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다시 본 최태원 회장 대한텔레콤 '1000원' 근거 내부거래 의혹 피하기 위한 지분 30% SK텔레콤에 무상 증여…150억 특별이익 인식
박기수 기자공개 2024-06-19 08:08:44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08: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1998년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가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고 주장한 배경으로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한텔레콤 지분 무상증여 건이 거론된다. 26년 전 최 회장 등은 보유 지분을 SK텔레콤에 무상 증여했는데 당시 SK텔레콤이 인식한 특별이익을 근거로 대한텔레콤의 전체 지분 가치가 '5만원'임을 알 수 있다. 재산 분할액으로 '조' 단위가 거론된 세기의 재판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단순한 수식 계산의 오류를 범한 점을 인정하고 경정 조치했다.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998년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준일 전 SK C&C 전무는 각각 대한텔레콤 주식 21만주(21%), 9만주(9%)를 SK텔레콤에 무상증여했다. 이는 당시 대한텔레콤과 SK텔레콤과의 내부거래 의혹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김준일 전 SK C&C 전무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전 배우자다.
SK텔레콤은 두 주주로부터의 무상 수증을 통해 150억원의 특별이익을 인식했다. 지분 30%의 가치가 150억원이라는 점은 당시 대한텔레콤의 100% 지분 가치가 500억원이었다는 점을 뜻한다. 당시 대한텔레콤의 총 주식 수는 100만주로 주당 가치를 계산하면 '5만원'이 나온다.
훗날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은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액면 분할을 통해 한 주가 50주로 쪼개졌다. 액면 분할을 고려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를 50분의 1로 나누면 한 주당 가치는 1000원이 된다. SK가 주장하는 '주당 가치 1000원'은 이렇게 계산됐다.
법원은 당시 주당 가치가 1000원이 아닌 100원이라고 판결했는데 이는 단순 계산 착오였다는 게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이다. '5만÷50'을 '1000'이 아닌 '100'으로 계산하는 실수를 범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 역시 당시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가 5만원이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인정한 것으로 안다"라면서 "재판부가 스스로 실수를 인정했고 이례적으로 즉시 경정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1994년 11월 최태원 회장이 대한텔레콤 지분을 인수할 당시 금액은 주당 400원이다. 이 역시 50분의 1을 하면 '8원'이 나온다. 법원의 계산대로면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기간(1998년 5월까지) 동안 대한텔레콤의 주가는 12.5배 상승했지만 SK의 주장대로면 이 수치는 125배가 된다.
또 1998년 5월 최태원 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대한텔레콤(SK C&C)은 2009년 11월 상장을 단행했는데 이때 주식 가치가 3만5650원이었다. 법원의 수식대로라면 이 기간동안 주식 가치는 355배, SK의 주장대로라면 35.5배가 된다. 법원의 논리대로면 경영 기간동안 주식 가치를 훨씬 많이 키운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 경영인'이 되고, SK의 주장대로라면 최 회장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유산을 물려 받은 '상속승계형 사업가'가 된다. 후자일 경우 노 관장의 회사 성장 기여도가 낮아져 재산 분할액이 대폭 감소할 여지가 크다.
법원이 계산 실수를 인정하고 경정 결정을 내렸지만 SK 측은 법원의 경정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SK 관계자는 "판결 경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오류 등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번 오류는 단순한 숫자의 오기가 아니다"라면서 "오류에 기반해 재산분할 대상 등 분할 비율에 대한 판단을 한 것으로 판결의 전제가 된 주요 사실에 대한 오류로 이는 판단 내용과 직결돼 경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SK 측은 기존 판례들도 제시했다. 대법원이 1970년 3월 24일 선고한 기존 판례(대법원72다1230)를 보면 "(원고의 손해액을 오산한 경우) 재산상 손해금에 관한 판결 결과에 영향을 가져올 수 있고, 이 경우 단순한 판결 경정 사항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심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있는 것이니 파기사유가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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