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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철강사는 지금]나홀로 적자, 아주스틸에 무슨 일이①컬러강판 상위 4사 중 유일한 적자…부메랑 된 증설, 반전카드 될 수 있을까

조은아 기자공개 2024-06-25 10:16:35

[편집자주]

국내 철강업계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부침도 컸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한숨 돌리는 것 같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시황 부진 속에서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더벨이 국내 중견 철강사들의 현황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13: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주스틸의 전성기를 꼽자면 2021년을 들 수 있다.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회사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고 실적 역시 컬러강판 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동국제강, KG스틸 등 대형 철강사들 사이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던 것도 이 시기였다.

그러나 2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낸 데 이어 1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졌다. 다른 컬러강판 회사들이 하나둘 부진을 딛고 정상화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주스틸은 정상화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는 근본적 원인으로 증설에만 기댔던 사업 전략을 꼽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 이어 1분기도 적자

아주스틸은 지난해 매출 9446억원, 영업손실 13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1조562억원)은 10.6% 감소했고, 영업이익(46억원)은 적자로 전환됐다. 실적 확인이 가능한 2003년 이후 첫 연간 적자다. 2021년 실적과 비교하면 더욱 뼈아프다. 당시 매출은 9334억원, 영업이익 553억원이었다.

3년 동안 상대적으로 매출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영업이익 변동 폭은 상당히 컸다. 수익성이 요동친 배경에는 전방산업인 가전산업의 불황이 있다.


2023년 아주스틸의 제품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영상가전 컬러강판 33.2%, 생활가전 컬러강판 17.4%로 둘이 더해 50.6%다. 영상가전은 프리미엄 TV를, 생활가전은 냉장고나 세탁기 등을 일컫는다.

두 사업의 매출 비중은 2021년까지만 해도 66.1%에 이르렀으나 2년 사이 16%포인트 낮아졌다. 공백을 채운 건 건재 컬러강판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12.0%였으나 2023년 20.0%으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컬러강판의 수익성이 높은데 글로벌 가전 시장이 침체되면서 저가 건재 시장으로 눈을 돌렸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건재 역시 품목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제품이 있지만 건설 경기 역시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인 탓에 건재 역시 저가형으로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글로벌 가전 시장의 침체는 아주스틸만 처한 상황은 아니다. 다른 컬러강판 회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그러나 성적표는 엇갈렸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은 1위부터 4위까지 KG스틸, 동국씨엠, 포스코스틸리온, 아주스틸이 차지하고 있다. 원래 전통의 강자 동국씨엠(분할 전 동국제강)이 35%에 이르는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지켰으나 최근 1~2년 KG스틸이 약진했다.

1분기 컬러강판 상위 4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1~3위까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역시 흑자를 냈지만 아주스틸만 적자를 냈다. 가전 위주로 수출에 힘쓰면서 수익을 방어한 다른 곳과 달리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내수는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가전용 컬러강판 수출이 수익성의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 3년 아주스틸의 가전용 컬러강판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2021년 1491억원 규모를 수출했지만 지난해 995억원으로 33% 줄었다.


◇몇 년간 공들인 '증설'…반전 카드 될 수 있을까

아주스틸이 부진한 근본적 원인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무리한 설비 투자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설비 투자에 집중하면서 제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 모두에서 밀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주스틸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기'에 해당한다. 아주스틸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공모 자금을 포함해 1470억원을 김천공장 증설 등에 투입했다. 해외로 눈을 돌려 멕시코공장과 폴란드공장 신설에도 지난해까지 각각 635억, 776억원을 투자했다.

물론 이 시기를 투자기로 잡았던 이유 역시 납득 가능하다.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 비스포크 시리즈, LG전자 오브제컬렉션 시리즈, 대유위니아그룹의 클라쎄 시리즈 등 제품 외관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와 맞물린다.

기존에는 건물 내·외장재로만 주로 쓰이던 컬러강판이 가전제품 외장재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1년엔 아주스틸의 점유율도 5%대로 높아졌는데 그 배경으로 적시에 이뤄진 증설이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전방산업 수요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아주스틸의 지난해 가동률을 살펴보면 구미공장과 김천공장의 평균가동률이 45.9%에 그친다. 2021년의 경우 구미공장 72.8%, 김천공장 70.6%로 평균가동률도 70%를 넘겼다.

아주스틸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안정기'에 해당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예정된 추가 설비 투자는 올해 완공을 앞둔 폴란드공장 외엔 없다. 철강 수요가 회복세를 보여준다면 그간 공들였던 증설이 일거에 상황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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