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반도체 유리기판 생태계]칼 벼리는 제이앤티씨, '모회사 EB 카드' 또 꺼내나②진우엔지니어링 주식담보·교환사채로 455억 조달…유사패턴 동원 전망
조영갑 기자공개 2024-06-12 08:55:46
[편집자주]
'꿈의 기판'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글라스기판) 시장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인텔이 선행 투자를 한 가운데 SKC, 삼성전기 등 국내 메이커들도 참전하고 있다. 코스닥 섹터의 벤더사 움직임 역시 빨라지면서 가치를 재평가 받는 분위기다. 더벨은 싹트는 유리기판 생태계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용 커버글라스 전문 제조사에서 유리기판 개발, 메이커로 변모를 꾀하고 있는 '제이앤티씨'가 8월 데모라인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대형투자 가능성 역시 고조되고 있다.유리기판 시제품이 이달 중 출시되면 잠재 고객사와 협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자의 규모와 액수 역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EB(교환사채)를 통한 기존 방식을 택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이앤티씨는 현재 유리기판 시제품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이앤티씨는 지난 5월 TGV(글라스관통전극) 관련 업체에 유리기판에 대한 제작을 의뢰했고 이를 받아 자체 시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유리기판의 통상적인 제작 프로세스는 유리원장을 받아 TGV 공정으로 전극회로의 통로를 새기고, 이를 에칭(식각)해 via홀을 미세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그 이후 슬리밍, 구리(Cu) 도금 등을 거쳐 반제품을 만든다. 이후 테스트 등 후공정 과정 등을 거쳐 최종 출하품이 완성된다.
제이앤티씨는 올 3월 주총을 통해 유리기판 사업 진출을 공언하고 TGV-에칭공-구리도금 공정을 내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완제품 이전의 모든 프로세스를 직접 만들겠다는 의미다. 성공하면 향후 유리기판 시장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등극할 수 있다. 제이앤티씨는 이달 시제품을 내고, 데모라인을 꾸려 이르면 올 연말 베트남 등지에 양산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의 관심은 제이앤티씨가 만들어 낼 시제품과 그 이후 자금조달 방안으로 모아진다. 제이앤티씨는 지난해 하반기 고객사 모바일용 3D 커버글라스, 전장용 강화유리 등의 PO(구매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모회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 받았다.
제이앤티씨는 중국 화웨이의 최대 협력사 중 하나다. 중국 내 애국소비 흐름을 타고, 화웨이 모바일 폰의 수요가 급증하자 화웨이 커버글라스 PO가 단기간에 폭증했다. 여기에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전장용 3D 커버글라스 수요 역시 늘면서 이에 대한 운전자본을 조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제이앤티씨 자체 조달이 아니라 모회사 '진우엔지니어링'의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한 우회 조달을 택했다는 부분이다. 진우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회에 걸쳐 총 455억원을 조달했다. 51억원은 주식담보부사채, 404억원은 교환사채 형식으로 발행했다. 교환대상은 진우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제이앤티씨 보통주다. 대주주 진우엔지니어링은 제이앤티씨의 지분 64.58%(3736만주)를 쥐고 있다. EB의 교환가액은 주당 1만2000원이다.
진우엔지니어링은 주식담보부사채와 EB를 통해 조달한 유동성을 자회사 제이앤티씨에 대여금 형식으로 지원했다. 유동성 지원을 받을 당시 제이앤티씨의 현금성자산은 158억원에 불과했지만 이익잉여금이 2030억원 가량 쌓여 있었기 때문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모회사(진우엔지니어링)의 지분율이 너무 높았고 유통량과 거래량을 늘려 주가를 부양해야 할 니즈가 존재했던 걸로 보인다. 통상 EB는 발행시점의 주가보다 다소 높게 결정되며 발행사의 지분구조 변동 없이 보유한 주식을 후한 값에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당 EB는 대신-에스케이에스 이노베이션 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 엘엑스아시아제이호PEF외 4개펀드 등이 전량 인수해 현재 전량 보통주 교환, 엑시트한 것으로 파악된다. EB 발행 이후 진폭은 있었지만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올 4월 2만3360원의 최고점을 찍은 것을 고려하면 FI들은 적지 않은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진우엔지니어링 역시 대주주 지분을 건드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자회사 유동성을 투입할 수 있었다. 대여금인 만큼 이자를 더해 회수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제이앤티씨를 레버리지로 주식담보부사채, EB를 발행해 재미를 본 진우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의 전개를 앞두고 비슷한 항로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조달 물량이 총 보유분의 7% 수준에 불과하고, 유리기판 사업 발표 이후 주가가 꾸준히 상승세에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제이앤티씨가 데모라인 구축을 거쳐 정식 시제품을 출시하고 SKC 앱솔릭스 등 예상 잠재 고객사와 협업 구조를 창출해 내면 그만큼 대형 양산투자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공표한 시점은 '연내' 지만, 수율 상황에 따라서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베트남 현지 설비를 증설하는 방식으로 유리기판 양산 캐파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앤티씨가 TGV, 에칭, 구리도금까지 일괄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만큼 양산 투자는 최소 수백억원 단위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변성호 제이앤티씨 상무는 "(유리기판) 시제품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유리기판 반제품에 해당하는 일련의 제조 과정을 내재화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양산 투자를 진행할 경우 기존 EB를 통한 유동성 조달 방식을 재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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