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추진 더에셋 빌딩, 흥행 변수는 '삼성화재' 거취 장기 임차 유지 가능성 높아…부동산 펀드 중심 원매자 형성
이명관 기자공개 2024-06-28 07:56:18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5일 13:51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남 '더에셋(예 삼성물산 서초사옥)'은 올해 부동산 투자업계 랜드마크 딜로 꼽힌다. 무난히 1조원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올 정도다. 다만 주요 임차인인 '삼성화재'의 거취가 가격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현재로선 삼성화재가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분위기다. 이 경우 삼성화재가 협상력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보니 임대료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에셋을 사옥으로 활용하기 위해 입주 수요가 있는 잠재원매자들이 입찰 참여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원매자 군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모두 가격에 부정적인 요소들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이 매각 중인 '더에셋'의 주요 임차인인 삼성화재가 오는 2030년까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삼성화재는 더에셋의 핵심 임차인이다. 임대차 보증금을 기준으로 임대면적을 추산해보면 임대 면적의 60% 정도를 사용 중이다.
더에셋의 임차인은 삼성화재를 비롯해 네이버,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등이다. 임대보증금 규모는 287억원 정도다. 이중 삼성화재의 몫은 170억원 정도다.
코람코자산신탁은 2018년 삼성물산 서초사옥을 인수하면서 임차인 다변화를 진행했다. 건물 매입 3년여 만인 2021년 4월 건물명을 '더에셋'으로 변경하고, 임차인을 새롭게 맞이했다. 당시 수요조사를 거쳤는데, 다수의 외국계 기업과 IT 회사들의 문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삼성화재의 임대차 비중을 드라마틱하게 줄이지는 못했다.
이렇다 보니 더에셋이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삼성화재의 거취는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다. 삼성화재가 머무르냐, 혹은 떠나느냐에 따라 마케팅 포인트가 달라질 여지가 있어서였다. 여기에 가격과도 연동되는 측면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절반 이상의 면적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임대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다.
이 같은 배경아래 삼성화재가 만약 빠져나간다면 매도자 입장에서 보면 마케팅에 한결 수월한 측면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 주를 이뤘다. 강남권역(GBD)에서도 핵심 위치에 자리해 있는 터라 신규 임차인을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점이 부각되면서다. 이때 임대료 인상도 고려되면서 매도 호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됐다.
뿐만 아니라 원매자 군도 다양해지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기존 부동산 자산운용사에 더해 더에셋을 사옥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투자자(SI)까지 원매자들의 범위가 넓어지고, 경쟁구도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가격 경쟁에도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매도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원하는 그림일 수 있다.
다만 현재 분위기는 삼성화재가 남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점들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원매자 군은 FI로 축소된다. 당장 사옥으로 활용하기 힘든 자산에다 조단위로 투자를 선뜻하려는 SI를 찾기란 쉽지 않다. 부동산 자산운용사들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조단위 딜인 만큼 담보대출 외에 자체적으로 마련해야하는 에쿼티만 수천억원에 달하는데, 최근 종류주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을 고려하면 가격을 공격적으로 제시하기도 쉽지 않아지게 된다.
또다른 변수는 임대료 인상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사로선 임대료 상승을 기대하고 가격을 제시할텐데, 협상력이 삼성화재에 있는터라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만큼 제시할 수 있는 가격의 상한선이 정해질 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더에셋의 경우 자산으로서 이점이 많아 매각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삼성화재가 장기가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초 기대했던 수준의 가격을 받아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더에셋 매각 주관사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세빌스코리아 컨소시엄 선정하고 매각을 진행 중이다. 입찰을 다음달 초로 예정됐다. 삼성물산 서초사옥은 연면적 8만1117㎡(약 2만4538평)에 달하는 초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인수 당시 가격은 7484억원이었다. 3.3㎡당 3050만원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에쿼티 3200억원, 담보대출 4500억원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입지 우수성 등을 감안할 때 몇몇 운용사는 1000억원 이상 자금을 투자했다. 에쿼티 투자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600억원 정도,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134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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