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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반도체 유리기판 생태계]'예열 돌입' 에프엔에스테크, 고객사 매칭 '아직'OLED 에칭 장비 명가, 앱솔릭스 접촉 불구 고민 '지속'

조영갑 기자공개 2024-06-20 08:50:51

[편집자주]

'꿈의 기판'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글라스기판) 시장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인텔이 선행 투자를 한 가운데 SKC, 삼성전기 등 국내 메이커들도 참전하고 있다. 코스닥 섹터의 벤더사 움직임 역시 빨라지면서 가치를 재평가 받는 분위기다. 더벨은 싹트는 유리기판 생태계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스플레이 공정장비 제조사에서 반도체 사업으로 축을 옮기고 있는 '에프엔에스테크'가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예열을 하고 있다. 최근 유리기판 양산 제조사인 잠재 고객사들과 잇따라 접촉하면서 에칭(식각) 장비 스펙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등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전사적 채산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신사업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프엔에스테크는 최근 SKC의 미국 자회사인 앱솔릭스 등을 비롯해 다수의 잠재 고객사와 유리기판 식각 장비 관련 개발 협의를 진행하는 등 유리기판 시장 진출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앱솔릭스는 인텔과 더불어 현재 유리기판 완제품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제조사다. 미국 조지아주에 약 3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투입해 유리기판 초도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유리기판 관계자에 따르면 에프엔에스테크는 앱솔릭스와 올 상반기 연쇄적으로 미팅을 갖고, 유리기판 TGV(글라스관통전극) 공정과 관련한 에칭장비의 구체적인 스펙을 논의하는 등 협업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다만, 앱솔릭스 측에서 요구하는 스펙 수준 대비 에프엔에스테크의 스펙이 월등한 수준이라 결과적으로는 공급 협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요구 스펙 대비 기술이 월등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단가(ASP) 등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간극을 좁히는 게 벤더와 엔드유저의 딜레마다.

에프엔에스테크는 200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습식 식각 공정 장비 전문 제조사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세정, 박리, 식각 등에 활용되는 장비를 제조,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납품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장비 제조 자회사인 세메스가 전공정 장비를 내재화하기 시작하고, 디스플레이 제조 부문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실적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말 OLED 전방 투자가 위축되면서 매출 볼륨이 크게 줄었다.

2020년 매출액 919억원, 영업이익 111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 이후 2021년 매출액 661억원, 영업이익 24억원, 2022년 매출액 676억원, 영업이익 5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방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 매출액 398억원, 영업이익 23억원으로 매출 볼륨이 거의 반토막나는 부진을 겪었다. 통상적 비수기이긴 하지만 올 1분기에는 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으로 가늠쇠를 옮겨 돌파구를 찾고 있다. UV 램프(LAMP)와 CMP 패드(PAD) 등 반도체 부품 제조업이다. 에프엔에스테크가 OLED 사업 초기부터 고도화한 식각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부품이다. UV 램프의 경우 반도체 웨이퍼 표면의 유기물 등을 램프로 조사, 분해하는 방식으로 제거하는 세정 부품이다.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패드 역시 웨이퍼 평탄화 작업에 소모되는 부품이다. 고적층 낸드플래시 생산이 늘면서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반도체 부품 부문의 매출 비중이 60.75%(235억원)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차세대 기판으로 꼽히는 유리기판 진출까지 검토, 디스플레이 장비사가 아닌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복안이다. 유리원장을 놓고, 홀(via hole)을 새기는 TGV 공정을 한 후 통로(회로)를 더 정교하게 새기기 위한 식각 공정이 필수적인데, 여기서 에프엔에스테크의 에칭 장비가 중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에프엔에스테크는 이미 2014년 평판디스플레이 유리기판 에칭장치 관련 특허를 국내, 일본, 중국 등에 출원하면서 요소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향 8.6G 대형 OLED 원장에 활용되는 식각 장비 레퍼런스까지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소규모 유리 코어기판 식각은 장벽이 없다는 입장이다. 에프엔에스테크 관계자는 "식각 기술을 토대로 양산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준비는 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성과 채산성이다. 식각 장비가 유리기판에 핵심 프로세스를 담당하긴 하지만, 아직 시장이 개화 전이기 때문에 본격 투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최근 에프엔에스테크는 UV램프, CMP 패드 설비 투자에 대비, 유동성을 끌어모으고 있는 상황인데 전열을 넓히는 게 부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까지 보유, 토지 건물을 팔아 11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고, 종속회사(위폼스)를 매각해 90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한다.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고, 반도체 부품 사업에 투입하려는 목적이다.

에프엔에스테크 관계자는 "유리기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공정 표준이나 명확한 고객사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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