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항소심 재판부 '수치 오류'...판결문서 놓친 이유는 선대회장 기여도 '125배' 최 회장 측 진술에도 결론에 '12.5배'로
정명섭 기자공개 2024-06-20 09:13:57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가사2부)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이후 재판부가 판결문을 수정했다. 최 회장 측이 입장을 표명한 지 약 3시간 만이었다. 재판부가 판결경정 신청을 받기 전에 직권으로 판결문을 수정한 건 이례적이다.1998년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는 1주당 1000원인데 재판부가 이를 100원으로 잘못 계산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바로잡으면 1994~1998년까지의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회사 성장 기여도가 12.5배에서 125배로 확 커진다. 반대로 최 회장의 기여분(1998년~2009년)은 355배에서 35.5배로 낮아진다. 이는 본인을 '상속 승계형 사업가'라고 칭하는 최 회장 측 주장의 뼈대가 되는 사안이다.
수정이 되기 전 판결문을 보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이같은 내용의 최 회장 측의 소명을 들었고 이를 판결문에도 명시했다. 재판부가 최 회장의 주장을 듣고도 의도적으로 놓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최종현 기여분 125배' 최 회장 주장, 결론에 12.5배로 반영
실제로 항소심 판결문에는 SK㈜ 주식 가치 증가와 관련해 "원고(최 회장)는 이에 관하여 대상회사(대한텔레콤·SK C&C·SK㈜)는 최종현 생전에 최종현의 전폭적인 기여로 기업가치가 125배 이상 급격히 증가해 이후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최 회장 측의 주장이 그대로 적혀있다.
당시 최 회장 측 변호인은 항소심 재판 당시 최 선대회장 재직기간 기여가 더 큰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판결문 결론에는 125배가 아닌 12.5배로 반영됐다.
대한텔레콤 주식 가격을 1주당 100원이라는 표기도 판결문에 총 3회 등장한다. 이를 토대로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의 내조가 재산 형성에 기여(35%)했다고 결론을 냈다.
최 회장 측은 오류에 따른 판결문 수정을 넘어 1조3800억원의 재산 분할 결과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텔레콤 주가 산식 오류→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최 회장의 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SK㈜ 주식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재산분할 비율 확정으로 연결되는 논리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항소심 재판부 이례적 입장 발표…"결과 변화 없어"
항소심 재판부는 논란이 점화되자 18일에 설명자료를 내 최 회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재판부가 판결 정정에 이어 설명자료까지 내는 건 드문 일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8년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는 경영활동 중간단계일 뿐이라 계산오류를 수정해도 구체적인 재산 분할 비율(65대 35) 등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수정 판결문에선 최 선대회장의 회사 성장 기여분을 125배에서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분을 355배에서 35.5배로 정정했지만 설명자료에선 최 회장 측 기여분을 160배라고 했다. 최 회장의 기여 기간을 지난 4월까지 연장해 기여도를 재산정한 것이다. 판결문에는 최 회장의 혼인관계가 2019년에 파탄이 났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 또한 최 회장 측과 노 관장 측의 입장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노 관장 측이 SK그룹 성장에 무형적 기여를 했다는 판단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을 고수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 상고를 통해 오류로 인한 항소심 판결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가 1000원인지 혹은 100원인지가 항소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면 항소심 결과를 파기하고 다시 심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잘못된 수치에도 항소심 결과가 맞다고 판단하면 상고를 기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 상고장 제출 기한이 오는 21일인 만큼 이번주 내에 상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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