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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