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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바이오파마 M&A가 주는 메시지 [thebell desk]

임효정 M&A부 차장공개 2024-06-27 08:01:18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은 종종 결혼 과정에 비유된다. 자문사들의 중개로 매수 측과 매도 측이 만난 이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협상이 이루어져야 거래가 성립할 수 있다. 협상 과정도 험난하지만 이후에도 펀딩 등의 변수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산되는 딜도 부지기수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인수 측 재무적 투자자 중 하나인 산업은행의 승인이 완료되면서 중요한 고비를 넘었다. 이 딜은 시장에 등장한 지 1년 6개월 만에 결실을 맺는다.

딜이 시작된 건 지난해 1월이다. 초기부터 전략적투자자(SI)로 동원그룹이 등장하면서 매각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예비입찰 후 2주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진행 과정은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협상 시한이 지나면서 동원그룹은 결국 인수를 포기했고 거래는 새 국면을 맞이했다.

두 번째 인수 후보자는 화인자산운용이었다. 동원그룹의 바통을 이어 받았지만 자금력 부족으로 협상을 완주하지 못했다. 화인자산운용까지 협상이 중단되면서 거래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다음으로 등장한 원매자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엘앤(KL&)파트너스다. 그간 딜 성사에 걸림돌이 되었던 SI의 부재를 해결하고 자금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결국 딜을 성사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매각 측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와 산업은행 PE실 컨소시엄이 등장하면서 네 번째 도전 끝에 다시 활기를 찾았다. 최대 강점인 자금력을 앞세워 신속하게 인수 작업을 추진했다. 양사가 보유한 7000억원대의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한 덕분이다.

하지만 거래 성사가 인수 측의 자금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장애물인 SI의 부재를 해결하는 데는 매각 측인 보령의 결단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령 측은 당초 계획을 수정해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 20%를 남겨두기로 하면서 협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기존에도 보령제약 등과 협력해 왔다. 따라서 이번 거래에서 이를 대체할 SI가 없는 상황에서는 보령 측이 일정 부분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 이는 보령바이오파마의 지속적인 협력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결혼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애결혼이 중매결혼에 비해 이혼율이 더 높다. 신중하게 고려해 결혼을 결정하면 이혼율이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M&A도 이와 유사하다. 서로 다른 대상 간의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일 때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서로에게 요구만 하면 성공적인 결합은 요원하다.

유진PE와 산은 컨소시엄은 이달 말 SPA를 체결하고 다음달 딜 클로징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딜이 성사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을 극복한 데는 매각 측의 끈기와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현실 상황에 맞게 밸류에이션을 일정 부분 양보하고 SI로 남기로 한 결단 덕분에 아름다운 결말을 앞뒀다. 3전4기 끝에 성공한 보령바이오파마의 딜이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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