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정정 리스트]'신고서 다시 쓰세요'...현미경 심사, 예비상장사 '진땀'6월 한달 18곳 정정, 공모일정 지연…신고서 피드백 사유도 '각양각색'
손현지 기자공개 2024-07-01 10:51:06
[편집자주]
올해 6월은 IPO 청약 일정이 빽빽했다. 한국거래소 인사가 예년과 달리 2분기로 늦춰지면서 밀려있던 상장 심사 일정이 대거 집중됐다. 시프트업, 이노스페이스 등 기대주들의 증시 입성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복병이 됐다. 파두 사태 이후 예비 상장사들에게 한층 엄격해진 심사 잣대를 들이대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하고 있다. 당국이 지적한 정정 요구 사항 등을 면밀히 파악해보고, 예비 상장사들의 개선책 마련을 위한 행보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6일 10: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의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 정정요청이 유독 많아졌다. 파두사태 이후 예비 IPO 상장사들의 자격 요건 검증이 한층 까다로워진 영향이다.한 두달에 한번씩 나올까 말까한 신고서 정정요구가 요새는 비일비재하다. 몸값 3조5000억원대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한 유가증권시장 기대주인 시프트업 마저 금감원의 엄격한 심사망을 피하지는 못했다.
예비 상장사들은 그야말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파두사태를 야기한 미래실적 추정치를 기반으로 한 밸류에이션 방식 뿐 아니라 사업 내용의 타당성까지 세세하게 지적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노그리드, 이노스페이스 등 일부 회사는 수차례 정정 요구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의 피드백은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예비상장사들은 개선책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본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6월 한달동안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기업은 누적 18곳으로 집계된다. 올해 1~5월 IPO 준비 중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은 곳이 10곳이 채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고서 정정이 잦은 편이다. 과거 증권사 IPO본부에서 증권신고서 기재정정으로 일정이 연기되면 대형사고로 받아들였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기조다.
주목할 건 유가증권시장을 타깃으로 한 시프트업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올들어 유가증권 예비 상장사 중 증권신고서 보완을 요구받았던 사례로는 뷰티기업 에이피알 이후 두 번째다. 이노스페이스, 이노그리드, HVM, 씨어스테크놀로지 등 코스닥 입성을 노리는 기업 뿐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까다로운 심사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유도 제각각이다. 시프트업에 대해선 특정 게임 매출에 대한 상세 정보 기재를 요구했다. 작년 9월 서비스를 종료한 '데스티니 차일드'와 관련한 내용을 추가로 공시하라는 것이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매출이 크게 감소해 서비스를 접은 바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투자위험요소(사업위험, 회사위험, 기타위험)로 알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노스페이스에겐 공모가 상단을 낮추고 발사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공통적으로 증권신고서에 상장 직전까지 실적을 가결산 형태더라도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수의 예비 상장사들은 금감원의 정정요구로 수요예측일과 공모청약일을 미루고 있다. 수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거듭하는 회사들도 꽤 많다. 에스오에스랩(5회), 하스(4회), 씨어스테크놀로지(2회) 등은 상장 일정이 뒤로 지연됐다. 상장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6개월(180일)인 만큼 추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을 경우 상장 문턱이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이노그리드의 경우 지난 2월 증권신고서를 최초로 제출한 뒤 무려 여섯차례에 걸쳐 보완, 정정해왔다. 최초 증권신고서 대로라면 지난 3월 코스닥 상장을 마쳤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최대주주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안 누락을 이유로 상장승인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거래소가 심사 효력을 불인정한 것은 코스닥 시장 개장 이후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심사기준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파두사태와 함께 이노그리드의 승인 취소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장 심사 문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업계 IPO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올들어 훨씬 많은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어 선별 과정에서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면서 "거래소나 금감원 입장에서는 파두, 시큐레터 등 적자기업들의 사례를 거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철저히 검토했다는 액션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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